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올스타전' 경기, 4회 나눔 올스타 오스틴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저는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혼자 힘으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LG 트윈스는 2023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타자 아브라함 알몬테를 영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알몬테가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LG는 알몬테 영입을 철회한 뒤 다시 외국인 타자를 물색했고, 이후 손을 잡은 선수가 바로 오스틴 딘이었다.
2023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LG의 선택을 두고 기대보다 우려가 컸던 게 사실이다. 오스틴이 그해 시범경기에서 1할대 타율로 부진하자 걱정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오스틴은 정규시즌 139경기에서 520타수 163안타 타율 0.313, 23홈런, 95타점, 출루율 0.376, 장타율 0.517을 기록하며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20타수 7안타 타율 0.350, 1홈런, 5타점으로 활약하며 LG의 29년 만의 통합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올스타전' 경기, 1회초 나눔올스타 오스틴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이후에도 오스틴은 LG 유니폼을 입고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줬다. 202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30홈런 고지를 밟으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지난해에는 부상 여파로 이전 두 시즌보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지만, 중심타자로서의 가치는 여전했다.
올해는 지난 3년과 비교해 페이스가 더욱 가파르다. 오스틴은 전반기 85경기에서 327타수 111안타 타율 0.339, 27홈런, 83타점, 출루율 0.421, 장타율 0.661로 맹활약했다. 김도영(KIA 타이거즈)과 함께 홈런 부문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 중 한 명이다.
LG는 전신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44년 동안 정규시즌 MVP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홈런왕 역시 없었다. 구단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보유한 로베르토 라모스도 2020년 멜 로하스 주니어(당시 KT 위즈)에 이어 홈런 부문 2위에 머물렀다. 오스틴이 후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구단 최초 홈런왕과 MVP를 동시에 노려볼 수 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올스타전' 경기, 4회 나눔 올스타 오스틴이 득점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염경엽 LG 감독이 주목한 건 '적응'이다. 염 감독은 지난달 "정서적인 적응도 있고, 야구에 대한 적응도 있다. 미국은 변화구를 많이 던지지 않는다. 중요할 때 유인구를 하나씩 던지는 정도다. 마이너리그는 더 심하다. 그걸 이겨내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수 본인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스틴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올스타전을 앞두고 "(염경엽 감독의 이야기에) 동의한다"며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들만 봐도 빅리그에서 성공한다고 해서 꼭 KBO리그에서 성공하는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KBO리그에서 성공하려면 한국 야구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려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과거도 돌아봤다. 오스틴은 "나는 18세라는 어린 나이에 부모님과 떨어져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혼자 힘으로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운이 좋게도 한국에 와서 정말 좋은 동료들을 만났다. 동료들이 나를 받아주고 팀의 일원으로 대해준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올스타전' 팀 나눔과 팀 드림의 경기, 4회초 무사 1,3루 나눔 김주원이 1타점 희생 플라이를 때려낸 뒤 득점을 올린 3루주자 오스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오스틴은 2023년과 2024년 감독 추천 선수로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는 베스트12에 선정됐지만 부상으로 불참했다. 올해도 나눔 올스타 1루수 부문 후보에 올라 팬 투표와 선수단 투표에서 모두 포지션 1위를 차지하며 올스타전 초대장을 받았다. 이날 경기에서는 '텍사스 보안관'과 '잠실 오씨' 퍼포먼스를 선보여 팬들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당초 오스틴은 10일 펼쳐진 2026 KBO 올스타 프라이데이 '컴투스프로야구 홈런더비'에도 출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허리 쪽 불편함으로 출전이 어렵다는 뜻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다. 오태곤(SSG 랜더스)이 오스틴을 대신해 홈런더비에 참가했다.
오스틴은 "당연히 아쉽다. 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다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고, 끝까지 건강하게 시즌을 치르기 위해 제 몸을 생각해 내린 선택이었다.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며 "2023년과 2024년 홈런더비에 참가했는데, 새로운 얼굴이 홈런더비에 참여하는 게 좋은 것 같다. 특히 강백호(한화 이글스) 선수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기 때문에 의미 있는 홈런더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KBO 올스타전'에 앞서 LG 오스틴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나누고 있다. 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이번 올스타전은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2023년부터 3년 넘게 잠실야구장에서 추억을 쌓은 오스틴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일단 정말 슬프다. 개인적으로 잠실야구장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고, 팬분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실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그래도 좋은 부분은 LG와 두산 베어스가 2032년쯤 새로운 구장을 선물받는다는 점이다. 특히 어린 선수들이 새롭고 수준 높은 구장에서 뛸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는 좋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잠실 돔구장이 문을 열면 뛰고 싶은지 묻자 오스틴은 "당연히 잠실돔구장에서 뛰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그때 내 나이가 만 39세 정도 된다.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서 그 나이까지 오랫동안 뛰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2026 신한 SOL KBO 올스타전'에 앞서 LG 송찬의, 문성주, 박해민, 오스틴, 구본혁, 우강훈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LG는 전반기 85경기에서 52승33패(승률 0.612)를 기록하며 2위에 올랐다. 선두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는 없지만, 승률에서 삼성에 2리 뒤져 있다. 전반기 마지막 일정이었던 지난 7~9일 대구 삼성 3연전에서 1승2패를 기록한 점은 아쉬웠다.
오스틴은 "팀이 성공적인 전반기를 보낸 것에 대해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전반기 마무리는 조금 아쉬웠지만, 당시 분위기가 좋았던 강팀 삼성을 만났다. (상대의) 홈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기를 치렀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결과를 낸 것에도 어느 정도 만족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또 오스틴은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쳐 좋은 경기를 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충분히 쉬면서 피로를 회복한다면 지난해처럼 후반기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잠실, 김한준·박지영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