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김지수 기자) 정철원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오른 사직야구장 마운드에서 쾌투를 선보였다. 홈팬들 앞에서 특유의 호쾌한 세리머니까지 펼치면서 '롯데맨'으로서 성공적인 첫 발을 뗐다.
정철원은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 시범경기 2차전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정철원은 등판을 마친 뒤 "사직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올라간 마운드여서 긴장이 많이 됐는데 그런 것치고는 잘 던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철원은 이날 롯데가 KIA와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두산 베어스에서 롯데로 둥지를 옮긴 뒤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부산 홈 팬들 앞에 섰다.
정철원은 선두타자 박재현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주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후속타자 한승택의 희생 번트 성공으로 1사 2루 실점 위기를 맞았다.
정철원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먼저 KIA 주전 중견수 최원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한숨을 돌렸다. 원 볼 투 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130km짜리 포크볼로 최원준의 배트를 끌어냈다.
정철원은 기세를 몰아 계속된 2사 2루에서 윤도현까지 삼진으로 삼켜냈다. 노 볼 투 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과감하게 승부를 펼쳤다. 3구째 134km짜리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 넣고 윤도현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다.
정철원은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낸 뒤 1루 쪽 더그아웃으로 복귀하면서 포효했다. 롯데 홈 팬들은 정철원을 향해 아낌 없는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정철원은 "앞으로도 선두타자 볼넷 줄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롯데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롯데는 2024 시즌 7위에 그치면서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아픔을 맛봤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야구' 없는 쓸쓸한 가을을 보내야 했다.
롯데의 2024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5.05로 10개 구단 중 7위였다. 불펜의 경우 팀 평균자책점은 5.36으로 9위에 머물렀다. 블론 세이브도 27회로 가장 많았다. 경기 중 승부처에서 무너져 무릎을 꿇고 후유증이 이튿날까지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았다.
롯데는 2025 시즌 준비 과정에서 불펜 보강이 시급하다고 판단, 2023년 1라운드로 입단한 외야 유망주 김민석을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김민석과 추재현을 두산으로 보내고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데려왔다. 정철원은 1999년생으로 젊은 데다 2022 시즌 58경기 72⅔이닝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으로 신인왕에 올랐던 리그 정상급 셋업맨이었다.
정철원은 2023 시즌에도 두산 불펜의 기둥 역할을 해줬다. 67경기 72⅔이닝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의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정철원은 다만 2024 시즌 36경기 32⅓이닝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0으로 주춤했다. 앞선 2년간 많은 이닝을 던진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정철원은 다행히 2025 시즌을 앞두고 실시한 메디컬 체크에서 몸 상태에 어떤 이상도 없다는 걸 확인했다. 선수 스스로도 신인왕에 올랐던 2022 시즌보다 더 좋은 컨디션 속에 올해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정철원은 사직야구장과 궁합도 좋다. 두산 시절 지난해까지 통산 7경기 8이닝 1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좋은 투구를 했던 기억뿐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