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이달 초 이사회를 통과한 '15점제 도입'을 두고 체력과 수비가 강한 안세영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일부 주장을 "사실이 전혀 아니"라며 정면 반박한 가운데, 안세영에 자국 선수들이 혼 나고 있는 중국에선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엔 BWF가 한국 언론에 대놓고 새 제도 도입이 안세영과 관련없다고 항변하는 것은 특혜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중이다.
BWF는 현행 21점 3게임(세트)제를 내년 하반기부터 15점 3세트제로 변경하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이달 초 이사회를 통과했으며 내년 4월경 열리는 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새 안의 도입 여부를 확정짓게 된다.
15점 3세트제 도입은 선수 보호 차원의 명분이 강하다. BWF는 남여 단식의 경우 세계랭킹 1~15위 선수들에게 BWF 슈퍼 1000 4개 대회, 슈퍼 750 6개 대회를 의무 출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1~15위 선수들은 슈퍼 500 9개 대회 중 2개 대회 이상 출전해야 한다.
이에 더해 매년 올림픽 혹은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연말엔 BWF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벌어진다. 남여단체 세계선수권과 혼성단체 세계선수권이 격년으로 번갈아 열리며 안세영 등 아시아 톱클래스 선수들의 경우, 내년엔 4월 아시아선수권, 9월 아시안게임도 나서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개인전 외에 단체전도 열리기 때문에 사실상 2개 대회가 벌어진다고 봐야 한다. 3월 전영오픈(슈퍼 1000) 출전을 위한 슈퍼 300급 리허설 대회 참가까지 합치면 안세영은 17~18개 대회를 연간 쉼 없이 출전하는 셈이다.
최근 배드민턴 선수들의 수비력이 증가하면서 스매시 강도가 떨어지는 여자단식이나 여자복식의 경우는 3세트까지 갈 경우 경기 시간이 2시간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BWF는 경기 시간을 줄이고 박진감 넘치는 승부를 유도하기 위해 15점 3세트제 도입을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수비와 체력이 강한 안세영에게 이 제도 도입이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15점 3세트제가 이달 초 이사회를 통과하면서 유력하게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일부 국내 언론은 "BWF가 안세영 죽이기에 나섰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에 한국 언론과 배드민턴 팬 반응을 주시하던 BWF가 대처에 나선 것이다.
지난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토마스 룬드 BWF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에 공식 입장문을 "오히려 이번 제도 개편은 안세영 같은 톱스타 선수들이 더 오랜 기간 현역으로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룬드 총장은 이어 "15점제 도입은 현대 관전 트렌드에 발맞춰 배드민턴을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종목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시도"라면서 "랠리의 중요성을 높이고 경기 초반부터 승부처를 형성함으로써, 배드민턴을 한층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종목으로 만들고자 한다. 무엇보다 게임당 점수가 줄면 선수들의 체력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고 밝혔다.
BWF가 11점 5세트제 도입 등 예전에도 점수제 개편 추진했다는 점을 들어 이번 15점 3세트제 도입도 점수제 변경 노력의 연장선상이란 점도 강조했다.
다만 이번 룬드 총장의 항변이 사실상 안세영이란 특정 선수와 관련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비춰지자 중국이나 동남아 등에선 여러 반응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소후닷컴이나 넷이즈 등에선 "안세영이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해 우승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 선수들에게 마냥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 "15점제는 안세영과 큰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반면 "안세영 견제 목적이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세계연맹 고위직이 한국 언론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말하느냐", "안세영이 혜택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다소 민감한 의견도 나왔다.
배드민턴계 여러 의견과 별도로 안세영은 이러한 제도 개편에 대해 담담하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최근 BWF 월드투어 파이널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엑스포츠뉴스 등 현장 취재진이 관련 질문을 하자 "당연히 초반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경기를 치르다 보면 적응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편으로는 점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도 덜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