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공항, 유준상 기자)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내야수 김하성이 팬들의 성원에 감사함을 전했다.
지난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를 끝으로 정규시즌 일정을 모두 소화한 김하성은 1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귀국했다. 많은 취재진과 팬들의 환영을 받으며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1년부터 빅리그 무대를 누빈 김하성은 지난해 첫 두 자릿수 홈런과 함께 기량 발전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그 상승세는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졌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디비전시리즈-챔피언십시리즈까지 자신의 몫을 다하며 팀에 힘을 보탰다.
그렇다고 해서 올 시즌에도 김하성의 자리가 보장돼 있던 건 아니다. 시즌 전 전망이 그리 밝진 않았기 때문이다. 팀 내 쟁쟁한 내야수들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김하성으로선 반드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했다.
지난 시즌의 활약에 안주하지 않은 김하성은 4월 한 달간 1할대 타율로 부진했다.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하며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고, 그만큼 강행군을 소화해야 했다.
그랬던 김하성이 5월 들어 타격감을 서서히 끌어올렸고,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7월 한 달 성적만 놓고 보면 89타수 30안타 타율 0.337 9타점으로, 홈런이 무려 5개에 달했다.
가파른 홈런 페이스를 보인 김하성은 일찌감치 지난해 홈런 개수(11개)를 넘어서면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예약했다. 주루에서도 빠른 발과 주루 센스까지 발휘하며 무려 38개의 도루를 성공, 내셔널리그 도루 부문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최종 성적은 152경기 538타수 140안타 타율 0.260 17홈런 60타점 OPS 0.749.
무엇보다도 김하성을 돋보이게 한 건 바로 수비다. 김하성은 넓은 수비범위와 안정적인 포구 능력을 뽐내며 팀뿐만 아니라 리그에서 인정받는 2루수로 거듭났다. '아시아 최초 내야수 골드글러브 수상' 가능성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김하성의 활약에 미국도 주목했다. 김하성은 지난달 미국 야구 전문 잡지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감독, 스카우트,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 아지 알비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등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최고의 2루수 수비 부문 1위에 올랐다. 메이저리그의 '전문가 집단'이 김하성의 잠재력과 능력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컸다.
또 김하성은 올 시즌 후반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MLB닷컴)이 소개한 올 시즌 최고의 2루수에 대한 기사에서도 언급됐다. MLB닷컴은 "김하성은 팀 내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로, 견고한 수비를 보여주고 있다. 타율·출루율·장타율·OPS·홈런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고 김하성의 시즌 활약상을 집중 조명했다.
9월 한 달간 1할대 타율에 그친 김하성은 이 기간 홈런을 단 1개도 생산하지 못하면서 눈앞에 다가왔던 20홈런-20도루 고지를 밟지 못했다.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일찍 시즌을 마감해야 했지만, 더 나은 내년을 꿈꾸고 있다. 김하성은 당분간 국내에서 내년 시즌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프로그램으로 서서히 몸을 예정이다.
한편 김하성은 빅리그 4년 차인 2024년, 조금 특별하게 시즌을 시작한다. LA 다저스와의 개막 시리즈가 미국이 아닌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MLB 사무국은 지난 7월 13일 2024년 MLB 정규시즌 동안 미국과 캐나다를 벗어나 4개국에서 MLB 월드투어를 진행한다고 발표했고, 2024년 3월 20일과 21일 양일간 서울에서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시즌 개막 2연전을 치르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 MLB 정규시즌 경기가 진행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에릭 그루프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CEO는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MLB 경기를 할 수 있게 돼 매우 흥분된다. 한국은 풍부한 야구 전통과 열정적인 팬들, 그리고 뛰어난 선수들이 있는 정말 대단한 야구의 나라이다. 파드리스는 다저스와 함께 글로벌 앰버서더로서 역사적인 2024년 한국에서의 개막시리즈에 참여할 수 있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구단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소감을 전했던 김하성은 "내가 파드리스에 입단했을 때 나의 조국에서 샌디에이고와 메이저리그를 대표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가쁘고 행복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나의 팀 동료, 스태프, 코치진을 우리나라에 초대해 이런 좋은 기회를 같이 경험할 수 있게 돼서 내게 너무 특별하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한국에서 파드리스 팬들이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음은 김하성과의 일문일답.
-한 시즌을 끝낸 소감은.
"좋기도 하고 아쉽기도 한 시즌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다."
-여러모로 큰 발전이 있었던 시즌인 것 같은데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항상 시즌 전 목표가 전년도보다 좀 더 성장하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게 목표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얻은 것 같아서 괜찮다. 한편으로는 시즌 후반에 좋지 않은 경기력이 나온 건 많이 아쉽다."
-친한 동생인 이정후 선수가 MLB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조언을 해준다면.
"사실 (이)정후한테는 조언할 게 딱히 없다. 워낙 완성형에 가까운 타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본인이 스프링캠프부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고 적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정후가 먼저 연락을 하게 된다면 어떤 얘길 해주고 싶나.
