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덴마크 오픈에서 중국의 현재 최강자 왕즈이를 완파하고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증국 매체는 "왕즈이가 비참하게 패했다"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다. 진 것도 아쉽지만 그 과정도 나빴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덴마크 오덴세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슈퍼 750 덴마크 오픈 결승에서 2위 왕즈위(중국)를 게임스코어 2-0(21-5 24-22)으로 제압했다.
경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중국은 배드민턴 세계 최강으로 오랜 기간 군림하고 있지만 유독 여자단식에선 안세영의 기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왕즈이는 이날 경기 전까지 안세영과 전적이 4승13패로 참혹할 정도다. 세계 3위인 한웨도 안세영에 2승9패로 약하다. 안세영 최대 라이벌 천위페이가 14승13패로 근소 우위지만 최근 전적은 안세영이 우세하다.
안세영은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안세영이 패하기는 했지만 당시엔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뒤 부상 치료와 휴식을 취하고 나오르나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올해 결승은 달랐다.
안세영은 1게임부터 빠르게 치고 나섰다. 11-3까지 점수 차를 벌리면서 왕즈이의 추격을 불허했다. 안세영이 리시브와 대각선 공격 등에서 큰 효과를 발휘했고 왕즈이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안세영이 거의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승리를 따냈다.
2게임은 1게임 참패보다 더 나쁘게 졌다. 왕즈이는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고 마침 안세영이 범실을 하면서 끌려 갔다. 어느 새 왕즈이가 18-10까지 달아났다. 3점만 더 추가하면 게임스코어 1-1이 되면서 3게임에서 우승자를 가릴 수 있었다.
이때부터 안세영의 괴력이 발휘됐다. 안세영은 10-18에서 8점을 연속으로 따내며 순식간에 18-18 동점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왕즈이가 아무리 때려도 안세영은 받아내며 반격 기회를 노리다가 공세를 취해 포인트를 쌓았다.
서로 30회 이상 셔틀콕을 주고받는 공방전이 수 차례 나왔는데 전부 안세영의 포인트로 연결됐다.
이후 20-20에서 서로 공방전을 주고받다가 안세영이 24-22로 이겼다. 안세영은 20-21로 뒤진 상태에서 왕즈이 공격을 받다가 넘어졌으나 마침 왕즈이 샷이 네트에 걸리면서 다시 듀스가 되는 천운도 따랐다.
안세영은 승리 직후 두 팔 들고 포효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중국은 이번 왕즈이의 패배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도 경기 내용이 너무 형편 없어서 좌절하는 표정이다.
특히 기대했던 세계 5위 천위페이가 16강에서 홈코트 덴마크 선수에 지고 조기 탈락하면서 안세영을 막을 선수가 없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중국 매체 넷이즈는 19일(한국시간) "왕즈이는 제자리를 잡지 못했고 실수도 많았다. 1게임에선 금세 뒤졌다"며 "왕즈이는 너무 비참하게 졌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소후닷컴은 "안세영이 올해 58승4패를 기록 중이다"며 "한국의 천재소녀를 제어할 이가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왕이닷컴은 "왕즈이가 다시 만난 여자단식 대마왕을 물리치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었다"며 "왕즈이가 최근 몇 시즌 뛰어난 활약으로 랭킹을 2위까지 끌어올렸음에도 그는 안세영과 대결에서 열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우승으로 안세영은 1987년 이영숙 이후 37년 만에 덴마크 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일궈낸 한국 선수가 됐다.
아울러 올해 참가한 12차례 국제대회 중 8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엄청난 성과를 챙겼다.
안세영은 올해 말레이시아 오픈, 전영 오픈, 인도네시아 오픈(이상 슈퍼 1000), 인도 오픈, 일본 오픈, 중국 마스터스(이상 슈퍼 750), 오를레앙 마스터스(슈퍼 300) 등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그리고 덴마크 오픈 첫 우승이라는 성과를 추가했다.
안세영은 컨디션을 정비한 뒤 바로 프랑스 서부도시 렌의 외곽 세송-세비네로 이동, 21~26일 열리는 BWF 월드투어 프랑스 오픈(슈퍼 750)에 참가해 올해 아홉 번째 국제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