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신문로, 김환 기자) K리그 4개 팀 감독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눈길을 끄는 발언은 유일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신태용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신 감독은 K리그 팀들이 아시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K리그 외국인 쿼터 제한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일 오전 10시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는 K리그 4개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지난 시즌 K리그1 챔피언 울산HD와 준우승을 차지한 강원FC, 그리고 4위로 시즌을 마쳤으나 군팀인 김천 상무가 ACL에 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신 나서게 된 FC서울이 ACLE에 참가한다. 포항은 코리아컵 우승자 자격으로 챔피언스리그2(ACL2)로 향한다.
울산과 포항은 지난 시즌에도 ACL에 참가했고, 서울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ACL 무대를 밟게 됐다. 강원은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ACL에 출전한다.
미디어데이에는 각 팀 사령탑들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했다. 울산은 신태용 감독과 김영권, 강원은 정경호 감독과 이유현, 서울은 김기동 감독과 김진수, 그리고 포항은 박태하 감독과 김인성이 미디어데이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다음은 ACL 참가 K리그 4개팀 미디어데이 감독 일문일답
-각오는.
▲신태용 감독(이하 신): 사실 우리 팀은 리그 성적이 좋지 않아서 ACL에 출전하는 게 버겁지만, 작년의 아쉬움을 달래고 싶다. ACL에서는 조금 더 좋은 성적을 노리고 이번 ACL에 도전하고 싶다.
▲정경호 감독(이하 정): 강원은 작년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둬서 창단 이래 처음으로 ACL에 나가게 됐다. 나도 그렇지만 선수들과 팬들 모두 기대가 크다. 기대가 큰 만큼 결과나 성적도 중요하지만, 나는 선수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ACL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최대한 결과를 잘 가져오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 리그와 잘 이원화해서 운영하도록 하겠다.
▲김기동 감독(이하 김): 구단, 팬들, 선수들이 간절하게 원하던 ACL에 5년 만에 복귀했다. 감독으로서도 상당히 기쁘게 생각하지만, K리그 대표로 참가한다는 점에 부담감도 느낀다. 리그와 병행하면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잘 병행하도록 하겠다.
▲박태하 감독(이하 박): 지난해 ACL을 경험했고, 조별라운드(리그 페이즈)에서 탈락했다. 올해는 ACL2에 참가하지만,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내겠다.
-리그와 ACL 이원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정: K리그 순위를 보면 알겠지만, 승점 차이가 워낙 빡빡하다. 파이널 라운드까지 5경기가 남았다. 이 5경기가 중요하고, 이 5경기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파이널 라운드가 나뉘어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리그가 우선이다.
강원이 ACL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좋은 결과를 내야 하는 것도 맞지만, 현재는 리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리아컵 1, 2차전을 하면서 리그와 이원화했던 방식을 적용할 생각이다. 팀에 있는 자원으로 이원화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리그와 ACL을 잘 병행하도록 하겠다.
▲신: 우리는 작년까지 3연패를 했지만, 지금 성적은 좋지 않다. 일단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려면 리그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경험을 돌아보면 나름대로 조별리그는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경기 때마다 선수를 따로 구성할 것이다. 일단 상위 스플릿에 올라가기 위해 리그에 초점을 맞추려고 생각하고 있다.
▲김: 두 개 대회를 병행하면 선수들의 체력이나 부상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원화보다는 로테이션이 맞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로테이션을 하면서도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선수 풀 안에서 유연한 로테이션을 통해 준비하도록 하겠다.
▲박: 아시다시피 피말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 파이널 라운드까지 5경기가 남았다. 리그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5경기를 해야 한다. 일단 홈과 원정 경기를 잘 구별하고, 원정 경기는 상황에 따라 그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갈 수도 있을 것이다. 홈에서는 전체적인 컨디션을 보고 경기를 대비할 계획이다.
-신경 쓰고 있는 팀들이 있다면.
