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기량과 잠재력은 '진짜'였다. 두산 베어스 우완 루키 김유성이 프로 데뷔 첫 등판에서 사령탑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9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앞서 "김유성의 구위는 1군에서 통할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으면서 포수가 요구하는 코스로 로케이션이 되느냐 등을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유성은 전날 두산이 1-4로 끌려가던 8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7일 1군 등록 후 이틀 만에 프로 무대 데뷔전에서 29개의 공을 뿌렸다.
출발은 깔끔했다. 선두타자 최정을 149km짜리 직구로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어 에레디아를 129km짜리 슬라이더로 타이밍을 뺏으면서 2루수 땅볼로 잡고 쉽게 아웃 카운트 두 개를 잡았다.
다음 타자 오태곤이 1루수 양석환의 포구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잠시 고비를 맞기도 했다. 제구 난조 속에 한유섬, 김성현에 연이어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두산 벤치는 투수 교체 대신 김유성에 투구를 이어가도록 했다. 포수 장승현이 한 차례 마운드를 방문해 김유성을 격려했고 김유성은 곧바로 후속타자 박성한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 감독은 일단 "생각보다 투구수가 다소 많았다"라면서도 "데뷔전인 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고 보여진다. 게임을 계속 나가게 되면 더 안정된 피칭을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장승현도 "직구 구위는 물론 커브와 슬라이더, 스플리터 모두 좋다. 데뷔전은 긴장했을 텐데 자기 공을 잘 던진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김유성의 프로 데뷔는 선수의 어두운 과거로 인해 크게 늦춰졌다. 김해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0년 지역 연고팀 NC 다이노스에 1차 지명을 받았지만 내동중학교 3학년 시절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고 NC가 지명을 철회하면서 김유성은 고려대학교에 진학했다.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에 선택을 받았을 때도 피해자와 관계 회복이 이뤄지지 않아 구단과 선수 모두 큰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김유성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에 용서를 구했고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1군의 부름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 폭력 논란이 피해자의 용서로 합의가 이뤄진 만큼 김유성이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야구 외적인 제약은 없어졌다. 부상이나 부진만 아니라면 두산 투수진의 핵심 유망주로 기회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감독은 "우리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철원, 홍건희, 박치국 등 필승조 자원들이 있다"며 "김유성은 이기고 있을 때 나가기에는 부담이 조금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유성이 1군에서 경험을 쌓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당연히 지금보다는 중요한 상황에서 나갈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등판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기용 계획을 밝혔다.
김유성은 "첫 등판은 설레기도, 떨리기도 했다. 더그아웃에서 형들이 계속 파이팅을 해줬고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장) 승현이 형도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주자가 나갔을 때 흔들린 점은 아쉬웠고 보완해야 한다. 다음 경기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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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