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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줌인] '금메달보다 더 기적같은' 박상영의 펜싱 인생

기사입력 2016.08.10 09:49 / 기사수정 2016.08.10 09:49


[엑스포츠뉴스 김미지 기자]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펜싱 에페 종목에서 박상영(21, 한국체대)이 기적같은 금메달을 일궈냈다. 다른 이들보다 늦게 검을 잡은 그는 금메달보다 더 기적같은 펜싱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연습 천재'로 불리는 박상영의 펜싱 역사를 되짚어봤다.

▲ 중학교 2학년, 체육교사의 권유로 펜싱 첫 입문.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이 10살 전후로 펜싱을 시작하는 것과 달리 박상영은 중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펜싱을 접했다. 진주제일중학교 시절 체육교사로 재직중이던 전 국가대표 현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것. 현희는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2002 부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에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낸 스타 플레이어였다. 그의 남편 정순조 역시 펜싱 국가대표 출신이다. 박상영은 정순조-현희 부부의 도움으로 펜싱에 입문했다.

펜싱을 시작할 때 부모님의 반대는 심했다. 운동을 시키기에 박상영은 공부를 잘했다. 게다가 당시 가정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지면서 아들의 운동 생활을 제대로 지원해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한참을 반대했던 박상영의 부모님은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훈련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고 결국 그의 꿈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 '연습 벌레' 박상영, 최연소 국가대표 발탁과 부상이라는 큰 시련.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욱 더 연습과 훈련에 매진해야 했던 박상영은 지독한 '연습 벌레'로 불렸다. 리우올림픽 펜싱 해설을 맡은 KBS 최병철 해설위원에 따르면 박상영은 "인생에 펜싱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선수였다. 그렇게 구슬땀을 흘리던 박상영은 펜싱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일을 냈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지독하게 연습만 하던 박상영은 이후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돼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아시안 게임을 넘어 박상영은 전 세계 톱클래스 선수들만 출전하는 올림픽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 부상이라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지난해 3월 왼쪽 무릎 십자인대에 부상을 당하며 수술을 받았다. 간신히 그해 12월부터 다시 펜싱 훈련을 시작했지만 국내 무대에서 허무하게 패하는 일이 생겼고, 세계 랭킹 순위는 100위권 밖까지 떨어졌다. 누군가 "박상영은 이제 끝났다"라는 말까지 해 박상영은 심한 자괴감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박상영은 좌절 속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펜싱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연습 또 연습'하는 훈련을 지속했고 이후 100위권 밖에 있던 랭킹을 21위까지 끌어올리는 기적의 행보를 보였다.


▲ 꿈의 무대 올림픽 피스트에 선 박상영, 그리고 금메달.

그리고 다가온 꿈의 무대인 리우올림픽. 금메달 따는 꿈만 세 번을 꿨다는 그의 당초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올림픽이라는 높은 벽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체전 준비와 함께 자연스럽게 개인전에서도 좋은 결과를 낳았다. 10살이나 차이가 나는 대표팀 선배 정진선(32, 화성시청), 박경두(32, 해남군청)의 열렬한 응원 속에 박상영은 승승장구했다.

16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엔리코 가로조(27, 이탈리아)를 만난 박상영은 치열한 접전 끝에 15-12로 8강행을 확정했다. 8강에서는 세계 랭킹 10위인 맥스 하인저(29, 스위스)를 15-4로 꺾었고 4강에서는 세계 랭킹 13위인 벤자민 스테펜(34, 스위스)를 꺾었다. 박상영의 앞에서 세계 랭킹은 단순한 숫자에 불과했다.

금메달을 위한 마지막 승부는 노장의 투혼을 보여준 제자 임레(41, 헝가리)와 진행됐다. 10-14로 끌려가던 박상영은 마음을 다잡고 상대를 흔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동시타만 나와도 바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더욱 더 집중해야 했다. 박상영은 순식간에 5점을 끌어내며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그야말로 기적같은 순간이었다. 20살이나 어린 선수에게 허무한 패배를 당한 제자 임레는 경기 후에도 한참이나 넋이 나가 있을 정도였다.

금메달을 확정짓고 온 몸으로 피스트를 뛰어다니던 박상영은 경건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보낸 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었다"며 또 한 번의 기적을 예고했다. 박상영은 금메달을 수확한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단체전 준비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한편 박상영, 정진선, 박경두가 출전하는 남자 에페 단체전은 오는 14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진행된다.

am8191@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김미지 기자 am8191@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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