▲신: 특별하게 특정 팀을 잡겠다는 생각은 없다. 방금 이야기한 것처럼 리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가 멀리 가지 않고 중국과 일본에서 원정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우리만 잘 준비하면 ACL은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김: 솔직히 특정 팀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ACL에 참가하는 팀들은 모두 강팀이기 때문에 우리가 긴장하면 안 된다. 쉽게 볼 수 있는 팀도 없다. K리그와는 다른 스타일들이 많기 때문에 상대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는지가 중요하다. 다양성에 대해 착실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 ACL 조 추첨 때 태국이나 호주는 피하자고 했는데, 두 팀 모두 우리 포트에 들어와서 쉽지 않은 일정이 될 것 같다. 다행인 것은 리그 일정 중에 호주와 태국을 가는 게 아니라, 시즌 말미와 내년 초에 가는 것이기 때문에 올해는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태국 원정은 좋게 이야기하면 한국이 추울 때 따듯한 곳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거다.
우리가 일정을 잘 구성한다면 우리에게는 오히려 득이 되는 일정이라고 생각한다. 강원은 ACL을 경험한 선수들이 많지 않다. ACL은 큰 대회이고, 외국 팀들은 뛰어난 외인 용병들이 많아서 그 부분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것이다. 특정 팀을 이기는 것보다 ACL 첫 경기가 중요하다. 첫 경기의 분위기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것 같다.
▲박: 개인적으로는 첫 경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심 홈 경기가 되길 바랐는데 태국에서 빠툼과 경기를 하게 됐다. 지난해에 원정 경기는 항상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 첫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첫 경기에 승리를 가져오면 그룹 스테이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울산과 서울의 리그 성적이 좋지 않은데, 휴식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나.
▲신: 내가 감독을 맡고 한 달 정도가 되어간다. 이제는 내 색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자마자 경기에 집중하느라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다. 이번 A매치 휴식기에 분위기를 파악하고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더 물러나면 리그에서는 가능성이 사라지게 된다. 내가 입히려고 하는 색에 대해 많이 준비하려고 하고 있다. 어제부터 속초로 가서 일주일 동안 전지훈련을 시작했다. 울산이 더 도약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성적이 나쁘다고 말했는데, 내 생각에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인 것 같다. 팬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고, 감독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올 시즌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에 기복이 있었던 것은 맞다. 선수들도 힘들어했다. A매치 휴식기 동안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면서 우리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K리그의 국제 무대 경쟁력과 외국인 쿼터 제도의 연관성에 대한 생각은.
▲박: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나도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회(TSG) 위원장을 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사실 K리그가 산업에 비해 파이를 키울 수 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문제가 언젠가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다.
▲김: 국제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동남아시아 팀이 전에는 우리보다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했는데, 조호르나 다른 팀들을 보면 외국인들이 많아서 상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정: 지난해에 경기를 보면서 상대 용병들, 선수들을 확인했다. 올해 처음 출전하다보니 경쟁력에 대해서는 부딪혀보고 판단하고 싶다. 올해 ACL을 치르면서 상대 팀에 있는 외인 선수들과의 차이 등을 확인하고 차이를 겪어본 뒤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신: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면 외인 쿼터를 풀어야 ACL에 나가는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김기동 감독의 말처럼 조호르는 외국인 11명으로 ACL에 출전하고, 사우디아라비아 팀은 ACL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따로 둔다. 하지만 우리는 4명이다.
리그는 4명이 뛰는 게 괜찮지만, ACL에 나가는 팀은 용병 제한을 풀어야 한다. 돈이 있는 구단은 쓸 수 있을 거고, 재정이 어려운 구단은 사정에 맞게 데려오면 향후 다른 팀들과 비즈니스 관계도 구축할 수 있다. 일본도 그렇게 하는 중이다. ACL에 출전하면 용병 제한을 풀어야 한다. 리그에서는 제한을 둬야 한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기자분들도 적극적으로 동조해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K리그 팀들의 ACL 부진과 추춘체 및 춘추제의 연관성에 댇한 생각은.
