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근한 기자) 두산 베어스 '83년생 42세' 베테랑 좌완 투수 고효준이 두산 데뷔전에서 최고 구속 146km/h를 찍는 놀라운 구위를 선보였다. 거기에 고효준은 29년 만에 베어스 소속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운 뒤 포효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두산도 5월 불펜 반등을 예감하는 분위기다.
고효준은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고효준은 지난달 17일 1년 총액 1억 원(연봉 8000만 원·인센티브 2000만 원)에 두산 구단과 계약했다.
두산은 2025시즌 초반 불펜진 과부하 현상으로 마운드 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산 구단은 베테랑 불펜 홍건희의 이탈부터 시작해 기존 좌완 불펜 자원인 이병헌의 부진으로 불펜진 보강이 필요하단 판단을 내렸다.
2002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고효준은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 그리고 롯데와 LG 트윈스를 거쳐 저니맨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2022년 친정 팀과 같은 SSG 랜더스로 돌아갔던 고효준은 2022시즌과 2023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고효준은 2024시즌 26경기 등판, 2승 1패 5홀드 평균자책 8.18로 주춤했다. 결국, 고효준은 2024시즌 종료 뒤 SSG 구단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홍건희 선수가 시즌 출발을 같이 못했고, 이병헌 선수 구위가 덜 올라왔다. 좌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고효준 선수가 계약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고효준 선수와 계약에 굉장히 반겼고, 현장에서는 구단에 감사하다"며 "육성선수 신분이라 5월 1일부터 곧바로 던질 수 있도록 주문했다. 어린 선수들 못지않는 공을 던졌다고 하더라. 기대가 크다"라고 바라봤다.
육성선수 계약으로 두산에 입단한 고효준은 1군 등록이 가능한 5월 1일 전까지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 0, 6탈삼진, 무사사구, 2피안타로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그리고 1일 잠실 KT 위즈전에서 곧바로 두산 데뷔전을 치렀다.
고효준은 이날 3-1로 앞선 8회 초 1사 뒤 마운드 위에 올랐다. 고효준은 선두타자 권동진과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146km/h 강속구로 루킹 삼진을 이끌었다. 고효준은 후속타자 황재균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지만, 강백호를 6구째 135km/h 슬라이더로 2루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매듭지었다.
고효준은 8회 초 이닝이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내려오면서 강렬한 포효를 선보였다. 고효준은 베어스 역대 최고령 등판, 최고령 홀드, 최고령 탈삼진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이날 42세 2개월 23일의 나이로 마운드에 오른 고효준은 1996년 9월 4일 대전 한화전(40세 5개월 23일)에서 '불사조' 박철순이 세운 종전 기록을 뛰어넘었다. 또 구단 사상 최고령 홀드(종전 이현승 2022년 6월15일 고척 키움전·38세 8개월 4일)와 최고령 삼진(종전 박철순 1996년 9월4일 대전 한화전·40세 5개월 23일)의 주인공도 고효준이 됐다.
하지만, 고효준의 투구는 허망한 무승부로 빛이 바랬다. 두산은 9회 초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안현민에게 동점 2점 홈런을 맞아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해 연장전 승부에 임했다. 두산은 10회 말 2사 1, 2루 기회를 놓친 뒤 11회 말 1사 3루 절호의 끝내기를 잡았다. 하지만, 두산은 대타 류현준이 전진 수비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이어진 2사 2, 3루 기회에선 조수행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3-3 무승부를 거뒀다.
사진=두산 베어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