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국가대표 풀백 설영우가 군사훈련을 받고 온 뒤 날카로운 득점력을 과시했다.
블라단 밀로예비치 감독이 이끄는 즈베즈다는 15일(한국시간) 세르비아 크루셰바츠에 위치한 믈라도스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FK 나프레다크 크루셰바츠와의 2024-25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설영우의 멀티골을 앞세워 4-0 대승을 거뒀다.
승점 3점을 획득한 즈베즈다(승점 67)는 리그 선두 자리에서 2위 파르티잔 베오그라드(승점 46)와의 격차를 벌렸다. 즈베즈다의 이번 시즌 성적은 리그 23경기 22승 1무. 아직까지 패배가 없다. 지금 흐름을 유지한 채 리그를 마친다면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무패우승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즈베즈다가 거둔 대승의 중심에는 한국 국가대표 풀백 설영우가 있었다.
즈베즈다의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한 설영우는 전반 11분경 선제골을 터트리며 팀에 리드를 안겼다.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공격에 가담한 설영우는 페널티 박스 앞에서 동료의 패스를 받아 재치있는 오른발 속임 동작으로 상대 수비를 벗겨낸 뒤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설영우의 슈팅은 상대 수비수에게 맞고 굴절됐지만, 그대로 나프레다크 골문 안으로 들어가는 행운이 따랐다. 설영우의 리그 4호 골. 즈베즈다 선수들은 곧장 설영우에게 달려가 설영우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면서 설영우의 선제골을 축하했다.
전반 31분 설영우의 공격 본능이 다시 한번 발휘됐다. 페널티지역 안에서 동료의 크로스를 받은 설영우는 골문을 한 차례 바라보더니 오른발로 가볍게 슈팅을 시도해 나프레다크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로써 설영우는 유럽 진출 첫 시즌에 5골 5도움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수비수가 유럽에 가자마자 두 자릿 수 공격포인트를 챙겼다.
설영우가 전반전에 기록한 멀티골로 여유가 생긴 즈베즈다는 후반전에도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면서 후반 15분 실라스 카톰파 음붐파, 후반 20분 미르코 이바니치의 득점까지 더해 4-0 대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즈베즈다는 나프레다크전에서도 승리하면서 리그 21연승을 질주했다.
중간중간 치른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패배하기도 했지만, 리그에서는 이번 시즌 패배한 경기가 한 번도 없는 즈베즈다다. 리그 2라운드에서 무승부를 거둔 게 이번 시즌 유일한 무승부다. 이미 2위 파르티잔과의 승점 차가 21점이기 때문에 이변이 없는 이상 이번 시즌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우승도 즈베즈다의 차지다.
즈베즈다는 이번 시즌 리그 23경기에서 22승 1무를 기록 중이다. 리그 2라운드 밀라도스트 루카니전 2-2 무승부를 제외하고 모든 리그 경기에서 승리했다. 23경기에서 즈베즈다가 넣은 골은 무려 83골, 실점은 13골로 득실 기록이 70이나 된다.
관건은 즈베즈다의 무패우승 달성 여부다. 즈베즈다가 앞으로 열릴 14경기에서 패하지 않고 선두를 유지한다면 무패우승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설영우 역시 무패우승의 멤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즈베즈다는 3년 전인 2021-22시즌 35승 3무를 거두며 무패우승을 달성한 적이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한편 세르비아 언론들은 일제히 이날 멀티골을 터트린 설영우의 득점력을 주목했다.
나프레다크 크루셰바츠전 2골로 설영우는 세르비아에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멀티골을 기록했다. 이날 리그 4, 5호골을 연달이 올리면서 이번 시즌 모든 대회 공격포인트를 5골 5도움(정규리그 5골 2도움·UEFA 챔피언스리그 3도움)으로 늘리며 데뷔 시즌에 수비수임에도 두 자릿 수 공격포인를 달성했다.
2024-25시즌을 앞두고 즈베즈다 유니폼을 입으면서 유럽에 진출한 설영우는 지난해 9월 이적 두 번째 경기인 노비 파사르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린 후 지난해 12월 같은 팀을 상대로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지난단 8일엔 라드니츠키과의 22라운드에서 리그 3호골을 터트렸고, 이날 멀티골을 기록하면서 2경기 연속골과 즈베즈다 입단 후 첫 멀티골을 달성했다.
경기가 끝난 뒤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는 설영우에게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9.2를 주면서 그를 MVP로 선정했다.
설영우는 이날 슈팅을 단 두 번 시도했는데 모두 골로 연결되면서 '원샷원킬' 능력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수비수에게 중요한 패스 성공률도 91%를 기록했고, 가로채기도 두 번 성공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세르비아 언론도 설영우를 칭찬했다. 경기 후 세르비아 '메리디안스포츠'는 "적응 기간이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영우 영입은 완전히 대박을 쳤다"라며 "위기의 순간도 있었고, 부진한 경기도 기억에 남지만 규율과 태도로 빠르게 부진에서 벗어나 코칭스태프는 물론 팬들의 신뢰를 회복했다"라고 칭찬했다.
'텔레그래피'는 "설영우는 두 번째 골 장면에서 멋지게 공을 받아 매우 고귀하게 마무리해 골로 연결했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매체 '몬도'도 설영우의 두 번째 골 장면에 대해 "이런 설영우의 득점력은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군대가 설영우를 강력한 골잡이로 키운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얻어 병역 혜택을 받았던 설영우는 지난해 12월 클럽을 떠나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시즌 중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설영우의 경기력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졌다.
클럽으로 복귀한 설영우는 곧바로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과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했고, 지난달 29일 영보이스(스위스)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지 8차전에서 도움을 올려 1-0 승리에 일조했다.
지난 2일부터 세르비아 수페르리가가 재개됐는데 설영우는 후반기에도 주전 풀백으로 기용되면서 리그 3경기 연속 선발 출전 중이다. 특히 나프레다크 크루셰바츠전을 포함해 최근 2경기에서 3골을 터트리며 날카로운 골 결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즈베즈다, 엑스포츠뉴스DB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