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5-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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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인사이드] 일본 피겨, 98대의 카메라에 담긴 야심

기사입력 2009.02.18 12:46 / 기사수정 2009.02.18 12:46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아사다 마오(19, 추코대 입학예정)에 대한 일본의 기대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

피겨 여왕' 김연아(19, 고려대 입학예정)에게 쏟아지는 국내의 관심보다 더한 시선이 아사다 마오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아사다 마오가 세계선수권과 2010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느냐에 매스컴과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리플 악셀 두 번'은 언제나 주요 이슈거리입니다.

98대의 고밀도 카메라에 담긴 꿈과 야망

아사다 마오에게 기대하는 것이 큰 것만큼, 지원도 아낌없이 해주자는 것이 일본 측의 방침입니다. 최근, 아사다의 주요 연습 링크인 추코대 아이스링크의 서브 링크가 개장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링크의 천장에는 무려 98개의 구멍이 뚫려있습니다. 이 구멍에 최첨단 고감도 카메라를 설치해서 선수들의 동작을 점검하겠다고 추코대의 기타가와 학장이 밝혔습니다. 비디오카메라 분석의 장점은 선수들의 동작을 세밀하게 체크하고 선수가 직접 자신의 동작을 확인하는 점입니다.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과 투자는 대대적입니다.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 것을 확인한 일본 피겨는 아사다 마오를 비롯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가능성 있는 어린 몇 명을 선발해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훈련 시스템은 유명합니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무라카미 카나코(15, 일본)와 후지사와 유키코(13, 일본)는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성장한 유망주들입니다.

일본 측의 목적은 많은 수의 고밀도카메라를 통해 아사다 마오를 비롯한 일본 피겨 선수들의 동작을 체크하는데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은 비디오카메라 훈련이 없었던 국내의 상황을 생각할 때, 부러운 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연아의 전 스승이었고 현재, '국내 유일의 남자 피겨스케이팅 대표'인 김민석(16, 불암고)을 지도하는 김세열 코치는 "피겨스케이팅에 있어서 비디오 분석의 장점은 선수가 직접 자신의 동작을 보고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찍혀진 자신의 동작을 보고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를 확인하면 코치가 말로 단점을 언급하는 것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국내 피겨 챔피언'인 김나영(19, 인하대 입학예정)의 전 스승이자 '피겨 신동' 이동원(13, 과천초)의 지도자인 신혜숙 코치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전문적인 비디오카메라 훈련은 없었다. 현재는 학부모님들과 코치들이 소규모의 비디오카메라로 찍어서 확인하는 정도이다. 미국와 캐나다의 경우를 보면 그곳은 피겨전용링크마다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연습이 끝나고 나면 선수와 코치가 함께 동작을 보면서 연구하는 모습이 그곳은 낯설지 않다"라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 비디오카메라 훈련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피겨 전용링크장이 없기 때문에 비디오카메라 훈련을 실시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습니다. 국내의 선수들은 대관시간에 맞춰서 매일 두 세 곳의 링크장을 옮겨 다닙니다. 보통 두 시간에서 길게는 세 시간 동안 적지 않은 대관료를 내고 빌린 링크장에서는 훈련에 전념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카메라를 설치할 시간과 같은 동작을 여러 번 찍어야 하는 시간적 여유가 줄어들게 됩니다. 또한, 고밀도 카메라 설치비와 대여비에 들어가는 만만치 않은 비용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죠. 국내 선수들의 부상을 줄이고 나쁜 습관을 버리게 하려면 비디오카메라를 도입한 과학적인 훈련 방법은 반드시 도입돼야 합니다. 최근 피겨에 대한 열기는 뜨거워지고 있지만 피겨 환경은 아직도 열악하기만 합니다. 현실적인 여건을 생각할 때, 98대는 안되더라도 몇 대의 고밀도카메라가 설치될 전용링크장이 건립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선수들의 동작을 체크할 고밀도카메라의 도입이 어려운 편입니다. 하지만 학부모들과 코치들이 8mm 카메라로 선수들을 직접 찍는 환경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고밀도카메라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많은 수의 고밀도카메라가 과학적인 분석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이 훌륭한 선수를 키우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선수들의 미세한 동작을 분석하고 바르게 가는 길을 제시해주는 것은 좋지만 잘못된 기술을 고치려면 '시간'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지만 피겨스케이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처음에 기초를 잘못 배우면 나중에 그것을 고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사다 마오가 수년 동안 '플러츠'를 고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잘못 배운 기초는 되도록 빨리 고쳐야 효과가 큽니다. 그러나 몇 년 동안 꾸준하게 뛰어온 점프를 단시일 내에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아사다 마오에게 필요한 것은 98대의 카메라보다 '시간'입니다. 고밀도카메라로 모든 동작을 세세하게 체크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에 앞서서 점프를 다듬고 기술을 고칠 '시간'도 매우 필요합니다.많은 수의 고밀도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동작을 점검하면 득이 될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점검'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좋은 기술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김연아를 비롯한 국내 피겨 유망주들의 점프는 대부분 국제무대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본기가 탄탄하고 정석적인 기술을 익힌 보상을 받는 것이죠. 지금까지 고밀도카메라를 동원한 최첨단 훈련이 없었어도 국내 피겨 선수들은 기초가 탄탄한 기술을 꾸준히 익혀왔습니다. 최첨단 훈련이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98대의 카메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릴 적부터 착실하게 익혀온 '기본기'입니다.

[사진 = 2008~2009 그랑프리 파이널에서의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강운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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