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세계 배드민턴계가 '여제' 안세영의 'G.O.A.T', 이른바 '고트'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고 있다.
2002년생인 안세영인 이제 23살에 불과하지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 각종 대회 우승을 이미 경험했고, 2025년 들어선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상위권 대회인 슈퍼 1000과 슈퍼 750을 휩쓸고 있어서다.
여자 단식에서 9차례 올림픽 중 5차례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29차례 세계선수권 중 15차례 우승을 차지한 중국이 안세영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BWF도 안세영의 기록적인 올해 성과를 주목하며 그가 배드민턴사 최고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BWF는 지난달 말 "최근 안세영이 덴마크 오픈에서 우승한 뒤 상황이 바뀌었다. 이는 특별한 업적이다"라고 촌평했다.
BWF는 상금 규모에 따라 국제대회를 슈퍼 1000, 슈퍼 750, 슈퍼 500, 슈퍼 300, 슈퍼 100으로 구분한다. 슈퍼 1000은 전영 오픈, 중국 오픈, 말레이시아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 등 총4개 대회다. 슈퍼750은 인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마스터스, 덴마크 오픈, 프랑스 오픈, 싱가포르 오픈 등 6개 대회로 이뤄져 있다. 코리아 오픈은 슈퍼500에 속한다.
세계적인 톱랭커들은 총상금 130만 달러인 슈퍼 1000, 총상금 95만 달러인 슈퍼 750까지는 거의 대부분 출전한다. BWF 월드투어 상위권 대회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10개 대회를 한 차례 이상 우승한 선수가 없었으나 안세영이 올해 댄마크 오픈 우승으로 전부 석권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안세영이 10개 대회 중 8개 대회에서 두 번 이상 우승했다는 점이다. BWF도 "안세영이 이제 겨우 23살인데 10개의 토너먼트 중 8개의 토너먼트에서 2회 이상 우승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여기에 안세영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에서도 금메달을 따낸 경력을 갖고 있다. 안세영은 지난 2023 덴마크 코펜하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020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천위페이(중국),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을 각각 준결승과 결승에서 따돌리며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여자단식 우승을 일궈냈다.
이어 이듬해인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으로 시상대 맨 위에 올라 생애 첫 올림픽 제패의 감격을 누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여자 단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우승해 2관왕이 됐다.
'배드민턴의 레전드' 칭호를 넘어 '역대 최고 선수(Greatest of All Time)'를 뜻하는 'G.O.A.T'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중국 매체도 안세영을 이제는 중국 선수들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인정하고 나섰다.
시나닷컴은 "중국 팬들은 중국 선수들이 중요한 경기에서 안세영에게 상대가 되지 못하는 모습에 실망했다"며 "이젠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다. G.O.A.T 상대로 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20대 초반 안세영을 'G.O.A.T'로 치켜세웠다.
다만 안세영을 지금 당장 'G.O.A.T'로 부르기는 아직 입상 경력이 부족한 것도 맞다.
배드민턴계에서 역대 최고의 단식 선수로 부를 수 있는 레전드로는 남자 단식 'G.O.A.T'로 불리는 린단(중국)을 꼽을 수 있다.
린단은 2008 베이징 올림픽, 2012 런던 올림픽 남자 싱글에서 2연패를 차지했다. 세계선수권에선 무려 5번 우승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5개,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4개도 갖고 있다.
대회 비중이 떨어지는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이제 필요 없다고 하더라도, 안세영 입장에선 올림픽 2연패, 세계선수권 2~3차례 우승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식 종목에서 나오지 않은 올림픽 3연패까지 달성하면 세계 배드민턴사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남기기 충분하다.
23살 안세영은 'G.O.A.T'가 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갖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셈이다. 안세영도 지난달 말 프랑스 오픈 우승 직후 현지 인터뷰에서 "내가 가는 길이 역사다. 계속 써나가겠다"며 확실한 동기부여 받은 모습이다.
한국 스포츠에서도 흔치 않은 'G.O.A.T' 신화를 안세영이 천천히 밟고 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 연합뉴스 / BWF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