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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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동' 배우 임주환이 만들어 나가는 연기의 길 (인터뷰)

기사입력 2015.04.20 06:45 / 기사수정 2015.04.20 00:01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스튜디오로 들어서는 배우 임주환의 모습은 지난 3개월 간 브라운관에서 만나던 '빛나거나 미치거나' 속 긴 머리와 황자 의상의 왕욱과는 사뭇 달랐다.

전날 있었던 드라마 종방연 후 다음날 오전 이른 시간에 바로 이어진 일정. "녹차가 (몸에) 더 좋다는데, 졸린 것 깰 때는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여러 음료 중 캔커피를 집어 들며 "컨디션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시원하게 웃어 보이는 얼굴에선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온 인간 임주환의 분위기가 살짝 스쳐간다.

배우 임주환, 혹은 인간 임주환. 그를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것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 '빛나거나 미치거나',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는 작품이길

임주환은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에서 태조 왕건의 다섯 번째 아들 왕욱을 연기했다. 왕욱은 25명의 황자들 중 가장 뛰어난 외모의 소유자는 물론, 명석한 두뇌와 출중한 무예를 겸비했다고 소개되는 역사 속 실존 인물.

임주환에게 본인에게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라고 얘기하자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치며 웃는다. 그리고는 이내 "좀 더 좋은 모습을 남기고 싶은 욕심은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했던 캐릭터가 잘 됐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야 다음 작품에서 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차분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는다.

왕욱이라는 인물이 극 속에서 캐릭터화 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에 임주환이 느꼈던 부담 역시 만만치 않았었을 터. 그는 "왕욱은 역사 속에 있는 사람이기에 또 그 범주를 벗어나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자신감이 넘치고, 본인에 대한 아픔은 있지만 여유로운 사람'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상황까지도 대본을 보고 만들어가야 했으니까. 그게 숙제였던 것 같다. 장혁 선배님이나 이덕화 선배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 스토리라인이 쭉 이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캐릭터가 널뛰지 않을 수 있을지, 그 고민을 많이 했었다"며 왕욱과 함께 했던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강인한 모습 뒤에는 애잔한 로맨스도 숨겨져 있었다. '빛나거나 미치거나' 방송 내내 임주환과 함께 했던 단어 중 하나는 아마 '외로움'이었을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맞다"고 공감의 뜻을 표한 그는 "극 중에서 날 좋아하는 사람이 백묘(김선영 분)밖에 없었는데, 하지만 그도 결국엔 왕소(장혁)를 좋아했던 것이었다. 그래도 공감대가 형성됐던 사람으론 세원(나종찬)이가 있긴 했지만 남자끼리 좋아하는 건 아닌 거니까.(웃음) 날 좋아하는 그 누군가가 없다는 게 정말 외롭더라. 실제 촬영장 밖에서도 마음이 헛헛하고 다른 무리의 대화에도 잘 못 끼고 그랬었다"라며 아쉬웠던 마음을 곱씹는다.

훈훈한 마무리 속에서 스스로도 작품과 극 속 캐릭터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 극이 후반부에 가면서 왕욱의 행동에 대해서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는 데 성공했고, 드라마 역시 평균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동시간대 선두 자리를 꾸준히 지키는 등 안팎으로 호평을 받았다.

임주환은 "'빛나거나 미치거나'가 좀 더 많은 분들에게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굳이 작품으로 시상식에서 상을 받거나 하지 않아도, 사람들에게 '아, 이런 드라마가 있었지'하고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게 드라마가 끝나도 배우가 해줘야 할 몫이 아닌가 한다"며 자신에게 남겨진 '배우 임주환'으로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 나는 '배우'의 꿈을 이룬 사람…그래도 더 노력해야 한다

186cm의 큰 키와 함께 어우러지는 조각 같은 얼굴로 일찌감치 모델 활동을 시작하며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임주환은 2004년 드라마 '매직'으로 연기자로의 인생을 시작한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군 입대 시기였던 2011년 5월부터 2013년 2월까지를 제외하고는 현대극과 사극, 단막극,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매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바라고, 또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나는 소소한 꿈을 이뤄가는 등 그렇게 조금씩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임주환은 "양면성을 갖고 있지만, 내게 배우는 참 좋은 직업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게 다양한 경험이지 않겠나. 이제 10년 좀 넘게 배우 생활을 했지만, 할머니 손맛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 나는 연기자로서의 경험치는 아직 한참 멀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연기,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만큼은 자신감 있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그였다. 실제의 임주환은 매우 '현실적'인 스타일이기도 했다.

"공상과학을 별로 안 좋아해서 '스타워즈'도 안 봤다"고 웃던 그는 "먼 미래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평소에도 현실을 잘 해야 과거가 남는 거고, 현실을 잘 해야 미래도 자연적으로 잘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연기적으로 봤을 때도 지금까지를 돌이켜본다면 많은 작품들이 있었고, 지금에 비해 부족하고 실수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 시간에 충실했었기에 과거를 생각했을 때 스스로에게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또 다른 소망이 있다면 연극에 도전하고 싶다는 것. 고등학생 시절 친구에 의해 연극반으로 이끌렸고, 결국 그 때의 삶은 지금의 임주환을 있게 해 준 터닝포인트가 됐다.

그는 "교과서의 활자는 안 좋아했어도 연극 대본 읽는 것은 좋아했다"고 너스레를 떨며 학창시절 자신의 모습을 유쾌하게 비유했다. 하지만 이내 '연극 극장을 세우고, 언젠가 연극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지만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간다.

"작년에도 고등학교 후배들과 낭독극을 준비했다가 결국 일정상의 문제로 막판에 성사가 되지 못해 아쉬웠다. 연극에 있어서도, 제가 주인공을 할 수 있을만한 배우라는 점을 연기로 확실히 평가받고 싶다. 그래서 만약 연극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때의 스트레스는 지금까지 중 가장 최고치가 되겠지. 하지만 기분 좋은 스트레스일 것이다. 브라운관과 연극 무대의 미묘한 그 경계선에서, 단순히 인지도로 평가받고 싶진 않다는 생각은 확실하다"고 힘주어 얘기했다.

대중의 사랑은 물론, 선배와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임주환. 후배에게 내 경험을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줄 수 있고, 그 후배가 내 이야기를 몸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그가 앞으로 배우로 걸어갈 길에서 생각 중인 목표 가운데 하나다.

임주환은 "배우 임주환은 직업인 것이니까,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본다든지 그렇게 좀 더 박차를 가해서 내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래서 친구들과의 우정이나 가족처럼 주민등록등본 상의 임주환으로는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많은데, 주위에도 좀 더 다정다감한 친구와 아들이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미소 지으며 다시 스스로를 다잡는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라지만, 연기를 해나가는 지금에 있어서 현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원천에 '꿈을 이뤘다'는 전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그의 말을 들으면서 '정중동(靜中動·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이라는 말의 뜻이 함께 떠올랐다. 소신 있게,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배우 임주환이 만들어 갈 연기 인생의 매 순간 순간의 노력에 조용한 응원을 보낸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임주환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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