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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사이드 클럽'의 동반 추락은 언제까지일까

기사입력 2009.08.25 14:50 / 기사수정 2009.08.25 14:50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EPL 09/10시즌이 개막된 지 어느덧 벌써 3R가 지났다. 

대외컵 예선전을 치른 팀들간의 경기 이외에는 모두 3경기씩을 치른 셈이다. 순위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토트넘이다. 3연승을 거두면서 7득점 2실점의 완벽한 성적표로 당당히 리그 테이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홈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승격팀' 번리의 순위도 매우 인상적이고 첼시와 아스날, 맨유 등 익숙한 이름들이 리그 테이블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바로 잉글랜드 축구 역사의 한 획을 담당하고 있는 머지사이드의 두 클럽 리버풀과 에버튼의 순위다. 유니폼 색깔도 각각 '레드'와 '블루'로 대립하고 있으며 그들이 맞붙는 머지사이드 더비는 잉글랜드 축구의 여러 더비들 가운데서도 매우 볼만한 구경거리임에 틀림없다. 머지사이드를, 나아가 잉글랜드를 대표할 만한 두 클럽은 그러나 09/10시즌 초반 각각 10위와 20위라는 초라한 위치에 놓여 있다.

물론 아직 리그가 개막된 지 고작 3R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로 이 두 클럽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EPL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온 리버풀과 에버튼이 동반 추락하고 있는 점도 매우 인상적인 모습임에 틀림없다. 리버풀은 베니테즈와 함께 꾸준히 '빅4'를 유지해온 팀이고, 에버튼 또한 '빅4'다음으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앙숙'이지만 서로 닮은 꼴을 가지고 있는 형제와도 같은 리버풀과 에버튼, 공교롭게도 두 클럽은 같은 문제를 품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공격 전개'를 담당할 선수가 없다는 것과 '수비라인 붕괴'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매우 간단하지만 공수 양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팀에 총체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과도 같다. 그리고 또한 두 팀은 공통적으로 재정적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매우 닮았다.

리버풀과 에버튼은 현재 똑같이 한 스페인 선수를 보내고 난 후 문제점을 겪고 있다. 리버풀은 마드리드로 사비 알론소를 떠난 직후에, 에버튼은 부상으로 인해 미켈 아르테타를 잃은 후 중원에서 공격 전개를 담당할 선수가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신기하게도 두 선수는 모두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선수로 뛴 경력이 있다).

리버풀이 애스턴 빌라와 토트넘에게 당했던 패배와 에버튼이 아스날과 번리에게 당한 패배를 보면 모두 우왕좌왕하는 중앙에 의해 제대로 공격을 풀어나가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에 공격수에게 볼이 전달되지 않고 자멸한 경기들이었다. 리버풀의 베니테즈 감독은 루카스의 능력을 너무 믿었고, 아퀼라니가 부상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 또한 아르테타 부상 이후 꾸준히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나갈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또한 EPL에서도 끈끈한 수비로 대표되던 두 팀은 동반으로 수비가 몰락하고 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부터 공공연히 지적되온 셋피스 상황의 지역방어를 고수하다 또다시 애스턴 빌라전에서 불필요한 실점을 내줘야만 했다. 베니테즈 감독은 지역방어와 대인방어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하지만, 리버풀의 셋피스 시 어처구니없는 집중력은 수비가 강점인 리버풀의 숨은 단점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에버튼의 경우 이것도 부상이 뼈아픈 경우인데, 필 자기엘카의 부상으로 인해 가뜩이나 얇은 수비진이 더욱 얇아진 경우다. 조셉 요보의 발은 매우 빠르지만 거기까지고, 레스콧은 맨 시티로 이적할 꿈에 부풀어 에버튼의 수비는 생각할 여력이 없는 모양이다. 에버튼의 단단한 수비의 핵심을 담당한 자기엘카와 레스콧이 모두 제외된다는 점에서 모예스 감독은 매우 골치가 아플 것 같다.

앞서 말한 두 이유는 모두 '스쿼드가 얇다'는 말로 대변될 수 있다. 리버풀과 에버튼은 베스트 11의 멤버는 EPL 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수 있는 강팀으로 꼽힐 수 있는 팀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후보 선수들의 실력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 한 시즌을 운영함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베니테즈 감독은 지속적으로 영입을 통해 스쿼드의 두께를 강화시키려 했지만 6시즌째를 맞는 지금 여전히 스쿼드가 얇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도 지난 5년간 펠라이니와 야쿠부 이외에는 1천만 파운드 이상을 투자해본 적 없이 임대와 자유계약 선수를 통해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에 비하면 양반인 편이다.

만약 리버풀이 과거 맨체스터-리버풀을 잇는 산업혁명의 시대처럼 부자 도시였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이제 리버풀은 잉글랜드 내에서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도시다. 그에 따라 리버풀을 연고로 하는 팀들도 공통적으로 재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에 라파 베니테즈와 데이빗 모예스 감독은 팀에 함부로 이적자금의 증원을 요청하기에도 힘든 상황, 주어진 자금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그 초반부터 암운에 빠진 머지사이드를 대표하는 두 클럽인 리버풀과 에버튼, 잉글랜드 내에서도 가장 끈끈한 축구를 구사하며 팀 스피릿이 강한 팀이기에 그들이 다시 살아나길 기대한다.  EPL의 명장으로 분류될 만한 베니테즈의 모예스를 가진 두 팀이기에 비록 추적추적한 암운에 감싸여져 있지만 분명 지금보다 더 높이 날아올라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기사] ▶ 머지사이드 힘내라

리버풀은 'B급 수집가'베니테즈를 버려야 산다-①

리버풀은 'B급 수집가'베니테즈를 버려야 산다-②

[사진 = 09/10시즌 EPL 리그 테이블 ⓒ EPL 공식 홈페이지]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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