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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실패 이후 백기투항 택한 벨린저, '투수 FA 최대어'도 계약 서두를까

기사입력 2024.02.26 11:00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지난해 8월 말~9월 초만 하더라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외야수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를 향한 전망은 꽤 밝은 편이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었던 9월 초 USA투데이스포츠 밥 나이팅게일은 "벨린저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구단으로 컵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뉴욕 양키스가 꼽힌다"며 "그의 가격은 매우 오를 것이다. 벨린저는 2억 달러를 넘어 3억 달러 이상을 요구할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시즌 이후에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해 12월 FA 선수 상위 40인에 대해 소개하면서 벨린저에 대해 6년 총액 1억 6200만 달러(약 2158억원) 규모의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매체는 "벨린저는 컵스의 공격력을 끌어올린 핵심 선수였고, 2019년 MVP 시즌급 성적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나이팅게일에 비해 가격은 낮았지만, 여전히 벨린저의 가치는 높았다.



그 정도로 2023년의 벨린저는 고평가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선수였다.

벨린저는 2017년 132경기 480타수 128안타 타율 0.267 39홈런 9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3으로 활약하면서 내셔널리그 신인상을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 2년 연속으로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빅리그 3년 차가 된 2019년에는 156경기 558타수 170안타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 1.035로 맹타를 휘두르며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MVP를 수상했다.

시련도 있었다. 벨린저는 2020년 56경기 213타수 51안타 타율 0.239 12홈런 30타점 OPS 0.788, 2021년 95경기 315타수 52안타 타율 0.165 10홈런 36타점 OPS 0.542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022년에도 144경기 504타수 106안타 타율 0.210 19홈런 68타점 OPS 0.654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결국 2022시즌을 마친 뒤 다저스에서 논텐더(조건 없는 방출)로 풀렸다.

이후 컵스와 계약한 벨린저는 지난 시즌 130경기에 출전, 499타수 153안타 타율 0.307 26홈런 97타점 OPS 0.881을 기록하면서 2019년 이후 4년 만의 20홈런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리암 헨드릭스(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현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2023시즌 재기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벨린저와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서두르지 않고 구단들의 연락을 기다렸다. '버티기 전략'으로 가다 보면 분명 좋은 제안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벨린저, 보라스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갔고 스프링캠프 전까지 벨린저를 찾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밸린저는 백기를 들었다. 'ESPN'을 비롯한 미국 현지 언론은 25일(한국시간) "벨린저와 시카고 컵스가 3년 총액 8000만 달러(약 1066억원)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계약에 합의한 '바람의 손자' 이정후(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 약 1506억원)보다도 액수가 낮다.

지지부진한 협상 상황은 벨린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FA 시장에 남은 선발투수들도 마찬가지다. 류현진(한화 이글스)도 같은 고민을 하다가 결국 KBO리그 복귀를 택했다. 사이영상 수상자 출신이자 이번 FA 시장에서 '투수 최대어'로 평가받은 블레이크 스넬의 마음도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스넬도 벨린저, 류현진과 더불어 보라스의 '고객' 중 한 명이다.



2016년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한 스넬은 지난 시즌까지 191경기 992⅔이닝 71승 55패 평균자책점 3.20의 성적을 남기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스넬은 빅리그 3년 차였던 2018년 31경기 180⅔이닝 21승 5패 평균자책점 1.89로 20승 고지를 밟았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까지 차지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유니폼을 입고 뛰던 지난해에는 32경기 180이닝 13승 9패 평균자책점 2.25를 마크하면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물론 스넬이 사이영상을 수상한 연도를 제외하면 대체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내구성에 있어서 의문부호가 붙은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당장 선발진 강화를 원하는 팀이라면 스넬 영입을 추진해볼 만하다. MLB.com은 지난달 LA 에인절스, 양키스, 다저스, 컵스, 샌디에이고, 시애틀 매리너스, 샌프란시스코, 필라델피아 필리스, 보스턴 레드삭스, 볼티모어 오리올스, 뉴욕 메츠까지 총 11팀을 스넬의 영입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협상에 진척이 없었고, 스넬은 여전히 도장을 찍지 못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선발 자원이 하나둘 계약을 매듭지었으나 스넬의 계약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해를 넘길 때까지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고, 스넬은 여전히 협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금도 계약 가능성이 열려 있긴 하다. 스프링캠프 돌입 이후에도 적잖은 팀들이 선발진 보강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올겨울 오타니 쇼헤이(다저스)를 떠나보낸 에인절스도 스넬 영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는 26일 "에인절스가 조던 몽고메리나 스넬 두 명의 좌완투수 중에서 한 명을 영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타니가 최근 세 시즌 동안 400이닝 넘게 던졌기 때문에 팀 내부에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에인절스가 외부로 시선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모든 팀들이 스프링캠프에 돌입한 만큼 정상적인 시즌 준비를 원한다면 스넬도 벨린저처럼 계약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MLB.com은 "시즌 개막이 다가올수록 스넬과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구단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몸을 만들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려면 계약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라스와 스넬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사진=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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