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 일본 오키나와, 최원영 기자) 성공적이다.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은 4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2차 스프링캠프 최종일 훈련을 마친 뒤 올해 캠프를 돌아봤다. 박 감독은 "2차 캠프지인 오키나와로 넘어온 뒤 한동안 날씨가 추워 모두 힘들었을 것 같다. 괌에서 1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며 "감독 취임 후 이번 캠프의 성과가 가장 큰 듯하다.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좋아진 것이 느껴진다"고 총평했다.
박 감독은 "포지션별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고무적이다. 작년엔 캠프 연습경기에서 전패(1무8패)했고, 올해는 3승3패를 기록했다"며 "단순히 승패보다도 경기 내용 면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좋아졌다"고 흡족해했다.
올해 신인이 4명이나 1군 캠프 완주를 이뤘다. 일명 '배심차함', 투수 배찬승과 내야수 심재훈, 차승준, 외야수 함수호다. 특히 배찬승은 3월 2일 KIA 타이거즈전서 5-4로 앞선 7회초 구원 등판해 3타자 연속 탈삼진을 수확하며 맹위를 떨쳤다. 캠프에서 패스트볼 최고 구속 152km/h를 선보이기도 했다. 청백전 포함 총 4경기 4이닝서 무실점을 자랑했다.
심재훈, 차승준, 함수호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플레이를 펼쳤다. 당초 박 감독은 차승준과 함수호를 캠프 중반 퓨처스팀으로 보낼 계획이었으나 코치들이 1군에서 두 선수를 계속 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신인 4명 모두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 신인 투수 배찬승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신인 내야수 심재훈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에 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박 감독은 "첫 연습경기였던 요미우리 자이언츠전(2월 16일)에 일부러 신인 4명을 모두 출전시켰다. 신인들이 다 주눅 들지 않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 좋았다"며 "비록 연습경기라 해도 요미우리전은 선수들이 다르게 생각한다. 셀룰러 스타디움에는 일본 관중도 많았다. 배찬승은 그런 상황에서도 본인의 공을 던졌는데, 지금 구위라면 필승조도 가능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신인 야수들도 자신들의 기량을 실전 감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게 느껴졌다. 감독이 된 후 신인이 1군 캠프에 있었던 것 자체가 처음이다. 4명이나 끝까지 완주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고 강조했다.
캠프 MVP는 본래 투수조에서 1명, 야수조에서 1명을 뽑지만 이번엔 4명을 선정했다. 투수 박주혁과 배찬승, 포수 김도환과 외야수 홍현빈이다. 박주혁은 3차례 연습경기에서 2⅓이닝 무실점을 빚었다. 배찬승은 수차례 호투했으며 김도환은 연습경기 4게임서 6타수 2안타(1홈런) 4타점을 만들었다. 홍현빈도 6게임서 12타수 6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박 감독은 "올해 열심히 한 선수가 많아 두 명씩 선정했다. 캠프 MVP는 코치진이 스태프 회의를 통해 훈련 태도, 성과 등을 보고 결정한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박주혁은 열심히 준비한 게 보였고 마운드에서도 씩씩하게 던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지금은 등록선수가 아니지만 충분히 자격을 보여줬다. 5월 이후 불펜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계속 열심히 해줬으면 한다"며 "배찬승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포수 김도환은 많이 성장한 모습이었다. 비시즌 잘 준비했는지 몸이 좋아졌고 송구와 블로킹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도환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도환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임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박 감독은 "홍현빈은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한 게 느껴진다. 외야 유틸리티, 대주자 등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캠프 MVP에는 전반적으로 응당 나와야 할 이름들이 없다. 선수층이 좋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홍현빈은 지난 시즌 종료 후 KT에서 방출됐고 삼성에 합류했다.
선발진에도 이적생들이 있다. 아리엘 후라도와 최원태다. 지난 2년간 키움 히어로즈의 에이스였던 후라도는 재계약이 불발되자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최원태는 2024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었고, LG 트윈스를 떠나 삼성으로 이적했다.
박 감독은 "후라도는 우리 팀에서 이미 몇 년 뛴 선수 같다. 금세 팀 분위기에 적응했다"며 "예전에 (키움에서) 함께 뛰었던 몇몇 선수들이 팀에 있는 것도 후라도에게 도움이 된 듯하다. 기량은 기대한 그대로이고 다른 선수들에게 조언도 많이 해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최원태는 역시 홈구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 최적인 선수다. 캠프 기간 오버 페이스 하지 않도록 천천히 하라고 말해줬다. 새로 합류한 두 투수에게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아리엘 후라도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최원태가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DB
주장이자 주전 외야수인 구자욱은 실전 경기에 복귀했다. 지난해 10월 플레이오프 도중 왼쪽 무릎 인대를 다친 구자욱은 지난 1일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첫 실전에 나섰다. 1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2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5회 1사 만루서 대타로 출격해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박 감독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구자욱이 라인업에 있고 없고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홈런을 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시범경기까지 꾸준히 몸 관리를 잘해 다른 부상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구자욱은 포수 강민호와 함께 스프링캠프 내내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올 시즌에도 더그아웃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믿음을 보냈다.
이번 캠프를 앞두고 불펜 강화를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박 감독은 "김무신(개명 전 김윤수)이 갑작스러운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점은 무척 아쉽다. 불펜에 구위로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아 더욱 그렇다"며 "하지만 이재희, 황동재, 이호성, 이승민, 양창섭 등 충분히 좋은 활약을 해줄 선수들이 있다. 신인 배찬승도 시범경기까지 계속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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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