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우루과이 출신으로 전북 현대의 K리그1 우승을 이끈 구스타보 포옛 감독이 한국 축구를 경험하며 느낀 인상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포옛 감독은 한국 선수들의 뛰어난 기술을 칭찬하면서도, 실속 없는 패스 플레이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우루과이 매체 스포르트890은 지난 16일(한국시간) "구스타보 포옛: 비엘사, 국가대표팀, 다윈 누녜스와의 놀라운 일화, 그리고 한국 리그의 철학. 전북현대 감독으로 한국 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루과이 출신 감독이 키에로 풋볼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터뷰를 했다"며 인터뷰 전체 내용을 공개했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포옛 감독은 한국 K리그에서의 경험을 회고하며 한국 축구의 특징을 분석했다.
포옛 감독은 "한국은 아주 기술적인 리그다. 한국 선수들은 다들 기술이 상당히 좋다"며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 선수들이 현대 축구의 흐름을 좇느라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포옛 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인 트렌드에 너무 영향을 받아서 소위 '패스를 위한 패스'를 하는 경향이 좀 있다"고 꼬집었다.
점유율이나 빌드업 자체에 매몰돼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하지 못하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를 제3자의 시선에서 날카롭게 지적한 것이다.
정작 점유율 축구를 중시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나 스페인 축구는 점유율을 위한 패스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패스를 돌리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보니 지루한 패턴의 경기가 자주 나온다.
포옛 감독이 지적한 대로 패스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다.
포옛의 전북은 2024시즌 승강플레이오프로 떨어졌던 팀을 완전히 새로운 팀으로 바꿔놓으며 K리그1과 코리아컵 더블에 성공했다.
포옛은 전북에서 총 48경기 30승11무7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승률(62.5%)을 자랑했다. 리그에서 23승10무5패로 다른 팀들을 압도한 전북은 64득점 32실점, 골 득실 +32로 어마어마한 공수 밸런스를 선보였다.
기술적 완성도 위에 실리적인 축구 철학을 더한 포옛 축구가 한국을 강타한 것이다. 때문에 그의 제언은 한국 축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옛 감독은 전북에 부임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2023년 12월 런던에서 구단 관계자들과 미팅을 가졌으며, 당시 구단은 전술적인 논의보다는 그의 '인성'과 '성격'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포엣 감독은 "전북은 리그 최다 우승 타이틀을 가진 거대한 팀인데, 직전에 강등권 싸움까지 가서 2부 리그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했다"며 "구단 측에서는 전술적인 문제보다 멘털적인 문제, 선수단의 단합 문제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의 도전이 축구적인 전술 완성보다는 무너진 위닝 멘털리티를 회복하고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회상했다.
포옛 감독은 "부임 첫 달은 태국으로 한 달 동안이나 전지훈련을 갔다. 전 세계 어디서도 한 달이나 전지훈련 가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2주 정도로. 짧고 굵게 했다. 전주가 영하 10도라 훈련을 못 해서 돌아왔다가 다시 5, 6일 갔다. 초반엔 좀 복잡했다"면서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축구보다는 개인적인 문제, 팀을 하나로 묶고 위닝 멘털리티를 심어주는 것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아들인 디에고 포옛과 함께 코칭스태프로 일하며 겪은 일화도 공개했다.
포옛 감독은 "디에고는 직설적이다. 경기 때 위에서 보며 누가 우리를 힘들게 하는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줬다. 경기 안 풀릴 때 있지 않나. '누가 자꾸 뚫리는데' 싶을 때. 나도 생각이 있는데 디에고가 똑같은 이름을 말하면 빼버리는 거다. 의견 일치니까"라며 가족이자 동료로서의 신뢰를 드러냈다.
비록 한국에서의 여정은 길지 않았지만, 포옛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왔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