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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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있는 사랑' 종영②] 안드로의 4차원 사랑, 현실엔 자리가 없다

기사입력 2015.02.04 01:59 / 기사수정 2015.02.04 03:35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tvN 월화드라마 '일리 있는 사랑'이 10주간의 레이스에 종지부를 찍었다.

3일 20부작의 막을 내린 '일리 있는 사랑'은 결혼 7년차의 김일리(이시영 분)에게 설레는 첫사랑의 감정이 찾아오면서 겪게 되는 세남녀의 복잡하고 뜨거운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김일리와 장희태(엄태웅), 김준(이수혁) 세 사람의 감정은 끊임없이 변주됐다. 매회 자신들의 감정을 깨달았고, 혼란에 빠졌고, 고통스러워했다. 살얼음판위를 걷는 것처럼 각자의 사랑에 마음 아파했다.

엄태웅은 매회 극과 극을 오가는 강렬한 감정연기를 펼쳤다. 과거 '동공연기'로 찬사를 받았던 엄태웅은 장희태 그 자체로 분했다. 연기만큼 빛이 난 것은 그의 내레이션이었다. 매회 그의 고요하고 부드러운 음성은 드라마의 깊이를 더했다. 화자가 일리나 김준이 아닌 희태였기때문에 시청자들은 좀 더 공감을 할 수 있었다.   

이시영은 모두가 사랑한 여자 일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결혼한 뒤 찾아온 '풋사랑'의 감정에 아이처럼 설레면서도 어찌할 줄 모르는 일리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두 남자를 사랑하는 일리를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아 연기자로서 한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수혁은 그만의 저음과 비주얼로 일리 뿐만 아니라 여성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일리를 통해 사랑이란 감정을 확인하게 된 그는 때로는 제멋대로 굴기도 하고, 때로는 일리의 마음을 다독거리기도 하면서 그녀의 곁을 지켰다. 이수혁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었다.      

최여진은 식물인간 상태로 일리의 고민을 들어주는 장희수 역을 맡아 인상깊은 모습을 보였다. 늘 침대에 누워있지만 일리와 대화를 할 때면 자유롭게 움직이는듯한 세련된 연출이 더해져 명장면들을 많이 남겼다. 

'일리 있는 사랑'에서 희태도, 김준도 일리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의자 같은 존재이고자 했다. 의자는 두 남자의 사랑의 집약체였다. 그녀를 위해 희태가 주문하고 그녀를 떠올리며 김준이 만들었다. 그 흔들리는 안락의자는 일리의 마음을 닮았다. 한 남자에게만 머물 수 없는. 

그럼에도 일리의 사랑이 속된 '불륜'이기 보다 '일리'가 있어 보였던 까닭은 일리의 순수한 마음과 이타성 때문일 것이다. 일리는 올케언니 희수를 병수발하는 걸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순정하다. 시어머니가 치매가 걸린 사실을 알고는 만사 제쳐놓고 뛰어갈 만큼 자기이익이나 계산에 극히 서툴다.   

김준에게 마음을 주게 된 것도 그가 인간의 따뜻한 정에 허기져 있고 그것을 더없이 갈구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늘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라면끓여먹는 '고아같은' 김준은 일리를 통해 '손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되고 그것은 서서히 인간에 대한 냉담함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물론 일리는 남편 희태를 너무나 힘들게했다. 하지만 희태도 결국은 "이런 일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일리가 희태에게 "당신은 나에게 마지막으로 설렜던 적이 언제야?"라고 물었을 때 희태는 답하지 못했었다. 부부란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계속해서 '사랑을 만들어가야하는' 관계라는 사실을 깨치게 된 것이다.

한편 일리가 희태에게로 돌아가는 마지막 회의 결론은 다소 뜬금없이 여겨지기도 한다. 이미 희태를 떠나기로 마음 먹은 일리가 김준과의 감정을 제대로 정리하지도 않은 채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썩 자연스러워보이지는 않는다. 일리는 사랑이 아니라 현실에 굴복한 것일까.

일리는 여고생 시절에 UFO를 맞아들인다며 학교 뒷동산에 올라 팔을 한껏 벌리고 주문을 외우곤 했다. 그래서 별명이 '안드로(메다)' 였고 '4차원'이었다. 어쩌면 일리는 김준을 통해서도, 희태를 통해서도 자기가 찾고자했던 사랑의 UFO를 맞아들이지 못한 게 아닐까. 결국 희태에게로 돌아가지만, 일리의 표정에는 여전히 생기가 없고 눈빛도 흔들린다. '두 남자를 사랑한 여자', 안드로의 4차원식 사랑은 3차원의 현실에서는 설 자리가 없었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일리 있는 사랑 ⓒ tvN 방송화면]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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