"딱히 생각해보진 않았다. 내가 느낀 것들에 대해선 충분히 말해줄 생각이고, (MLB가) 쉬운 곳이 아니기 때문에 잘 준비하라고 얘기할 것 같다."
-10일 고척 삼성-키움전에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직접 이정후를 보러 왔는데, 이정후가 '지구 라이벌팀' 샌프란시스코로 간다면 어떨 것 같나.
"그런 건 딱히 신경을 쓰지 않고, 정후가 잘하는 곳에 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같은 팀에서 뛰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는지.
"한국에서 (같이) 많이 뛰었기 때문에 정후가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부담은 주지 않으려고 한다."
-올 시즌 최대 성과는 장타력 상승인데, 본인이 생각할 때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비시즌에 최원제 코치님 등과 많은 훈련량을 소화했고, 폼 교정도 있었다. 처음에는 장타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절반은 성공인 것 같고 절반은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이 나타났기 때문에 비시즌에는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내년이 개인적으로도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보완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지금 말하기는 이른 것 같고, 좀 더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
-20홈런-20도루, 20홈런-40도루를 아쉽게 놓쳤는데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분명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아쉬움이 있어야 더 큰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내년에 더 좋은 목표를 세워서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
-골드글러브 수상 욕심도 날 것 같은데.
"욕심이 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는데, 일단 기대는 하고 있다."
-전날 이정후가 '하성이 형이 자신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두럽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올 시즌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상황 속에서는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첫 해 좋지 않은 성적을 냈고, 미국에 나갈 때 나이가 적었다. 많은 금액을 받고 갔는데, 좋지 않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앞으로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후배들이 혹시나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많은 한국 선수들이 목표를 크게 갖고 어릴 때부터 메이저리그라는 꿈을 갖고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지금은 후배들이 김하성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아직 부족하지만 결국에는 나도 선배들의 덕을 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선배들에게 너무 감사하다. 정후도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웃음)."
-현지에서 인기가 대단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자신의 매력 포인트는.
"일단 샌디에이고 팬분들이 너무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환호성이나 내 이름을 불러주고 하는 게 진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소리가 크다. 일단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허슬 플레이를 많이 하는 선수로 각인된 부분이 나를 좋아해주시는 이유인 것 같다"
-KBO리그 시절을 포함해 한 시즌 최다 도루를 기록했는데, 시즌 전에 어느 정도 목표했던 것인지.
"도루 같은 경우 확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조건 많이 뛰는 것보다 확률이 좀 중요한데, 확률이 좋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더 성공률을 높여서 많은 도루를 기록하고 싶다.
-같은 선수이자 친한 선배로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부분에 대해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정후는 타격도 되고 수비도 되고 주루도 되는 선수다. 그런 부분이 정후의 강점이고, 충분히 해외 선수들과 경쟁하더라도 밀리지 않을 것이다."
-8월 22일 마이애미전 이후 홈런이 나오지 않아서 팬들도 안타깝고 본인도 아쉬웠을 텐데, 체력적인 부분 이외의 요인이 작용했나.
"일단 체력이 첫 번째였던 것 같고, 지난해보다 많은 포지션을 더 많이 소화했던 것 같고 더 많이 도루를 시도하면서 이런 것들로 인해 후반기에 체력이 좀 떨어졌던 것 같다. 이런 부분도 잘 보완해야 할 것 같다."
-세대교체를 시도한 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후배들을 지켜본 소감은.
"하이라이트로 경기를 봤는데, 일단 금메달을 땄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축하한다. 나도 아시안게임(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가서 금메달을 땄지만, 그런 부담감을 잘 이겨내준 것 같다.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좋지 않은 성적을 냈음에도 다음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준 후배들에게 너무 고맙다. 결국 나도 한국 야구를 많이 알려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후배들도 그런 책임감을 갖고 뛰어준 것 같다."
-국내에서의 계획은.
"쉬면서 준비해 둔 스케줄에 맞춰서 몸을 만들고 훈련할 생각이다."
-내년에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한국에서 열리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많이 기대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하는 게 처음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큰 것 같다. 후배들, 또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이 와서 경기를 봤으면 좋겠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꿈을 키워나갈 수 있지 않나. 팬분들도 정말 좋아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갈 수 있는 것에 대해 정말 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트레이드 가능성도 언급돼서 불안한 마음이 없잖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면에서 올겨울을 조금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트레이드라는 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잘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 한국 오는 것에 대해 매니 마차도나 페르난도 타티스 등 친한 선수들과 얘기를 나눈 게 있는지.
"엄청 말이 많은데, 선수들이 원하는 건 최대한 들어줄 생각이다. 너무 많아서 여기까지만 말하겠다(웃음)."
-끝으로 팬분들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올 시즌도 너무 큰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 덕분에 해외에서 더 열심히 뛰고 노력할 수 있었던 것 같다. 2024시즌에도 더 큰 즐거움과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잘 준비해서 만나뵙도록 하겠다."
사진=인천공항, 박지영 기자/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