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시도민구단'이란 단어는 지금까지 한국 스포츠에서 축구 종목의 전유물이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뒤 전국 곳곳에 흩어진 '월드컵 경기장' 활용을 위해 탄생한 시도민구단은 이제 수도권과 영남의 중형 도시 곳곳에서도 탄생하는 중이다. 올해는 시도민구단 런칭 붐이 더욱 활활 타올라 경기도 북부의 파주시와 남부의 용인시, 그리고 부산 인접도시 김해시 등 총 3곳에서 팀을 만들어 K리그2에 뛰어든다.
올해 1~2부에 총 29팀이 경쟁을 하게 되는데 그 중 62%에 달하는 18개팀이 시도민구단인 셈이다.
반면 정체를 띠고 있는 기업구단은 10곳으로 오히려 열세다. 군팀인 김천 상무가 나머지 한 팀이다.
시도민구단이 꾸준히 늘어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축구계 혹은 세간의 시선이 달라진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출범 초기엔 "막대한 세금으로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다른 종목에선 K리그에 시도민구단이 늘어나는 것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기업이 프로축구에 관심 없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승강제가 본격화되고, 기업구단의 지출이 줄어들면서 시도민구단이 우승 경쟁까지 하는 상황이 오자 시선이 바뀌었다.
물론 '세금 구단'이란 비판은 기저에 계속 존재한다. 올해 말엔 18개 시민구단이 쓰는 돈을 모두 합칠 경우 2000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순효과를 조명하는 시각이 늘어난 것도 맞다. 지역 사회를 하나로 묶고 축구인, 더 나아가 스포츠인들에게 여러 일자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등 무형의 역할이 부각됐다. 시도민구단이 남자축구 단일 종목을 넘어 여자축구와 통합을 시도하거나 다른 종목까지 아우르는 스포츠클럽으로의 업그레이드 모색도 가능하게 됐다.
최근엔 시도민구단이 한국 축구와 한국 스포츠를 주도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광주FC에서 성공 신화를 쓰고 올 초 굴지의 기업구단 수원 삼성 지휘봉을 잡은 이정효 감독이 대표적인 예다. '언더독' 축구인을 시도민구단이 잘 발굴해서 훌륭한 '석세스 스토리'로 만드는, 일류기업에서나 일어날 듯한 일이 시도민구단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런 K리그의 시도민구단들이 올해부턴 새로운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 1200만 관중을 끌어모으며 한국 스포츠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야구에 시도민구단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2일 창단식과 함께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는 울산 웨일스가 바로 그 '시도민구단', '시도민야구단'이다.
그간 시도민구단이 축구, K리그의 전유물이었던 이유는 리그 시스템과 구장 환경 등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축구의 경우, 어지간한 기초자치단체가 하나씩은 갖고 있는 종합운동장을 개보수하고 가변좌석을 만들면 프로구단에 어울리는 관람 환경 조성이 가능했다.
여기에 1~2부 승강제가 이뤄지다보니 2부리그 신생팀으로 참가해 차근차근 구단을 키울 수 있었다.
반면 프로야구는 전국에 야구장 자체가 많질 않았고, 기업구단이 대다수로 가입 조건이 엄격한 KBO리그 10개 팀 체제가 폐쇄적이다보니 큰 돈을 들여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겠다는 지자체가 나타나도 창단 승인 받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런데 KBO리그 인기가 폭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선수들이 높은 연봉을 받는 KBO리그, 그리고 선수들이 운동을 이어가는 것 자체에 만족할 수빆에 없는 독립리그 등 간격이 큰 두 리그 체제 사이에서 '퓨처스리그(2군리그)' 구단을 운영하겠다며 울산광역시가 나선 것이다.
KBO가 지난 2년간 울산 등에서 일종의 교육리그인 가을리그를 진행했는데 평일 낮 경기임에도 2000~3000명의 관중 몰려든 것 등을 보면 울산이 퓨처스리그 팀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게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울산은 이미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 홈 경기를 개최한 번듯한 야구장도 갖고 있다.
여기에 독립리그보다 나은 보수 및 환경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걸어보고 싶다는 수많은 야구 선수들의 지원은 거꾸로 울산 웨일즈가 합리적인 경비로 운영되는 기초가 된다, 울산은 외국인도 4명까지 영입할 수 있는데 이들의 연봉 최대한도를 10만 달러(1억4000만원)로 제한했다.
다르게 해석하면 K리그의 시도민구단들이 그간 자기네들끼리만 경쟁하다가 울산 웨일즈라는 다른 종목 시도민구단과 장외 경쟁을 펼치게 됐다는 얘기가 된다.
울산 웨일즈가 연착륙하면 다른 지자체도 퓨처스리그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해 뛰어들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다. 울산 웨일즈가 추후 기업에 인수돼 KBO리그 신생팀이 되는 그림도 가능하다.
울산 웨일즈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국내 프로스포츠계에 화두를 던질지는 아직 모른다. 흥행과 선수 육성 면에서 예상 외 성공을 거둘 수도 있고, 기존 KBO리그 인기에 가려져 생각보다 외면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시도민구단'이란 형태를 독점화하던 K리그 구성원들에겐 울산 웨일즈의 경영, 흥행, 선수 육성, 지역 사회와의 호흡 등 모든 면이 신선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한국프로축구 테두리를 넘어 축구계가 울산 웨일즈의 첫 해를 면밀히 관찰할 수밖에 없다.
<체육부장>
사진=KBO / 엑스포츠뉴스DB / 울산 웨일즈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