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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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종주국다움 [포디움 스토리]

기사입력 2021.07.28 06:03 / 기사수정 2021.07.28 04:42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현세 기자)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이 올림픽 역사상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노 골드'를 조금은 낯설게 느끼는 분위기. 하지만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도전 정신과 끝까지 예를 갖춘 태도만큼은 금메달보다도 더 값진 성과를 낳았다.

대표팀은 27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이다빈의 여자 67kg초과급 결승전을 끝으로 이번 올림픽에서의 도전을 모두 끝마쳤다. 이다빈은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7-10으로 졌지만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이로써 대표팀은 총 6개 체급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얻고 모든 대회 일정을 마쳤다.

승자의 목에 걸리는 금메달이나 동메달과 달리 은메달은 패자가 받아들이게 되는 영광이다. 우리는 메달의 색이 어떻든 획득 자체만으로 값진 성과라 부르지만 은메달을 목에 건 선수의 표정에는 조금은 남다른 아쉬움이 묻어 있다. 이다빈도 마지막 순간에는 얕은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쉬움의 순간 뒤에는 금메달을 따낸 만디치를 향해 엄지를 들며 결과에 승복하는 예를 갖췄다.

태권도의 5대 정신은 예의, 염치, 인내, 극기, 백절불굴이다. 이다빈과 함께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다면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던 이대훈은 대회 첫 경기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도 상대 선수에게 엄지를 들어 올렸다. 이번 대회뿐 아니라 그는 지난 2016 리우올림픽에서도, 또 다른 대회에서도 그랬다. 그는 당시에도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승자를 인정하는 게 예의"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백 번 꺾여도 굴하지 않고 어떤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는' 백절불굴의 정신을 실천한 선수도 있었다. 지난 2014년에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암 2기 진단을 받고도 재기에 성공한 뒤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인교돈. 그는 남자 80kg초과급 준결승에서 북마케도니아의 데얀 게오르기예프스키에게 6-12로 지며 결승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슬로베니아의 이반 콘라드 트라이코비치를 5-4로 꺾고 많은 이에게 희망을 안겼다.

인교돈은 스물두 살의 어린 나이에 림프종 진단을 받고 도복을 입지 못했음에도 치료를 받으며 재기를 꿈꿔 왔던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뒤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때는 올림픽이라는 단어조차 생각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흘러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다. 투병하시는 분들이 나라는 선수로 인해 좀 더 힘내서 잘 이겨내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번 대회에서는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진입한 2000 시드니올림픽 이래 처음으로 금메달이 없다. 하지만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은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차세대 간판 장준을 통해 다음을 기대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선수인 이대훈과 이다빈의 탈락과 패배 속에서도 다시 한번 태권도 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어린 나이에 좌절을 맛본 인교돈의 재기를 통해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태권도 종주국은 이번에도 태권도 종주국다웠다.

사진=연합뉴스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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