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4-20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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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 데이' 연기, KIA의 기획은 왜 환영받지 못했나 [조은혜의 슬로모션]

기사입력 2021.05.18 05:48 / 기사수정 2021.05.18 04:51


[엑스포츠뉴스 조은혜 기자] KIA 타이거즈가 18일 예정했던 '의리의리한 데이' 이벤트를 연기했다. 5월 18일이 가지는 의미를 뛰어넘어 행사가 진행되어야 할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고, 애초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KIA는 지난 17일 공식 SNS 등을 통해 "KIA 타이거즈는 팬 여러분들의 우려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18일 예정된 '의리의리한 데이'를 연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앞서 KIA는 SSG 랜더스와의 홈경기가 열리는 18일을 신인 이의리 주인공의 '의리의리한 데이'로 정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했다. 입장 관객 선착순 1000명에게 '의리' 티셔츠를 배포, 모든 좌석과 이의리 마킹 키트를 30% 할인 판매하고 '의리'라는 이름을 가진 팬 가운데 공모를 통해 시구 및 시타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행사였다. 그러나 이벤트의 내용이 발표되자마자 팬들의 반발이 거셌다. 

'광주의 팀' KIA는 5·18 민주화운동을 되새기고 추모하는 의미로 그간 5월 18일에 열리는 홈경기에서는 응원단을 운영하지 않았다. 그나마도 1999년까지는 5월 18일에 홈경기 자체를 열지 못했던 KIA였다.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여전히 아픔이 있는 비극적인 역사를 기리는 날, 지역 전체가 차분해지는 만큼 야구장에서도 소리 내어 승리를 외치기보다 마음으로 응원하며 조용히 이 뜻을 함께 해왔다. 광주를 연고로 하는 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추모의 방식이기도 했다.

구단이 이 날짜가 가지는 숭고함을 등한시할 의도야 절대 없었겠지만, 결국 이벤트 시점에 대한 실수가 그런 모양새를 만든 셈이 됐다. 이벤트 추진은 지역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컸고, 이 목소리들은 KIA 팬에 국한되지 않았다. 떠들썩한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최대한 조심해도 모자랄 날에 굳이 신인의 이름까지 내걸어가며 행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었다. 


또 다른 아쉬움의 이유는 18일이 비로 경기가 밀리기 전까지 이의리의 선발 등판 예정일이었다는 점이다. 많은 구단들이 선수 한 명을 테마로 진행하는 '플레이어 데이'에서 투수가 주인공인 경우는 많지 않다. 선발이 아니라면 등판이 유동적이고, 선발이라면 긴 이닝을 책임지기 위한 물리적, 정신적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를 배려해서다. 특히 선발투수의 경우 등판일에는 사소한 변수도 피해야 하는 만큼 행사를 하더라도 등판일은 제외하고 일정을 조율하곤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행사일에는 베테랑도 부담을 갖기 마련이다. 경기를 잘 마치고도 압박감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멘털 좋기로 소문난 이의리라고 하더라도, 신인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던져야 할 때 두 배의 부담을 안을 수 있다는 우려는 자연스러웠다. 이벤트에서 이의리에게 맡겨진 일은 '잘 던지는 것' 뿐이었다고 해도 선수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원성이 빗발치자 KIA 구단은 입장문을 통해 "신인 선수에 대한 팬 여러분들의 응원과 격려의 마음을 전하고자 마련한 행사였으나 날짜 선정에 있어 사려 깊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하며 추후 적정한 날에 플레이어 데이를 실시하겠습니다. 5월 18일 경기 입장료 30% 할인은 그대로 유지되며, 18일 당일 경기를 관람하시는 모든 팬 여러분들께는 티셔츠 교환권을 지급하여 추후 공지되는 플레이어 데이 당일 또는 그 이후 홈경기에 티셔츠를 받으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알렸다. 예정된 이벤트 하루 전날이었다.

결국 이벤트는 연기가 되었지만 이의리도 자신의 이름과 '논란'이라는 단어가 함께 오가는 이 상황이 결코 마음 편할 리 없다. 구단이 기특한 신인을 더 부각하고 싶은 마음, 이를 팬들과 함께 하고픈 마음은 모두가 안다. 다만 그런 금지옥엽 신인을 위해서라도 이번 마케팅은 더 신중했어야 했다. 이제 막 프로에 입문한 '슈퍼 루키' 이의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날들은 앞으로도 차고 넘친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KIA 타이거즈, 엑스포츠뉴스DB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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