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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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호전술엿보기] 그리스의 세트피스, 역이용한다!

기사입력 2010.06.11 17:19 / 기사수정 2010.06.11 17:19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전쟁터에서 자신보다 큰 적을 무찌르는데 큰 도끼를 들고 달려들기보단 먼 거리에서 던진 작은 표창이 나을 수 있다.

'장신 군단' 그리스를 상대하는 허정무호의 전략도 그렇다. 장신을 이용한 그리스의 세트피스 공격이 신체조건에서 밀리는 우리를 상대로 하는 가장 확률 높은 공격 방법이자 큰 위협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역이용한다면 오히려 쉬운 해법이 나올 수 있다.

한국전을 놓치면 사실상 조별리그 탈락의 위기에 놓이는 그리스로서는 한국의 빠르고 기술 좋은 공격진을 맞아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 그리스 기자들 사이에서 5백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따라서 수비를 탄탄히 하는 대신 역습을 시도하거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수는 물론 장신 수비수를 적극 가세시켜 '한방'을 노릴 것이다. 그리스 선수들 스스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차례 '하이볼(High Ball)’을 언급한 것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적극적으로 세트피스 상황을 노리는 그리스의 전술은 우리에게 또 다른 기회를 열어 준다. 바로 상대 세트피스 공격이 실패한 직후의 빠른 역습 전개가 그것이다.

그리스는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이나 최근의 평가전에서 보여줬듯이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 평균적으로 6~7명의 선수들을 공격에 가담시켰다. 이는 그만큼 후방에 남아 역습에 대비하는 선수의 숫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그리스 수비수들의 느린 발은 이러한 세트피스 직후의 역습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의 08/09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나온 맨유의 세번째 골은 바로 이런 상황에 대한 유사 답안이 될 수 있다. 당시 아스널은 코너킥 기회에서 만회골을 노리기 위해 키커를 제외한 6명의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었다. 그러나 코너킥은 맨유의 수비에 막혔고 이를 재차 올린 크로스마저 비디치가 걷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를 이어받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와 함께 박지성, 웨인 루니 세 명은 재빠르게 역습에 나섰다.

측면을 내달리던 호날두는 중앙지역의 박지성에게 공을 연결한 뒤 재차 앞으로 뛰쳐나갔고, 박지성은 한번 드리블을 친 뒤 왼쪽 측면에서 뛰어들어가는 루니에게 공을 넘겼다. 루니는 이를 곧바로 다시 오른쪽 측면에서 쇄도하던 호날두에게 스루패스로 이어줬고, 호날두는 이 공을 그대로 상대 골문에 꽂아버렸다. 비디치가 걷어낸 공을 호날두가 처음 잡은 뒤 정확히 8초 만의 골이었다.

아스널이 코너킥 이후 재차 크로스를 올리는 과정에서 7명의 선수가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머물러 있었기에 맨유는 단 세 명의 공격수가 펼친 빠른 역습을 통해 너무나 쉽게 추가점을 올릴 수 있었다. 여기서 루니-박지성-호날두의 이름을 그리스전의 박지성-이청용-박주영으로 바꿔본다면 충분히 같은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대표팀도 이런 장면을 만들어낸 적이 있다. 지난해 10월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상대 코너킥을 걷어낸 볼을 이어받은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을 질주하자 전방의 이근호와 왼쪽의 기성용도 역습에 나섰다. 수비수 2명이 중앙에서 달려드는 이근호에게 붙은 틈을 타 이청용은 반대쪽의 기성용에게 길고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줬고 기성용은 멋진 슈팅으로 화답하며 불과 10초 만에 선제골을 뽑아냈었다.

이러한 세트피스 상황의 역습은 우리 대표팀의 선취골이나 추가 골 상황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만약 그리스가 선취골을 넣으면 세트피스 상황에서 최소한의 선수만 공격에 가담시키고 수비에 치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 대표팀 역시 세트피스 공격 후 그리스 측면의 빠른 사마라스나 살핀기디스와 같이 발빠른 공격수들의 역습에 주의해야 한다.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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