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시드니, 유준상 기자) 불펜피칭과 라이브BP(배팅/피칭)에 이어 자체 청백전까지 흐름이 매우 순조롭다. 사령탑은 물론이고 모든 코칭스태프가 그를 주목하고 있다. '우완 영건' 최지강(두산 베어스)이 첫 실전 등판에서 만족스러운 투구 내용을 남겼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14일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블랙타운 베이스볼 스타디움에서 자체 청백전을 소화했다. 경기는 5회초까지 진행된 가운데, 청팀의 2-0 승리로 마무리됐다.
스프링캠프 첫 실전이었기에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다. 양의지와 박준영 등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선수들은 경기 출전 대신 휴식을 취하면서 컨디션을 관리했고, 한 이닝에 두 차례 타석에 들어선 타자도 있었다. 정식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날 이승엽 감독도 "결과를 갖고 이야기하기는 좀 이른 감이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 등에 중점을 둘 것 같다. 타자들이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면서 감각을 익혀야 한다. 결과를 갖고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실전 감각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도 두산 입장에서 첫 청백전에서 성과를 찾는다면, 역시나 우완투수 최지강의 호투였다. 백팀 소속으로 선발 김유성(2이닝 3피안타 1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두 번째 투수 이병헌(⅔이닝 3피안타 2탈삼진 2실점)에 이어 구원 등판한 최지강은 2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불펜피칭과 라이브 피칭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한 최지강은 최고구속 151km/h를 마크했다.
불펜에서 충분히 몸을 풀고 마운드로 향한 최지강은 연습 투구부터 140km/h대 후반의 공을 뿌렸다. 4회초 선두타자 장승현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했으나 후속타자 오명진의 2루수 땅볼 때 선행주자 장승현을 2루에서 잡았고, 1사 1루에서는 안승한의 2루수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투구수는 단 7개에 불과했다.
경기는 4회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승엽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5회초까지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최지강의 투구수가 앞서 올라온 투수들보다 비교적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최지강의 구위나 컨디션을 좀 더 확인하고 싶었다.
효율적인 투구로 4회초를 매듭지은 최지강은 5회초 선두타자 정수빈과의 승부에서 중견수 뜬공을 기록한 데 이어 헨리 라모스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2사에서는 김인태를 초구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3아웃 이후 라모스가 이 감독의 지시로 한 번 더 타석에 들어섰다. 기록에 반영된 승부는 아니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한 최지강은 공 1개 만에 1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완수했다.
청백전과 팀 미팅 이후 더그아웃 근처에서 기자를 만난 최지강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라이브BP 때 더 좋았던 것 같긴 한데, (오늘) 느낌이나 컨디션도 좋았다"고 자신의 투구 내용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또 "불펜피칭과 라이브피칭을 통해 준비한 것들이 실전에서 잘 나와 기분이 좋다. 조웅천 투수코치님께서는 항상 스트라이크 투구를 강조하시는데 존에서 벗어난 공이 한두 개뿐이라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광주동성중-광주동성고-강릉영동대 졸업 이후 2022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최지강은 입단 첫해 2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으나 지난해 25경기 22이닝 2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5.32로 경험을 쌓았다.
시즌 개막 전부터 눈도장을 찍은 최지강은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했고, 4월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에서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기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이승엽 두산 감독에게 첫 승을 안긴 투수가 바로 최지강이었던 것이다.
최지강은 4월 한 달간 12경기 10⅔이닝 1승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38로 준수한 성적을 올렸으나 5월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결국 6월 4일 엔트리 말소 이후 두 달 넘게 2군에 머물렀고, 8월 말 콜업 이후 8경기 7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2.35의 성적을 남겼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음을 다잡은 최지강은 차근차근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 이맘 때 최고구속은 147km까지 나왔다. 겨울에 잘 먹고 잘 자고 열심히 웨이트 트레이닝한 것이 구속 향상으로 이어진 것 같다"며 "남은 캠프 기간에도 전력투구, 스트라이크 투구 등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들만 신경 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최지강의 투구를 지켜보던 한 구단 관계자는 "중간에서 한 명이라도 튀어나온다면 (상황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신, 홍건희, 정철원, 박치국 등 확실한 카드가 없는 건 아니지만 '뉴페이스'의 등장은 두산 불펜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최지강이 좋은 흐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지난해의 아쉬움을 만회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시드니, 박지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