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희은 기자) 패키지 시장에서는 이름값이 곧 자산이다. 새로운 IP가 유료 패키지로 진입해 장르 상위권까지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었고, 국내 게임사는 그 공식에서 주로 비켜 있었다.
그러나 넥슨의 ‘아크 레이더스(ARC Raiders)’는 달랐다. 출시 12일 만에 판매 400만 장, 스팀 동시접속자 70만 명, 리뷰 20만 건 중 89% 긍정 평가까지. 이 수치는 패키지 시장에서 ‘완성도’가 여전히 힘을 갖는다는 점을 입증한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시장은 이 IP를 선택했다.
시장이 이 IP를 받아들였다는 사실은, 넥슨이 글로벌 퍼블리셔로서 풀어야 할 전제 조건들이 현실에서 통과되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신규 IP라는 불확실성, 유료 패키지 구매라는 진입비용, 그리고 PvPvE 기반 익스트랙션 어드벤처라는 비교적 난도가 높은 장르. 기존 브랜드와 시리즈 타이틀이 고착화한 스팀 상위권에서 이 세 조건을 모두 붙든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2021년 TGA 공개 이후 여러 테스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정식 출시 전 서버 슬램 테스트에서 스팀 동시접속자 19만 명·최다 플레이 4위를 기록하며 조짐을 만들었다. ‘될 수도 있다’가 ‘됐다’로 전환되는 지점은 여기서부터 였다.

글로벌 주요 매체에서 9~10점대 점수가 연이어 발표되며 시장의 평가가 수치로도 확인됐다.
출시 후에는 2주만에 400만 판매량, 최고 동시 접속자 70만명을 기록하며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 유지, 오픈크리틱 추천지수 90% 이상으로 ‘마이티(Mighty)’ 뱃지 획득, 주요 스트리머와 커뮤니티 반응이 이어졌다. 해외 스트리머 Shroud가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 언급한 것도 화제가 됐다.
이 기세에는 '아크 레이더스'의 부지런한 업데이트와 꾸준한 소통이 있었다. 출시 2주 만에 신규 맵 ‘스텔라 몬티스’를 포함한 업데이트가 적용됐고, 듀오 매치메이킹 추가·상점 가격 조정 등 이용자 요청을 실시간에 가깝게 반영했다.
12월에는 신규 콘텐츠 업데이트 ‘콜드 스냅’도 예고돼 있다. 실제로 최고 동시접속 수인 70만 명은 출시 직후가 아니라 10일 뒤 달성됐고, 현재는 스팀 기준 30만 명 이상이 매일 접속하는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단순한 패키지 게임이 아니라 ‘운영되는 패키지’ 모델이 작동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TGA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그 결과 외부 평가도 따라왔다. '아크 레이더스'는 출시 2주 만에 TGA ‘최고의 멀티플레이어 게임’ 후보에 올랐다. 한국 게임이 이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약 8년 만이며, 발매 한 달도 되지 않은 신규 IP 패키지가 후보에 오른 사례는 TGA 기록 기준 10년 만이다. 격리돼 있던 한국 패키지 개발사가 글로벌 평가 체계 안으로 진입했다는 의미가 있다.

메타크리틱 평점 90점의 ‘데이브 더 다이버’
지난 수년간 넥슨은 단기 회수형이 아니라 개발 자율성과 장기 완성도 중심 접근을 유지해왔다. 그 기조 아래 나온 ‘데이브 더 다이버’는 메타크리틱 평점 90점으로 ‘머스트 플레이’ 타이틀을 받았고, ‘아크 레이더스’도 같은 구조 속에서 개발됐다. 여기에 좀비 콘셉트 ‘낙원: LAST PARADISE’, 한국 전통 미학을 담은 ‘우치: 더 웨이페어러’ 등 신규 프로젝트도 준비되고 있으며 IP 확장을 단일 이벤트가 아닌 장기 확장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3주 넘게 양대 마켓 1위 유지 중인 ‘메이플 키우기’
또한 올해 넥슨은 ‘퍼스트 버서커: 카잔’, ‘메이플 키우기’, ‘마비노기 모바일’ 같은 기존 IP를 재해석 타이틀을 선보였다. 특히 '마비노기 모바일'은 2025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했으며, '메이플 키우기'는 국내 양대 마켓 1위를 넘어서 대만·싱가포르 앱스토어 1위, 북미 시장에서도 성과를 만들었다. 신규 IP는 장르를 넓히고 기존 IP는 지역을 확장하는 구조가 갖춰지며 넥슨의 포트폴리오 전반이 입체화되고 있다.
결국 ‘아크 레이더스’ 흥행은 한국 개발사가 "글로벌 패키지 시장에서 재현 가능한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실질적인 답을 남긴 첫 사례에 가깝다. 패키지가 운영되고, 커뮤니티와 순환하며, 업데이트를 전제로 설계되는 구조가 국내에서도 현실화한 만큼, 넥슨이 글로벌 퍼블리셔로서 구축해 온 IP 투자 방식이 해외 시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한층 분명해졌다.
사진 = 넥슨
유희은 기자 yooheeki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