(엑스포츠뉴스 대전, 김지수 기자) "정철원 형은 이전까지 롯데에 없었던 텐션을 가지고 계신다. 나도 형처럼 하고 싶은데 쉽지 않다."
롯데 자이언츠 좌완 영건 김진욱은 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팀 간 1차전에 선발등판, 5⅓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로 팀의 6-2 승리를 견인했다. 2025 시즌 개막 후 두 번째 선발등판에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김진욱은 2025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26일 문학 SSG 랜더스전에서 6이닝 4피안타 1피홈런 4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쾌투로 올해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한편 김진욱은 이날 최고구속 146km/h를 찍은 직구를 비롯해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92개의 공을 뿌렸다. 스트라이크 비율도 64%로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김진욱은 1회말 무사 1루, 2회말 1사 1루 등 초반 고비를 잘 넘겼다. 실점이 있었던 3회말에도 무사 1·2루에서 공격적인 투구로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리는 부분에 집중했다. 5회말 자신의 실책으로 맞은 무사 만루에서도 추가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롯데 불펜도 김진욱을 지원사격해줬다. 김진욱이 롯데가 5-2로 앞선 6회말 1사 후 마운드를 내려간 뒤 박준우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정철원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 정현수 1이닝 1탈삼진 무실점, 김원중 1이닝 무실점 등으로 한화 타선을 봉쇄했다.
특히 셋업맨 정철원은 7회말 1사 1루에서 등판해 이원석을 삼진, 심우준을 유격수 땅볼로 솎아 내고 한화의 추격 흐름을 끊어놨다. 정철원은 벌써 시즌 3호 홀드를 수확하며 삼성 라이온즈 이재희, KT 위즈 김민수와 함께 이 부문 리드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정철원은 7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특유의 포효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엿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뒤에는 김진욱에게 '셀프 칭찬'과 함께 농담을 던지면서 후배를 웃게 만들었다.
김진욱은 "철원이 형이 7회말이 끝나고 내게 오셔서 '진욱아, 나 잘 막았지?'라고 말씀하셨다며 '널 위해서 힘을 아껴놨었다'라고 하시더라. 항상 재밌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분위기도 밝게 만들어 주신다"고 웃었다.
또 "나도 철원이 형처럼 세리머니를 하고 싶은데 나는 선발투수니까 항상 다음 이닝을 생각해야 한다. 텐션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예전에는 롯데에 정철원 형처럼 세리머니 하는 선배님이 안 계셨다. 선발투수들 입장에서는 든든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정철원이 2025 시즌 초반 불펜에서 기둥 역할을 해주면서 필승조 운영이 수월해졌다. 지난해 팀 불펜 평균자책점 9위에 그쳤던 가운데 2024 시즌 종료 후 정철원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게 신의 한수가 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사직 KT 위즈전에서는 3일 연속 등판에도 홀드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정철원은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팀의 리드를 지켜낸 뒤 마운드 위에서 펼치는 세리머니는 벌써부터 롯데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장면 중 하나가 됐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