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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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한 번 반복…한국 스포츠 '오심 논란 잔혹사'

기사입력 2010.02.25 18:03 / 기사수정 2010.02.25 18:03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또 '오심 논란'이다. 2년에 한 번 큰 국제 대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 스포츠는 뼈아픈 '오심 논란'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오심도 경기 일부라고 하지만 '정도가 심한' 오심은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의 눈살도 찌푸리게 한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계주 3000m 결선에서 실격 판정을 받으며 금메달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5바퀴를 남겨둔 상황에서 김민정(전북도청)이 뒤따라 오던 선린린(중국)을 밀었다는(임피딩, impeding) 이유로 실격 처리를 했다. 하지만 경기 장면을 느리게 돌려서 확인한 결과, 스케이트 날끼리 부딪히면서 선린린이 밀린 것으로 보여지면서 이번 판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분위기다.

이날 경기 주심을 맡았던 제임스 휴이시 심판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도 김동성의 금메달을 실격 처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었다. 당시 김동성은 남자 1500m에서 1위로 골인했지만 경기 중간에 김동성이 투 스텝을 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하며 뒤이어 들어온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에 금메달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투 스탭을 한 증거는 포착되지 않았고, 당시 선수단은 휴이시 심판에 대한 제소를 검토하기도 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는 이후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해 간접적으로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때의 논란을 인정했지만 근본적으로 판정 논란 문제가 고쳐지지는 못했다.

한국 스포츠는 2000년 이후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각종 대회마다 오심 때문에 울고 웃은 적이 많았다. '오심 논란'은 대부분 오심으로 밝혀졌지만 단 한 번도 결과가 뒤집어지거나 재경기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

올림픽-월드컵에서 일어난 잇따른 오심 논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는 첫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김응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던 야구 대표팀은 '드림팀'이라는 이름으로 올림픽에 나서 승승장구를 거듭, 준결승에서 미국과 만났다. 하지만 한국이 2-1로 앞서던 7회말 1사후 미국의 마이크 킨케이드가 3루수쪽 기습번트를 대고 뛰면서 문제는 일어났다. 누가 보아도 1루에서 아웃되는 상황이었지만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오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킨케이드는 후속타자의 안타 때 3루까지 뛰었고 누가 봐도 명백한 아웃 판정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3루심마저 세이프를 외쳤고 결국 킨케이드는 득점에 성공하며 동점을 이뤘다. 이를 빌미로 미국은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를 챙겨 한국은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맛봤다. 당시 미국 기자들조차 “킨케이드는 두 번 죽었다(He was out again)”고 말했을 만큼 명백한 오심이었지만 결국 승부는 뒤집어지지 않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체조 종합에서 황당한 판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1위를 달리고 있던 양태영의 평행봉 스타트 점수를 10점이 아닌 9.9점으로 매겨 불리한 점수를 얻으며, 안마에서 엉덩방아를 찧기까지 했던 미국의 폴 햄에게 뒤져 동메달에 그친 것이다. 종합 점수 차가 0.049점 차 였기 때문에 충분히 양태영의 금메달이 나올 수 있는 상황에서도 오심으로 경기 결과는 그대로 넘어갔고, 사상 첫 금메달을 노렸던 한국 체조는 눈물을 흘려야 했다. 뒤늦게 이를 인정한 국제체조협회는 해당 심판 3명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결말이 났지만 한국에 대한 이익은 아무것도 없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오심 논란'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0-1로 뒤져 맹추격을 벌이고 있던 중, 후반 32분에 나온 알렉산더 프라이의 골이 부심의 기가 들어올려 오프사이드 판정이 내려진 상황에서 나와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부심의 기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않았던 우리 선수들은 뒤늦게 골로 판정이 나자 엘리손도 주심에게 집단 항의를 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추격 의지가 꺾이면서 결국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남녀 핸드볼에 상처 입혔던 심판 오심 

또 같은해 12월에 열린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핸드볼 남자 대표팀이 이해할 수 없는 편파 판정으로 피해자가 됐다. 중동팀이 나서는 경기에 있지 말아야 할 중동 심판이 해당 경기에 내정돼 상당한 편파 판정을 당해야 했던 한국은 준결승전에서 주최국인 카타르에 28-40으로 패하며 대회 6연패가 좌절됐다. 카타르 선수들이 붙잡으면 휘슬을 잘 불지 않으면서 한국 선수가 카타르 선수의 옷깃만 스치면 휘슬을 무조건 불었을 만큼 중동 주심의 판정은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을 답답하게 했다. 뒤늦게 카타르가 편파 판정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재경기 의사를 내비치기는 했지만 다시 경기하는 일은 없었고 결국 한국은 메달 없이 빈손으로 귀국길에 올라야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핸드볼 여자 대표팀이 역시 오심으로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4강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종료 6초 전 28-28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경기 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노르웨이에 버저비터를 허용하며 패했다. 그러나 슬로우 비디오로 다시 확인한 결과, 버저가 울리고 난 후 공이 골라인을 통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오심으로 밝혀졌고, 국제핸드볼협회 심판위원장은 이를 뒤늦게 인정하며 '편파 판정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야구 결승전 9회말에 있었던 심판의 애매한 판정도 '오심 논란'에 휩싸였다. 물론 금메달을 따는데 성공한 야구 대표팀이었지만 당시 애매한 스트라이크 존 판정과 포수에 대한 퇴장 명령으로 한국팀의 분통을 터트리게 했던 주심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오심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필요 

한국 스포츠의 사례만 놓고 살펴본 여러 오심 논란 사례들이기에 다소 주관적으로 느껴질 법도 하겠다. 하지만 이같은 일이 계속 해서 벌어진다면 가만히 넘어갈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대회 선수단은 물론 나아가 우리 체육계 자체적으로 외교력을 키우면서 적절하게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동계올림픽 역시 아직 모든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기에 언제 어떤 상황에서 오심이 추가로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사람이 심판을 보는 것이기에 정확한 판정이 내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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