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혜성이 또 살아남았다.
다저스는 14일 오전 9시8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밀워키 브루어스와 7전 4선승제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NLCS) 시리즈 1차전 방문 경기를 치른다.
다저스는 원정 경기 앞서 로스터를 공개했는데 26명의 로스터를 공개했는데 김혜성의 이름도 포함됐다.
김혜성은 이번 시리즈 앞두고 로스터에서 빠질 가능성이 대두됐다. 앞서 열린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가 5전 3선승제로 열리는 것과 달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최대 7경기까지 열리기 때문이다.
야수 한 명이 빠지고 투수가 그 자리에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다저스를 이끄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지난 12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5전제가 아닌 7전제 시리즈를 준비해야 한다. 투수진의 중요성이 훨씬 커진다"며 "로스터가 어떻게 구성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지만, 시리즈 길이와 상대 전력을 고려하면 분명 달라질 것"이라며 로스터 변화를 예고했다.
로버츠 감독은 실제 야수를 하나 뺐다. 하지만 김혜성은 아니었다. 올해 가을야구 들어 김혜성 만큼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던 달튼 러싱이 제외됐다. 대신 오른손 투수 벤 카스파리우스가 엔트리에 포함됐다.
김혜성은 디비전 시리즈 내내 결장하다가 4차전 연장 11회말 대주자로 출전한 뒤 상대 실책을 틈 타 팀의 결승 득점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득점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러싱은 디비전 시리즈에서 김혜성과 타석에 들어서긴 했었다. 3차전에서 한 차례 대타로 출전했다. 그러나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후 자취를 감췄다.
김혜성의 챔피언십 시리즈 엔트리 포함 가능성이 높아진 때는 하루 전인 지난 13일 다저스 구단이 밀워키로 향하는 전세기에 탐승한 선수단 사진을 공개하면서부터다.
해당 게시물엔 14일 선발 등판이 예고된 블레이크 스넬을 포함해 야마모토 요시노부, 타일러 글래스노우, 클레이튼 커쇼, 오타니 쇼헤이 등 슈퍼스타들의 사진과 김혜성의 밝게 웃는 모습이 담겼다.
전세기에 탔다고 엔트리에 모두 포함된다는 법은 없지만 들어갈 확률 자체는 매우 높은 것으로 인식됐다. 이 때부터 김혜성이 챔피언십 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질 것이란 전망도 싹 사라졌다.
그리고 밀워키 원정을 불과 8시간 앞두고 김혜성이 엔트리 포함이 공식 발표됐다.
LA 현지 매체 '오렌지 카운티 레지스터'의 빌 플런킷 기자가 김혜성과 저스틴 딘이 제외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기 좋게 깨트린 것이기도 하다.
빅리그 데뷔 첫해인 올 시즌 71경기 타율 0.280(161타수 45안타) 3홈런 17타점 13도루 OPS 0.699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 든 김혜성은 정규시즌 막판 부상 이탈과 부진에도 불구하고 쓰임새를 인정받아 지난 신시내티 레즈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됐다.
대주자 혹은 대수비로 적극 기용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김혜성은 NLWC 1, 2차전에서 모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필라델피아와의 디비전 시리즈 로스터에도 승선했으나 3차전까지 선발 명단은커녕 교체 출전도 없이 벤치에만 머물렀다.
그러다가 다저스가 챔피언십 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지난 10일 4차전에서 처음으로 빅리그 포스트시즌 무대에 데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팀이 1-1로 맞선 11회말 1사 후 안타를 치고 나간 토미 에드먼의 대주자로 투입된 김혜성은 후속타자 맥스 먼시의 안타와 키케 에르난데스의 볼넷으로 3루 베이스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타석 앤디 파헤스의 힘 없는 땅볼 타구를 투수 오리온 커커링이 급하게 처리하려다 홈에 송구 실책을 했고, 그 사이 3루 주자였던 김혜성이 홈 베이스를 파고들었다.
득점 과정에서 슬라이딩을 시도하지 않은 김혜성은 홈 플레이트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쳤다.
그러나 송구가 뒤로 빠진 것을 보고 다시 돌아와 홈 플레이트를 제대로 찍으면서 끝내기 득점을 완성했다. MLB 포스트시즌 역사상 처음으로 끝내기 실책이 이뤄지면서 시리즈가 종료된 사례였다.
김혜성은 당시 득점에 성공한 뒤 "목숨 걸고 전력 질주했다"고 밝혀 다저스가 가을야구에서 자신에게 기대하는, 빠른 발을 활용한 주루플레이에 모든 신경 기울었음을 알렸다.
밀워키와의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언제 출전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시리즈가 7경기 벌어지고 야수가 한 명 줄어든 만큼 김혜성이 경기 중 좀 더 얼굴을 내밀 여지는 충분하다.
사진=LA 다저스 / 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