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7 20:17
스포츠

"좋은 투수로 성장할게요" 구승민은 다짐한다

기사입력 2015.06.04 11:09 / 기사수정 2015.06.04 11:09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포항구장 전광판에 선명하게 숫자 '400'이 새겨진 순간, 마운드 위에는 그가 있었다. 그는 이를 꽉 깨물며 다음을 기약한다.

KBO리그 최초 통산 400홈런. '라이온킹' 이승엽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는 기록이라고 여겨졌지만, 하나씩 하나씩 격차가 좁혀질 수록 과연 그 홈런을 맞는 '불명예 투수'는 누구일까 궁금증이 함께 커졌다. 

399호 홈런이 나오고 이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더군다나 이승엽은 그간 포항에서 유독 강해 '포항 사나이'로 불렸다. 상대는 롯데. 묘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지난 2003년 이승엽은 한 시즌에 무려 56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지금은 NPB 발렌틴의 60홈런에 밀려났지만, 그당시 일본-한국-대만을 통틀어 아시아 야구 역사상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었다. 

그때도 상대는 롯데였다. 이승엽에게 56호 홈런을 맞았던 투수는 이정민. 지금도 롯데 불펜에서 활약해주고 있는 베테랑 투수다. 

지난 2일 이승엽의 타구가 연속해서 멀리 뻗어나가 기대감을 드높였다. 다음날인 3일 롯데의 선발 투수는 신예 구승민이었다. 구승민은 이승엽과의 첫 대결에서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볼넷을 허용했다. 1회에만 5실점 하면서 분위기가 삼성쪽으로 흘러가던 3회말 이승엽을 다시 마주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힘차게 꽂았다. 두번째 공은 강민호의 몸쪽 사인이 났지만 제구가 되지 않았다. 140km/h짜리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렸다. 이승엽이 기다리던 실투였다. 주저하지 않고 정확한 스윙과 정확한 타이밍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딱' 맞는 순간 누가봐도 홈런이었다. 그렇게 구승민이 '역사의 조연'이 됐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친 구승민은 스포트라이트가 대선배 이승엽을 향한 사이, 마음 속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이 홈런이 계기가 되서 앞으로 더 집중하겠다.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겠다"고 누차 다짐했다. 

구승민은 올해 혜성처럼 등장한 유망주다. 지난해까지 1군 등판 기록이 딱 1경기 뿐이었지만, 이종운 감독에게 가능성을 인정 받아 기회를 잡았다. 첫 등판에서는 4⅓이닝 2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으나 이후 2경기에서 각각 4실점, 7실점씩 하며 2연속 패전 투수가 됐다. 1군 적응기가 험난하던 터다.

이승엽의 400번째 홈런이 그의 다짐대로 '성장 촉진제'가 될 수 있을까. 주연을 꿈꾸는 조연 구승민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구승민 ⓒ 포항, 김한준 기자]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