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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韓피겨, '97년생 스케이터' 전성기 열렸다

기사입력 2010.11.01 08:25 / 기사수정 2010.11.01 08: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9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얼음마루에서 열린 '2010 전국 피겨 스케이팅 랭킹대회'에서 2010-2011 시즌동안 활약할 국가대표 선수 8명이 결정됐다.

여자 싱글 6명, 남자 싱글 2명인 국가대표 자리는 올 초에 열린 '전국남녀종합선수권대회'의 성적과 이번 랭킹대회의 점수가 합산돼 결정된다. 여자 싱글은 '피겨 여왕' 김연아(20, 고려대)를 제외한 5명의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여자 1그룹(만 13세 이상)에서 우승을 차지한 곽민정(16, 군포수리고)과 2그룹 1위에 오른 박소연(13, 강일중)은 국가대표 자리를 지켰다. 또한, 김해진(13, 과천중)과 올 초부터 국가대표가 된 이호정(13,서문여중)도 태극마크를 유지했다.

이번 랭킹전에서 새롭게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는 박연준(13, 연화중)이었다. 지난 종합대회에서 91.93점을 받은 박연준은 이번 대회에서 124.78점을 기록하며 여자 2그룹 2위에 올랐다. 

두 대회의 점수를 합산한 204.33점을 받은 박연준은 기존 국가대표였던 윤예지(16, 과천고, 종합대회, 랭킹전 합산 점수 204.33점)를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해 초까지 만해도 김나영(20, 인하대)과 김현정(18, 군포수리고)이 지키고 있던 국가대표 자리는 만 13세의 어린 선수들이 대신 차지하게 됐다.

점프와 표현력에서 모두 가능성을 지닌 유망주

이번 랭킹대회 여자 싱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이는 박소연(13, 강일중)이었다. 부츠 문제로 발목에 무리가 있었던 박소연은 일부 점프를 트리플 대신 더블로 대체했지만 안정된 연기를 펼치며 132.03점의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는 여자 1그룹과 2그룹을 통틀어 가장 높은 점수였다.

박소연은 올 시즌, 처음으로 공개한 쇼트프로그램을 깨끗하게 연기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살코에서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지만 나머지 요소를 무난하게 마치며 여자 2그룹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발가락 피로 골절 부상으로 인해 힘든 시즌을 보낸 박연준은 이번 대회에서 선전하며 여자 1그룹에서 2위에 올랐다. 인상적인 안무를 펼친 박연준은 안정된 점프 성공률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리고 포디움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김해진은 '부상 투혼'을 펼치며 국가대표 자리를 유지했다. 김해진은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를 앞두고 연습 도중 부상을 당해 왼쪽 다리를 봉합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 부상으로 인해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 점프 연습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태극마크를 지켜냈다. 그리고 김해진을 대신해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에 출전했던 이호정은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 1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들 선수들은 각기 장단점이 다르지만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성희(37)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심판은 "어린 유망주들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는지가 문제인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좋은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선수층이 점점 넓어지면서 작은 실수로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도 나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갑내기 4명의 선수가 함께 국가대표가 되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다. 특정 선수가 홀로 모든 대회에 출전했던 예전과는 달리 여러 명의 선수가 국내에서 경합을 하고 국제 경쟁력을 기르는 토대가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

고성희 ISU 심판은 "함께 성장하면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가 많아진다는 점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국내대회를 통해 다져진 경쟁력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기술에만 치중하지 않고 안무에도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인 부분이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출전할 곽민정(16, 군포수리고)는 한층 성숙된 안무를 펼쳤다. 박연준, 이호정, 김해진, 그리고 박소연 등도 기술에만 치중하지 않고 표현력에도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모두 부상을 안고 있는 이들은 평소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을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안무 소화와 표현력에서 가능성을 보이면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부상 방지와 훈련 환경 개선은 여전히 시급한 문제

이번 대회에서 아쉬운 점은 현 국내 챔피언인 김해진이 부상으로 최상의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이호정은 발목과 고관절 부상을 여전히 안고 있으며 남자 싱글 우승자인 이동원(14, 과천중)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피겨 선수들에게 부상은 피해갈 수 없는 '늪'과 같다. 누구나 크고 작은 부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피겨 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중요한 성장 시기에 있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부상을 당할 때에는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국내 피겨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링크장의 부족'에 있다. 링크장은 늘어나지 않고 제한돼 있지만 이곳에 몰려드는 지망생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같은 링크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부상의 위험도 높아진다. 그리고 불규칙적인 링크 대관 시간 때문에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최근 서울시는 예산 부족의 문제로 피겨 전용 빙상장 건립 계획을 백지화했다. 피겨 강국으로 갈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토대는 끝내 현실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김해진은 지난 4월 슬로베니아에서 열린 트리글라브트로피대회 노비스부분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호정은 처음으로 출전한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6위와 9위를 기록했고 이동원도 주니어 그랑프리 2차대회에서 4위에 오르는 선전을 펼쳤다.



이들 외에 피겨 유망주들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98년생인 최휘(12, 과천중)는 트리플 러츠를 구사하며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였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국내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들의 성장을 도와줄 시스템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다.

고성희 ISU 심판은 "유망주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큰 부상을 피해가는 것이다. 부상으로 인해 한 시즌을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선수들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연습할 수 있는 장소는 선수의 성장에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97년생 스케이터들을 비롯한 국내 선수들은 올 시즌 각종 국제대회에 도전할 예정이다. 주니어 그랑프리시리즈에 2번 출전한 이동원과 이호정은 내년 2월, 강원도 강릉에서 열리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사진 = 박소연, 박연준, 이호정, 김해진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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