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25년간 회장으로서 토트넘 홋스퍼를 이끌었던 다니엘 레비가 구단주 가문으로부터 사실상 '해임 통보'를 받으며 충격적으로 물러난 것으로 드러났다.
토트넘은 5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성명을 통해 "25년간 재임한 레비 회장이 오늘 사임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레비 회장은 공식 발표 당일 아침까지 자신의 사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구단 대주주인 루이스 가문이 트로피를 가져오지 못하는 레비 체제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비나이 벤카테샴 신임 CEO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위해 '기습 숙청'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토트넘을 25년간 이끌었던 레비 시대가 예고 없이 막을 내린 것이다.
영국 유력지 더 타임스는 이날 "다니엘 레비는 토트넘 회장직서 경질된다는 소식을 발표 당일 아침에야 접했다. 선수들 역시 회장의 사임 소식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제 최고 경영자인 비나이 벤카테샴이 구단의 일상 업무를 맡게 된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다니엘 레비는 목요일에 구단이 공식 발표하기 몇 시간 전까지 토트넘 홋스퍼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레비는 목요일 아침에 처음 소식을 접했고, 금요일 회의 일정을 미리 계획해 둔 상태였다"면서 "이 소식은 거의 25년간 토트넘을 이끌다 순식간에 물러나게 된 레비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선수단과 구단 스태프 역시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 직전 공식 성명이 발표될 때까지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이번 결정은 조 루이스의 두 자녀인 비비안 루이스 실버튼과 찰스 루이스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88세 아버지 조 루이스가 2022년 경영권을 가족 신탁에 넘긴 이후 구단 운영에 점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왔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루이스 가문과 가까운 한 소식통은 "이번 결정은 구단 매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가족들은 이제 경기장에서 더 큰 성공, 즉 더 많은 우승을 더 자주 거두기를 원한다. 벤카테샴, 토마스 프랑크 감독 등이 이끄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레비 회장의 경질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론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레비 회장 체제에서 보낸 지난 25년은 명암이 명확했다는 평가다. 2001년 부임 당시 8000만 파운드(약 1500억원) 불과했던 구단 가치를 현재 30억 파운드(약 5조6284억원)에 육박하는 글로벌 구단으로 키워냈다.
최첨단 경기장인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과 유럽 최고 수준의 훈련장을 건설한 것은 레비 회장의 가장 큰 업적으로 평가 된다. 딜로이트 풋볼 머니 리그는 토트넘을 세계에서 9번째로 부유한 구단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의 성과는 초라했다. 레비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토트넘이 들어 올린 메이저 트로피는 단 2개(2008년 리그컵, 2025년 유로파리그)에 불과했다.
팬들은 '짠돌이'로 불렸던 레비의 소극적인 투자와 낮은 연봉 지출 비율이 팀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것을 가로막았다고 끊임없이 비판했다.
이에 대해 더 타임스는 "'24년, 16명의 감독, 1개의 트로피. 변화의 시간'이라는 현수막은 팬들의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결국 구단주 루이스 가문은 비즈니스맨 레비를 내보내고, 아스널 출신의 축구 전문가 비나이 벤카테샴 신임 CEO에게 구단 전권을 맡기는 쪽을 택했다.
레비 회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함께 해온 일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담담한 작별 인사를 남겼다. 다만 하루아침에 그것도 당일 오전 통보라는 방식으로 경질에 가까운 작별을 하게 되면서 선수단은 큰 충격에 빠졌다.
팬들 또한 이별 방식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