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바타: 불과 재'를 직접 연기한 배우들과 제임스 카메론 감독.
(엑스포츠뉴스 오승현 기자) AI를 써도 힘든 모험, 꾀 부리는 법을 모르는 제임스 카메론과 인간이 해냈다.
3시간 17분의 긴 러닝타임. 파란 피부의 '나비족'과 비현실적인 판도라 행성의 모습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순간도 빠짐없이 나온다. AI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 현재, 2009년부터 엄청난 기술력으로 지구와 영화 역사에 충격을 안긴 '아바타'의 작업이 더욱 편해졌을 것만 같다.
"모든 시리즈에서 단 1초도 AI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자신있게 외쳤다. 확신과 소신이 있는 눈빛이었다. 그는 세계 최초로 진행된 '아바타: 불과 재' 한국 언론시사회 시작 전 영상에 등장해 AI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강조하며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실제 현장 영상과 '아바타' 속 영상을 공개하며 모든 것은 인간의 감정으로만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국내 취채진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도 "제가 굳게 믿고 있는 것은, AI가 배우들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들은 모든 이야기와 스토리텔링의 핵심적 요소다. AI로 이미지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독창성과 일관성은 없을 것"이라는 감독은 "배우가 해석하고 디자인한 인물은 AI가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훌륭하고 뛰어난 품질이 아닐 거다"라고 소신을 덧붙였다.
배우들의 표정, 감정, 몸짓이 모두 담긴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샘 워싱턴, 조 샐다나, 시고니 위버 등 배우들은 물 속에서의 장면이라면 실제 물에 들어가고, 눈물까지 흘리며 크로마키 장치가 가득한 촬영 현장을 판도라 행성으로 만들었다.
그 덕에 2009년 처음 '나비족'이라는 푸른 피부를 접했던 인간들이 그 누구보다도 이들을 친근하게 여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항상 함께하는 인류와 너무나도 닮은 감정과 표정, 몸짓 등에 이미 관객은 종족을 벗어나 깊은 몰입을 하고 있다.
지구를 대표하는 판타지 영화지만, 그 속에는 너무 현실적이고 섬세한 인간의 감정이 들어있다. 그게 '아바타'만의 매력이다.
"AI를 세세한 디테일에 활용하는 조수 정도로 쓰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제임스 카메론의 철칙 하에 만들어진 3편의 판도라는 더욱 존재할 것 같은 세상이 됐다.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와 함께 약 20여년을 보내며 자신의 머릿속으로 상상한 이미지를 높은 퀄리티로 만들어낼 수 있는 현대의 기술을 드디어 만났다.
3000명이 넘는 인원이 '아바타: 불과 재'에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는 그는 거의 영화의 모든 장면인 3500개의 VFX샷이 있다고 밝혔다.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아닌 '아바타'만의 장르를 확고히 굳힌 것.
캐릭터뿐 아니라 판도라의 동물들, 나무 한 그루, 나뭇잎 하나, 풀 한 포기마저 CG로 일일이 만든 '아바타' 팀은 30m에 달하는 공중선과 거대 크리처 이크란의 실물 세트마저 실제로 만들었다.
"우리는 가짜처럼 보이는 것들은 하지 않아요"
세컨드 유닛 감독 개릿 워렌이 자신있게 한 말이다. AI의 발전이 미미했던 순간부터 인류의 힘을 과시한 시리즈가 뚝심있게 돌아왔다.
'아바타: 불과 재'는 제이크와 네이티리의 첫째 아들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슬픔에 빠진 설리 가족 앞에 바랑이 이끄는 재의 부족이 등장하며 불과 재로 뒤덮인 판도라에서 펼쳐지는 더욱 거대한 위기를 담은 이야기다. 국내 1,362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을 거둔 '아바타'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17일 개봉.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오승현 기자 ohsh1113@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