▲신: 우리나라도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그라운드에 열선도 깔아야 하고,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준비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12월과 1월은 쉬더라도 추춘제를 하는 게 바람직하고, 그래야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 한국 특성상 '이게 맞다, 저게 맞다'고 하기는 어렵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여름과 겨울에 취약하다보니 적절하게 변화를 가져면서 이뤄지는 게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김: 다들 같은 생각일 거다. 유럽도 그렇고, 아시아도 그렇게 바뀌어가고 있다. 일본도 후반기부터 추춘제를 한다고 들었다. 지금 추춘제를 논할 게 아니라 기본적인 제반 시설이 갖춰진 다음에 논의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박: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을 보면 추춘제를 하기에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외인 제도도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충돌되는 사항들이 많다. 전부 비용 문제다. 감독으로서는 용병 제한을 풀고 싶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게 관건인 것 같다.
-유일한 ACL 우승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자면.
▲신: 토너먼트는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첫 경기를 잘하면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에 첫 경기에 중점을 둬야 한다. 내가 선수와 감독으로서 ACL 우승을 경험했는데, 당시에는 중동이나 일본 팀들이 지금처럼 투자하지 않았다. 지금은 우리보다 열 배 이상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아까 그렇게 말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원화는 어렵다. 그대로 맞대결을 해도 힘들다. 우리가 아시아의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리그에서 예선 탈락하면 의미가 없다. 우리가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툰다면 K리그 팀들이 최소 8강 이상은 가고, 4강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K리그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용병들도 수급할 수 있을 것이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높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김: 나도 그때를 돌아보면 지금과는 달랐던 것 같다. 분명 우리는 다른 나라와 스타일이 다르지만, 한국 팀들의 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토너먼트에서 그런 상황을 많이 경험했고, 그런 경험들이 순간적인 집중력을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줬을 때 그것이 시너지를 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선수들로부터 집중력을 끌어낼 수 있을지를 많이 생각한다.
-ACL에서 목표로 하는 성적과 팀 내에서 기대되는 선수가 있다면.
▲신: 리그와 ACL을 병행하니까 ACL은 조별 라운드를 통과하는 게 우선이다. 조별 라운드를 통과하면 팀을 재정비해서 내년에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려고 한다. 지금 당장은 이야기하기 힘들다. 사실 ACL에서 말컹 같은 대형 스트라이커가 팀에 큰 도움을 줘야 하는데, 지금은 부족한 부분이 있다. 말컹이 A매치 휴식기 동안 많은 노력을 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 강원이 이원화해서 ACL을 치르는 게 쉽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최대한 첫 승을 빨리 거두는 게 1차 목표다. 우리는 분위기 싸움이다. 어린 선수들, 성장해야 하는 선수들이 많다. 첫 승을 빨리 한다면 ACL에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분위기를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
ACL은 국내 선수들도 동기부여가 있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크다. ACL에서 잘했을 때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가브리엘 선수가 조금 더 ACL에서 많은 동기부여를 갖고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길 바란다.
▲김: 조별예선은 통과하고 싶다. 첫 경기가 중요하다. 강원전이 토요일에 있고, 첫 ACL 경기가 화요일에 열린다. 정 감독에게 경기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부탁했다. 구단과 잘 소통해서 조정되길 바란다. 제시 린가드가 가장 기대가 된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도 했고, 프리미어리그도 뛰었지만 ACL은 처음이라 많은 준비를 하는 거로 알고 있다. 린가드에게 기대를 걸겠다.
▲박: 우리의 현실적 목표는 내년 ACL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기대되는 선수는 오늘 같이 온 김인성 선수다. 그동안 경 기를 많이 뛰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ACL에서는 출전 시간을 늘려서 책임감과 부담감을 주려고 한다. 김인성 선수가 기대가 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