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팀이 싫은 게 아니라 리그가 싫다.
독일 최고 선수가 자국리그의 폐부를 찔렀다. 그는 독일 최고 명문으로 김민재 소속팀인 바이에른 뮌헨 오퍼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리그'를 꼽았다.
이제 분데스리가 뛰기 싫다는 뜻이다. '세계 축구의 엘도라도'로 불리는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로망이 그에게도 있었다.
2003년생 독일 축구 초신성 플로리안 비르츠의 얘기다.
비르츠는 올여름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리버풀과 장기 계약에 사인할 예정이다. 최근 가족들과 몰래 영국을 다녀왔는데 거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맨체스터 시티가 아닌 리버풀을 선택했다. 리버풀은 비르츠를 구단의 새 시대 알리는 슈퍼스타로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키커, 스카이스포츠 등 독일 유력 매체들은 24일(한국시간) 비르츠가 리버풀 골랐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리버풀 구단 수뇌부가 비르츠 영입을 이미 승인했고, 비르츠도 리버풀과 6~8년 장기 계약을 할 태세다.
축구 선수인 누나의 바이에른 뮌헨 여성팀 입단까지 약속하며 비르츠의 영입을 확신했던 뮌헨은 그야말로 패자가 됐다.
스카이스포츠는 "뮌헨은 비르츠 영입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다른 두 명으로 타깃을 바꿨다"고 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일본 국가대표 윙어 미토마 가오루다.
리버풀은 비르츠 영입을 위해 최대 1억 5000만 유로(2332억원)에 달하는 메가톤급 이적료를 지불할 예정이다.
비르츠는 이미 리버풀과 개인 합의를 마쳤다. 현 소속팀인 레버쿠젠과 리버풀 사이의 이적료도 어렵지 않게 합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리버풀은 지난 2022년 여름 우루과이 출신 공격수 다르윈 누네스를 데려오기 위해 당시 8500만 유로(1322억원)를 지불해 구단 기록을 세웠는데 비르츠가 이를 훌쩍 경신하는 게 유력하다.
쾰른 유스 출신 공격형 미드필더인 비르츠는 지난 시즌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 사상 첫 우승을 무패로 달성했을 때의 주역이다.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골, 11도움을 기록하며 레버쿠젠이 뮌헨의 12시즌 연속 우승 야마을 깨트리고 정상에 오르는 일등공신이 됐던 비르츠는 이번 시즌에도 10골, 12도움을 올리며 두 시즌 연속 '10-10'을 이뤘다.
독일 이적시장 매체 트란스퍼마르크트가 매긴 시장가치도 1억4000만 유로(2177억원)다.
그런 그가 뮌헨의 낙관론을 무너트리면서 리버풀 입단을 통한 새 무대 도전을 선택했다. 뮌헨 수뇌부는 비르츠는 물론 그의 누나, 아버지까지 접촉하면서 '김칫국'을 마셨으나 비르츠는 냉정했다.
비르츠가 리버풀을 선택한 이유로 인해 독일이 들끓고 있다. 유럽 5대 빅리그 중 하나의 지위를 갖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분데스리가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뮌헨이 오랜 기간 '1강' 지위를 구축하면서 리그의 재미가 떨어지는 요소로 지적받고 있다. 여기에 거대 자본이 투입될 수 없는 각 구단 지배구조도 결국 돈이 프리미어리그에 몰리는 큰 배경을 차지한다.
'빌트'에서 뮌헨 구단을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티안 폴크와 토비 알트셰플은 24일 자신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통해 "비르츠의 아버지인 한스-요아힘 비르츠는 23일 뮌헨 디렉터를 맡고 있는 막스 에베를과 통화를 했다"며 "한스-요아힘 비르츠는 '아들이 분데스리가에서 5년을 뛰었다. 더 이상 독일에서 뛰고 싶은 생각이 없고 다음 도전,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을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비르츠의 생각은 분데스리가 스타플레이어들이 프리미어리그로 빠르게 이적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지난 시즌 뮌헨의 핵심 수비수였던 네덜란드 국가대표 마테이스 더 리흐트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는데 그는 이적할 때 "분데스리가는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프리미어리그는 인기가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비르츠도 더 리흐트의 발언을 반복한 셈이 됐다. 영국에선 '분데스리가는 시골리그'라고 놀리기도 한다.
다만 비르츠의 이적이 스타플레이어들의 무조건적인 프리미어리그 이동으로 연결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뮌헨은 미토마 외에도 크리스털 팰리스의 윙어 에체베리 에제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각광 받은 A급 공격 자원들을 구단 평균 연봉 200억원이라는 '돈의 유혹'을 통해 영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