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지난 시즌 토트넘 홋스퍼를 이끌고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정상에 오른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노팅엄 포레스트에서 경질됐다. 이유는 성적.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노팅엄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은 39일 만이다. 이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이뤄진 경질이기도 하다. 기존 기록을 보유한 지도자는 2006년 11월부터 12월까지 찰턴 애슬레틱을 이끌었던 레스 리드(40일)였다. 지난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굴욕이다.
노팅엄은 18일(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실망스러운 결과와 성적이 거듭된 끝에 안지 포스테코글루가 감독직에서 즉각 해임됐다"며 "현재로서는 구단은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경질된 이유는 역시 성적이다.
노팅엄은 지난달 9일 팀에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안긴 누누 산투 감독과 결별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선임했으나, 이후 8경기에서 2무6패를 거두며 추락했다.
지난달 13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노팅엄 사령탑 데뷔전이었던 아스널전 0-3 패배를 시작으로 노팅엄은 무승의 늪에 빠졌다. 특히 한국 축구 국가대표 엄지성이 뛰고 있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팀인 스완지 시티와의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에서 2-3으로 패배하고 조규성의 소속팀인 덴마크의 미트윌란에 2-3으로 무릎을 꿇는 등 한 수 아래의 상대도 꺾지 못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18일 홈구장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8라운드 0-3 완패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노팅엄 감독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를 지켜보던 에반젤로스 마리나키스 노팅엄 구단주조차 자리를 뜨게 하는 경기력이었다. 노팅엄은 후반전 들어 첼시의 유망주 조시 아체암퐁에게 선제골을 내주더니, 이후 페드루 네투와 리스 제임스에게 연달아 실점하며 무너졌다.
불화가 있었던 누누 감독을 내보내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데려오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강한 신뢰를 보냈던 마리나키스 구단주는 결국 첼시전이 끝난 직후 칼을 빼들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8경기 2무6패, 그리고 최근 4연패라는 최종 성적과 함께 노팅엄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3연패에 빠진 와중에도 첼시전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는 시간이 주어지면 항상 같은 결말로 이야기를 끝내는 감독일지도 모른다. 내가 이전에 맡았던 모든 구단에서 결말을 같았다. 내가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으로 끝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최후는 씁쓸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이 누누 감독의 후임으로 그를 선택할 때부터 많은 의심을 받았던 인물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지난 시즌 17년 동안 우승이 없었던 토트넘에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긴 것은 사실이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경쟁할 만한 전술적 유연성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지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전부터 선수들에게 강한 전방 압박과 빠른 속도의 전환을 강조하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이 전술로 셀틱을 비롯해 다수의 팀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게 그의 성과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리그 17위까지 추락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한 가지 전술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새로운 전술을 받아들일 생각도 없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은 유독 세트피스에서 실점이 많았다. 그러나 날이 지날수록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세트피스보다 오픈 플레이 상황이 더 중요하다며 세트피스 코치를 선임하지 않은 것은 물론 세트피스 훈련에 집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단 관리 면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영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시즌 토트넘의 일부 선수들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적 역량에 의심을 품었고, 의심은 결국 불신으로 이어졌다. 주장 손흥민과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리더십이 아니었다면 토트넘이 유로파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역량 부족은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우승 직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내쳤다는 점에서도 짐작 가능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자신의 유임을 확신했지만, 리그에서 장기적인 성공을 거두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 토트넘은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팀에서 내보냈다.
팬들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던 노팅엄의 선택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지난 시즌 누누 감독 체제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유로파리그 진출권까지 따냈던 노팅엄은 한 번의 실수로 시즌 농사를 망칠 수도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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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