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부산, 양정웅 기자) 무려 1510일이 걸렸다.
한때 선발 유망주였다가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무려 4년의 공백이 있었던 이승헌(롯데 자이언츠)이 마침내 1군 마운드에 돌아왔다.
이승헌은 2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6 신한 SOL Bank KBO 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6-8로 뒤지던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오스틴 딘을 상대한 이승헌은 초구부터 146km/h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꽂았다. 슬라이더 유인구를 던진 후 3구째 직구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어 오지환도 높은 속구로 투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다소 미끌렸지만 침착하게 1루로 송구해 처리했다.
이승헌은 5번 이영빈을 만나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잡은 뒤 슬라이더를 통해 2루수 땅볼을 만들며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이날 이승헌은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총 7개의 공을 던졌고, 패스트볼 4개, 슬라이더 2개, 체인지업 1개를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h까지 나왔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등판이었지만, 이승헌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투구였다. 그가 길었던 부상의 터널을 벗어나 부활을 선언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이승헌은 무려 1510일 만에 1군에서 공을 던졌다. 그의 마지막 1군 등판은 지난 2022년 4월 8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이었다. 당시 선발투수로 등판한 그는 1회에만 4점을 내주는 등 ⅔이닝 3피안타 3사사구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같은 경기에 나왔던 선수 중에는 '영구결번' 이대호를 비롯해 정훈, 이학주, 김대우, 진명호, 강리호 등 현재는 선수생활을 마친 선수들도 여럿 있다. 그만큼 이승헌의 공백은 길었다.
한때 이승헌은 롯데의 선발진을 이끌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용마고 졸업 후 2018년 롯데에 2차 지명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그는 입단 3년 차인 2020년 1군에서 8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4.66의 성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빠른 볼과 완성도 높은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하지만 이후 이승헌의 야구인생은 꼬여만 갔다. 2020년 5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선발 등판했다가 머리에 타구를 직격당해 두부골절을 당했고, 이듬해에는 오른손 중지 건초염에 시달렸다.
군 입대 전 팔에서 인대를 떼와 손가락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던 이승헌은 전역 후 손가락 뼈가 골절되고 말았다. 당시 핀을 박고 있었는데, 뼈가 썩어서 제대로 붙지 않으면서 손목에 있는 뼈를 이식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이 후유증으로 인해 이승헌의 오른손 중지는 다소 굽어있고,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
이에 방황의 시간도 있었지만, 부모님과 절친 나균안 등의 응원으로 마음을 다잡은 이승헌은 올 시즌 실전 무대에 돌아왔다. 그는 올해 퓨처스리그 7경기에서 승패 없이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08, 8⅔이닝 11탈삼진으로 좋은 결과를 냈다.
이에 이승헌은 지난 26일 경기를 앞두고 마침내 1군에 콜업됐다. 당시 취재진과 만난 그는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반반이다. 묘하고 이상했다. 살짝 울컥하고 믿기지 않았다"며 콜업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재활군에 있을 때보다 살도 빠지고 몸도 가벼워지면서 구속도 생각보다 많이 올라왔다"고 밝힌 이승헌은 "확실히 스피드가 올라오니 자신감도 더 붙고, 변화구도 괜찮아지면서 경기 결과가 괜찮았다"고 얘기했다.
자신을 기억해준 팬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한 이승헌은 "항상 아픈 모습만 많이 보여드렸는데, 이제 부상 없이 마운드에서도 항상 기억에 남을 투수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직은 한 경기에 불과하지만, 이승헌은 건강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아직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복귀전을 치른 후 이승헌은 "정말 오랜만에 팬분들 앞에 섰다. 설레는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갔고, 막상 마운드를 밟으니 긴장이 되었다. 긴장을 해서 그런지 몸에 힘이 잘 안들어갔지만, 첫 타자 상대 후 몸이 풀리면서 경기에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1군 마운드에 서니 확실히 다시 한번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다.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느꼈고, 다음 등판을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승헌은 "오늘 경기 내용보다는 결과가 따라주어서 자신감이 생겼고, 다음 등판 때까지 이 기억을 갖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부산, 김한준 기자
양정웅 기자 orionbea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