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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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사이트 손댔다 패가망신' L씨의 기막힌 이야기

기사입력 2012.02.15 12:05 / 기사수정 2012.02.15 15:09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김덕중 기자]행색이 초라했다. 이발을 수개월 하지 않았는지 덥수룩했고 빛 바랜 회색 점퍼에 덮힌 어깨는 축 처져 있었다. 눈빛은 초점이 없고 말투는 어늘하다. 어디를 쳐다보는지 인식하기 어려웠고 대화가 중간중간 자주 끊겼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그가 전해준 사설 불법 도박사이트 얘기였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L씨(42)는 "사설에 손댔다 패가망신한 한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L씨가 스포츠 베팅을 시작한 것은 2007년께. 처음엔 사설 불법 도박사이트가 아닌 합법적인 스포츠토토로 시작을 했다. 그저 취미였고 용돈이나 벌어보자는 심산이었다. 당시 그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부인, 두 딸과 함께 평범한 샐러리맨의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평소 스포츠를 좋아해서 시작했다. 스포츠토토는 1회 베팅금액을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어 부담도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랬던 L씨가 2009년 사설 불법 도박사이트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스포츠베팅)커뮤니티를 통해 사설 베팅사이트를 알게 됐다. 베팅을 꾸준히 즐기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합법적인 스포츠토토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경기 배당률이 높다는 것도 있지만 한 경기 베팅이 가능하다는 것과 베팅금액의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스포츠토토는 가장 대중적인 승패예측 게임의 경우 최소 2경기 베팅을 기본으로 한다. 2경기 결과를 모두 맞혀야만 적중금액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 반면 불법 도박사이트는 한 경기 베팅이 가능하다. 확률이 절반으로 준다. 이 차이는 꽤나 크다는 게 L씨의 설명이다. 덧붙여 베팅금액의 제한이 없어 '마인드 콘트롤'에 실패할 경우, 말 그대로 베팅은 도박이 되고 만다.



L씨도 그랬다. "사람 욕심이라는 게 끝이 없다. 점점 베팅금액이 커졌다. 사설의 경우 적중금액이 크면 환급금에 부담을 느낀 사이트 운영자가 도망가버리는 일도 많다. 그러다 보니 원금 생각에 점점 베팅금액이 커져가는 것이다. 수백, 수천개의 사설 사이트가 있지만 나름 유명하고 신뢰도가 높은 사설 사이트가 몇군데 있다. 이런 곳을 번갈이가면서 하니 사설을 놓을 수가 없었다."

스포츠 종목에도 차이가 있다. 합법적인 스포츠 토토의 경우 축구, 농구, 야구, 배구, 골프 정도를 대상으로 하지만 사설 불법 도박사이트는 전 세계의 모든 스포츠 경기에 베팅할 수 있다. L씨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유럽 스포츠는 물론이고 동남아시아의 축구 리그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L씨는 NHL(미국 아이스하기리그)과 여자 테니스에 손댔다 돈을 크게 잃었다고 했다.

"NHL과 여자 테니스는 이변이 많은 종목이다. 이런 일이 잦아지다 보면 당연히 승부조작을 의심하게 된다. 최근 국내 프로스포츠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시끌시끌한데 사설 하는 사람 치고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은 거의 없다. 문제는 알면서도 또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 경기 승부조작 냄새가 나니까 역으로 맞춰보겠다는 식이다."

L씨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빚이 늘었다. 집문서에도 손을 댔다고 한다.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고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했다. 지금은 가까운 지인 소개로 공단에서 소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사설 불법 도박사이트는 끊었다고 했다. 그러나 스포츠베팅을 아예 끊지는 못했다. 퇴근길마다 복권 판매점을 들리는 게 하루 일과 중 하나다.  

[사진 = 야구장과 배구장 ⓒ 엑스포츠뉴스DB]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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