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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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WWE를 만드는 사람들 (2) 유쾌한 그들에게 WWE를 맡긴다

기사입력 2004.06.05 03:34 / 기사수정 2004.06.05 03:34

박지훈 기자


(1)부에서 계속...

우리 어머니는 ‘락(Rock)’을 좋아하신다!!

제작진 중 유일한 여성인 정효진PD
실제로 녹화 현장에서는 스텝들이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레슬러들의 이름을 외치며 저마다 매니아임을 과시한다. 저마다 레슬러 이름을 딴 별명도 있다. 그렇다면 캐스터와 해설자도 좋아하는 레슬러들이 있을 텐데 아무래도 중계할 때 팔이 안으로 굽지 않을까.

“이기호씨는 락을 좋아한다. 그의 쇼맨십이 좋다. 나는 역시 WWE를 최고의 위치로 만든 오스틴이다.”

스톤콜드의 팬인 이재호 해설위원은 고3시절과 군대시절 빼고는 항상 WWE(당시 WWF)와 함께한 진짜 매니아이다. 그는 과연 과거에는 누구를 좋아했을까.

“예전에는 로디파이퍼 좋아했었다. 사람들은 당시 보통 워리어나 헐크호건 좋아했었는데 나는 이상하게 그가 좋더라. 하지만 작년에 복귀했을때는 옛날 이미지와 많이 틀려서 실망하긴 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프로레슬링은 남성팬들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여성팬들도 의외로 많다. 물론 WWE팀의 유일한 여성 스텝인 정효진 보조PD도 그 중 한명이다.

“나는 존시나 왕팬이다. 지금이야 랩퍼 기믹(레슬러 컨셉)으로 인기가 엄청나지만 처음 데뷔했을 때부터 좋아했다.”

지난 번 정PD가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촬영차 갔을 때였다. 어떤 외국 스텝이 WWE로고가 그려진 가방을 메고 가길래 물어 보니 WWE 호주 스텝이었다. 그래서 신나서 얘기하다가 그 쪽에서 “누구 좋아하냐”고 묻길래 존시나 좋아한다니까 이상한 표정지으며 왜 인기도 없는 애를 좋아하냐면서 면박줬다. 이제는 그의 인기가 엄청나서 그럴 사람은 없지만 유명해지니까 오히려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단다. 혹시 WWE의 여성팬이 주위에 많냐는 질문에는 웃으며 자기밖에 없단다. 그런데 작년 ‘스맥다운’브랜드에서 한국투어왔을 때 보니까 여성팬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또 하나 의외인게 어른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이기호 캐스터의 부모님께서도 프로레슬링 매니아시다.

“나도 놀랬는데 아니 식사를 하시다가 어디를 가신다. 알고보니 WWE 방송 보신다고. 그리고 물어보신다. 락, 얘 안 나오다가 어떻게 나왔냐하신다. 내 친구들도 처음에는 안 봤어요. 그거 다 짜고 하는데 왜 보냐고. 그냥 내가 나오니까 본거다. 근데 보다보니까 이거 재밌거든. 그러다가 매니아가 된 애가 많다. 요즘 어떻게 됐냐하면서.”

블락 레스너! 이재호 해설위원을 위협하다.

방송을 하면서 재밌었던 일화를 들려달라는 말에 정효진PD가 한마디 한다.

매니아 출신의 이재호 해설위원
“작년 WWE가 두 번째 한국 투어로 방문했을 때였다. 원래 우리의 인터뷰 상대는 네이단 존슨였는데 SBS Sports의 상대인 크리스 베노아에 비해서 인지도가 낮은 레슬러라서 속상했었다. 그런데 정작 인터뷰를 하러가니까 그 사람이 사라진 것이었다.(네이던 존슨은 원래 제멋대로 행동하는 타입이었고 결국 그 이유로 방출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협회에다가 약속시간도 안 지키고 이게 뭐냐하고 어필을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블락 레스너를 데려 오겠다는 것이다. 속으로는 ‘땡잡았다’했지만 애써 내색 안하고 인터뷰 준비를 했다. 근데 막상하려니까 되게 긴장되더라. 하지만 이재호 해설 위원이 잘할 수 있다고 안심시켜줘서 마음 놓고 갔는데 정작 인터뷰에 들어가니까 이재호씨가 말을 안 하는 것이다. 사실 키 193cm에 몸무게 134kg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갑자기 눈 앞에 목 두께가 사람 어깨만한 사람이 커다란 챔피언 벨트를 마치 시계 차듯 어깨에 매고 나타난다면 위협받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 상황에서 블락은 해설위원이 목소리 너무 작아서 인터뷰 못하겠다고 큰소리치니 정말이지 당황해서 혼났다.”
그런데 이 말에 이재호씨가 오히려 발끈한다. 그 자리에서는 마이크에 목소리가 크게 나올까봐 말을 작게 해야 하는지 알았단다. 하지만 솔직히 위협적이기는 하더란다. 처음 인터뷰하는 자리에서 머릿속으로는 어떻게 어떻게 해달라고 생각은 있지만 집채만한 사람에게 선뜻 요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유쾌한 그들에게 WWE를 맡긴다.

이제 방송을 시작한지 어느덧 1년이 좀 넘었다. 그동안 별사고 없이 방송하면서 최고의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제작진은 주저없이 두 PD들을 꼽는다.

WWE팀의 정신적 지주 김용민 PD

“원래 방송이란게 노력한 만큼 시청률이 올라오는 것인데 그것을 이끌어주는 존재가 PD이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방송의 최전면에 있지만 그 조련사는 감독이다. 우리는 거기에 첨부되어지는 양념일 뿐이다. PD가 어떻게 분위기를 주도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그런 부분에서 WWE팀의 담당 PD들은 탁월하다. 분위기는 재밌게 하면서 진행은 또 칼같이 하는 것이다. 만약 분위기가 상태에서 진행하면 우선 캐스터와 해설자부터가 재미가 없다. NG를 내야 되는데 못 내고 그렇게 되면 방송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김용민 담당PD의 이제 남은 소원이라면 다음 WWE의 한국투어 때 오프닝 경기를 주선해서 이기호 캐스터와 이재호 해설위원을 붙여보는 것이란다. 항상 유쾌한 그들. 그들이 있어 WWE 매니아 아니 팬 모두는 그들처럼 유쾌하게 WWE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프로레슬링은 쇼다’ 라는 한마디가 이 스포츠의 인기를 사그라들게 했지만 이제 팬들에게 이들이 쇼다 아니다는 어찌보면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과거와는 달리 “그거 다 쇼 아냐”하는 사람에게 팬들은 과감히 “영화보고는 왜 우냐”라며 소리칠 힘이 생긴 것이다. 바로 프로레슬링을 사랑하는 그들이 만들어준 힘을 통해서 말이다.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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