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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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 지단을 만들 후반 25분 아찔한 승부수 [XP분석]

기사입력 2016.05.29 07:03 / 기사수정 2016.05.29 07:36

조용운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선수들의 시야와 몸이 자연스레 전방을 향했다. 최후방 수비진도 서서히 라인이 올라왔고 그럴수록 노릴만한 공간이 보였다. 

후반 25분. 지금이 지네딘 지단 감독이 기다렸던 순간이었고 레알 마드리드는 보란듯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흐름을 잡은 듯 보였던 아틀레티코는 갑자기 빨라진 레알 마드리드에 당황하면서 뒷선의 조직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매의 눈으로 바라본 지단 감독은 곧바로 교체카드를 연거푸 꺼내들었다. 토니 크로스 대신 이스코, 카림 벤제마 대신 루카스 바스케스를 투입하면서 스피드로 상대를 공략하겠다는 뜻을 확실하게 내비쳤다. 효과는 분명했다. 돌격대장을 연이어 넣으면서 상대 골문을 위협한 레알 마드리드는 득점 기회를 확실하게 잡았다. 지단 감독의 생각대로였다.

다만 지단 감독의 변수에 상대 골키퍼 얀 오블락이 없었다. 오블락의 선방으로 아쉽게도 지단 감독의 수가 통하지 않았고 이는 아틀레티코에게 또 다른 기회로 이어졌다. 결국 아틀레티코는 상대의 파상공세를 잘 이겨낸 뒤 후반 34분 야닉 카라스코의 동점골로 패색이 짙던 경기를 1-1 원점으로 돌리는데 성공했다. 

비수가 통하지 않은 지단 감독의 수는 남은 시간 레알 마드리드를 괴롭히는 수가 됐다. 후반 이른 시간에 다니엘 카르바할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의도치 않은 교체카드를 썼던 레알 마드리드는 지단 감독의 승부수로 꺼냈던 2명의 투입으로 너무 일찍 교체카드를 소비하게 됐다.

경기가 연장으로 흐르면서 지단 감독은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결승을 앞두고 당한 부상으로 원래부터 몸이 좋지 않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가레스 베일마저 후반 막판부터 다리에 근육 경련이 일어나면서 전방의 속도와 활동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이스코와 바스케스는 큰 경기에 위축이 됐는지 왕성한 체력에도 분위기를 바꾸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곧 승부차기의 고민으로 이어졌다. 연장 내내 종아리를 매만지던 베일과 시종일관 무기력했던 호날두, 그밖에도 신체적으로 리듬이 안 좋아진 선수들까지 90분 안에 승부를 결정짓지 못한 자신의 선택이 만들어낸 안 좋은 그림을 보며 마지막 선택을 해야했다.

그래도 지단 감독의 배짱은 두둑했고 선수들을 믿었다. 슈팅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베일을 과감하게 키커로 내세웠고 마지막 5번째 방점을 찍을 선수로 호날두를 택했다. 이들은 지단 감독의 믿음에 제대로 보답했고 조금 미뤄졌던 운데시마(11번째 우승)의 환희를 마음껏 즐겼다.

참 아찔하고 진땀이 났던 지단 감독이지만 결승서 행한 선택은 앞으로 지도자 생활에 값진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아는 지단 감독도 그제서야 미소를 보이며 자신의 사령탑 첫해 엄청난 성과를 만끽했다. 

puyol@xportsnews.com / 사진 ⓒ AFPBBNews=news1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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