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7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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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디 가요?" 이렇게 바쁜 20년 차 봤나…'멀티맨 도전' 황재균의 끝없는 준비 [질롱 현장]

기사입력 2025.02.09 16:36 / 기사수정 2025.02.09 16:36

KT 위즈의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린 호주 질롱의 질롱 베이스볼 센터, 황재균이 훈련을 하고 있다. kt wiz
KT 위즈의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린 호주 질롱의 질롱 베이스볼 센터, 황재균이 훈련을 하고 있다. kt wiz


(엑스포츠뉴스 호주 질롱, 조은혜 기자)  프로의 세계에서는 20년 차의 베테랑도 새롭게 적응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 올 시즌 사실상 전천후 역할을 해야 하는 황재균은 이를 두고 '도전'이 아닌 '준비'라고 말했다.

KT는 지난 시즌 종료 후 4년 총액 40억원에 FA 내야수 허경민을 영입했다. 앞서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한화로 FA 이적을 했고, KT는 내야 빈자리를 메울 선수로 허경민을 선택했다. KT에서는 황재균이 주전 3루수로 활약하고 있던 상황, 포지션이 겹치면서 누군가의 자리 이동이 불가피했다.

이강철 감독의 결론은 '3루수 허경민'이었다. 호주 질롱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이강철 감독은 캠프 출국 전 "황재균도 잘하긴 하지만 대한민국 야수 중 수비로는 허경민이 빠지지 않는다. 타격도 좋고 콘택트도 되는 선수다"며 "확실한 카드 하나를 얻게 됐다. 만약 허경민마저 없었다면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허경민은 가장 잘하는 자리인 3루에 두고 웬만하면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시키지 않을 것이다. 황재균은 캠프에서 움직이는 것을 보며 수비 위치를 정해야 한다. 2루를 맡아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 "이번 캠프에서 황재균에게 하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 할 생각이다. 선수 본인도 빈자리가 있다면 다 들어가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알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9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 8회초 무사 1루 LG 박동원의 내야땅볼때 문보경을 포스아웃 시킨 KT 심우준이 황재균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9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 8회초 무사 1루 LG 박동원의 내야땅볼때 문보경을 포스아웃 시킨 KT 심우준이 황재균과 악수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황재균은 캠프에서 말 그대로 '다' 해보는 중이다. 2루와 유격수는 물론 최근 외야 수비 훈련까지 시작했다. 내야 글러브만 3개를 챙겼던 황재균은 이종범 코치가 가지고 있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의 글러브를 빌려 좌익수 훈련을 받고 있다. 황재균은 "올해는 되게 바쁘다. '오늘 (수비 훈련) 어디 가요?' 이렇게 물어본다. 이리저리, 포지션도 수비할 때 계속 왔다 갔다 그러니까 뭔가 계속 바쁘게 운동하는 것 같다"고 웃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 본 베테랑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듯 멀티 포지션을 준비한다는 것은 꽤 이례적이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황재균은 "경민이가 FA로 왔다고 했을 때는 그냥 하루 기분이 이상했을 뿐이었다. 그 다음날부터는 '내가 생각을 해서 뭐하나,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해 준비해 가야겠다'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그는 캠프 전 13kg를 감량한 뒤 나타났다.

황재균은 "어차피 실망하고, 자포자기하고 '안 해' 이러면 그건 본인 손해밖에 안 된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앞을 살아야지, 과거를 살 수는 없지 않나"라며 "외야와 내야는 많이 다르다. 아무래도 내야가 더 편하지만 외야는 내가 적응을 얼마나 빠르게 하느냐에 달렸다. 방법이 없지 않나. 일단 한 군데라도 더 볼 수 있어야 조금이라도 더 경기에 나갈 수 있으니 내가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자리를 잡는 게 좋긴 하겠지만, 굳이 큰 욕심이 없다. 왔다 갔다 하면서 매일 경기 나가고, 공격적인 부분에서 팀에 많이 도움 되고 그러는 게 오히려 팀한테는 더 플러스 될 거라고 생각을 한다. 나는 가지고 있는 게 체력밖에 없으니까, 다른 선수들이 힘들 때 들어가서 해주는 것도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번 시즌 황재균이 어떤 포지션으로 가느냐가 중요한 것은 결국 타선에서 중심이 되어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방망이는 일단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 황재균은 "지금 되게 좋다. 생각한 대로 되고 있다. 내 느낌도 그렇고, 코치님들도 다시 스윙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다고 얘기를 해주신다. 일단 연습 때는 마음대로 되고 있어서 타격 쪽이 오히려 더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올해 황재균은 한 포지션에 정착하는 대로, 또 여러 포지션을 동시에 소화하는 대로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 수 있다. "내가 매 경기, 어느 자리에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팀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8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3회말 2사 1루 KT 황재균이 안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8일 오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 포스트시즌'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경기, 3회말 2사 1루 KT 황재균이 안타를 날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엑스포츠뉴스DB


사진=kt wiz,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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