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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세이브왕과 함께했던 염갈량, '뉴 클로저' 유영찬을 믿는 이유 있다

기사입력 2024.01.14 23:25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 중 하나인 멘탈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2024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지난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정복의 한을 풀었던 가운데 다음 스텝은 '트윈스 왕조'의 구축이다.

하지만 우승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뜻밖의 전력 출혈이 생겼다. 팀의 뒷문을 든든하게 책임졌던 고우석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진출하면서 마무리 투수 공백과 맞닥뜨렸다.

LG는 고우석이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은 2019 시즌부터 9회 마운드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고우석은 2019 시즌 65경기 71이닝 8승 2패 35세이브 1홀드, 2020 시즌 40경기 41⅔이닝 4패 17세이브 1홀드, 2021 시즌 63경기 58이닝 1승 5패 30세이브 평균자채점 2.17, 2022 시즌 61경기 60⅔이닝 4승 2패 42세이브로 LG는 물론 리그에서 손꼽히는 클로저로 우뚝 섰다.   



고우석이 비록 2023 시즌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고우석이 있는 LG 불펜과 없는 LG 불펜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LG는 고우석의 꿈에 힘을 실어줬다. 구본능 LG 트윈스 구단주는 물론 염경엽 LG 감독까지 고우석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 사격했다. 전력 약화가 불가피함에도 선수의 앞길을 막지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고우석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되자마자 곧바로 유영찬을 2024 시즌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팀 내 여러 명의 후보가 있었지만 유영찬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이 올해 LG 마무리 투수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거라고 생각한다"며 "야구가 항상 생각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영찬이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을 감독, 코칭스태프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유영찬이 자리를 잡아야지만 내년, 내후년 LG의 구성이 더 잘 갖춰질 수 있다"고 계획을 밝혔다.  



유영찬은 2020년 건국대를 졸업하고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22 시즌까지 단 한 차례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했지만 2023 시즌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유영찬은 지난해 67경기 68이닝 6승 3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3.44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1군 데뷔 시즌부터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며 LG의 페넌트레이스 1위 등극과 한국시리즈 직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영찬은 최고구속 150km를 찍은 위력적인 직구와 130km 중반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바탕으로 리그 정상급 우완 불펜 요원으로 거듭났다. 2023 시즌 볼넷 40개가 옥에 티로 꼽히지만 도망가는 유형의 피칭을 하지 않는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영찬은 자신이 '강심장'이라는 걸 KT 위즈와 맞붙은 2023 한국시리즈에서 증명했다. 2차전, 3차전, 5차전에 등판해 3경기 6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1홀드 역투로 LG의 'V3'에 힘을 보탰다.

2023 한국시리즈 공식 MVP는 LG 캡틴 오지환이었지만 유영찬의 우승 기여도 역시 매우 컸다. 염경엽 감독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 MVP급 활약을 펼친 포수 박동원과 유영찬에게 1000만 원씩 상금을 건네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이 유영찬을 높게 평가하는 부분은 구위 외에도 단단한 멘탈이다. 가을야구 경험이 전혀 없는 어린 투수가 지난해 한국시리즈 기간 보여준 '배짱투'에 합격점을 줬다.

염경엽 감독은 "유영찬은 일단 직구 스피드가 파워 피처라고 볼 수 있는 구속을 던진다. 올해 1~2km 정도 더 빨라질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봤다"며 "지난해 많이 구사하지 않았던 포크볼을 이번 스프링캠프 때 가다듬으면 당장 올 시즌부터 30세이브 이상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유영찬은 마무리 투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 중 하나인 멘탈에서도 코칭스태프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다"며 "이 근거는 가장 큰 경기인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점이다. 유영찬이 마무리로 던진 경험은 없지만 우리 팀에서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2013 시즌 키움 히어로즈 지휘봉을 잡고 사령탑 커리어를 시작한 뒤 마무리 투수 복(福)이 많은 편이었다. 2013~2014 시즌에는 손승락이 2년 연속 세이브왕에 오르면서 영웅군단의 9회를 책임졌다. 



염경엽 감독은 손승락이 2015 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한 뒤에는 김세현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겼다. 김세현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클로저 역할을 수행했던 경험이 없었지만 염경엽 감독은 김세현의 강속구와 경험을 믿었다.

염경엽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김세현은 2016 시즌 62경기 62⅓이닝 2승 무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2.60으로 세이브왕 타이틀을 따냈다. 꼴찌후보로 평가받던 키움은 김세현의 활약 속에 2016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염경엽 감독은 2019 시즌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또 한 명의 세이브왕과 함께했다. 하재훈이 61경기 59이닝 5승 3패 3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1.98의 깜짝 활약을 펼쳤다. 하재훈은 어깨 부상 여파로 2022 시즌부터 외야수로 전향했지만 투수 시절 보여준 퍼포먼스는 무시무시했다.

염경엽 감독은 "마무리 투수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할 수 없는데 선수가 버텨주는 게 아니라 구단과 감독,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선수를 지지해주느냐가 선수가 자리를 잡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 선수가 힘들 때 감독이 믿어주고 시간을 충분히 주면 그 위기를 넘긴다"며 "김세현도 마찬가지였고 조상우, 한현희, 서진용, 하재훈도 그랬다"고 덧붙였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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