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에릭 텐 하흐 감독이 바이엘 레버쿠젠의 결정에 분노했다.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령탑 텐 하흐 감독이 레버쿠젠 부임 후 3경기 만에 경질됐다. 이는 독일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단 기간 경질이다. 텐 하흐 감독은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는 않았으나, 자신은 구단으로부터 시간을 받으면 언제나 성공으로 보답하는 감독이기 때문에 레버쿠젠의 이번 결정에 실망감을 드러내며 구단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레버쿠젠은 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레버쿠젠은 에릭 텐 하흐 감독과 결별했다. 이것은 레버쿠젠의 경영위원회의 권고와 주주 위원회에 의해 결정됐다. 훈련 세션은 임시 코칭 스태프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텐 하흐 감독의 경질 소식을 알렸다.
레버쿠젠의 시몬 롤페스 단장은 "이 결정은 쉽지 않았다. 아무도 그런 조치를 원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지난 몇 주 동안 이것이 새롭고 성공적인 팀을 만드는 일에 목표 지향적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는 우리 팀의 퀄리티를 믿고 있으며, 이제 다음 단계를 밟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페르난도 카로 최고경영자(CEO) 역시 "이번 시즌 초반부터 감독과 헤어지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우리가 보기에 이는 필요한 일이었다"며 "우리의 목표는 모든 레벨과 대회에서 가능한 최고의 조건을 갖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제 이런 조건을 사용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텐 하흐 감독은 지난 5월 말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사비 알론소 감독을 대신해 레버쿠젠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2시즌 전 레버쿠젠이 무패우승을 달성했을 당시 팀의 주축으로 활약한 플로리안 비르츠, 제레미 프림퐁, 요나탄 타, 그라니트 자카 등이 모두 팀을 떠나면서 전력이 크게 손실됐고, 전술적으로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에 휩싸인 채 시즌에 돌입했다.
나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레버쿠젠은 독일축구연맹(DFB) 포칼컵 1라운드에서 두 명이 퇴장당한 조넨호프 그로스아스파흐(6부리그)에 4-0 대승을 거뒀으나, 정작 TSG 호펜하임과의 2025-2026시즌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참패를 당한 뒤 베르더 브레멘과 3-3으로 비기면서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이미 프리시즌 때부터 플라멩구(브라질) 20세 이하(U-20) 팀에 패배하는 등 몇 차례 졸전을 치르는 것을 본 레버쿠젠 수뇌부는 브레멘전에 앞서 언론을 통해 텐 하흐 감독이 브레멘전 결과에 따라 경질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흘렸고, 레버쿠젠이 두 골을 먼저 넣고도 상대에게 추격을 허용해 3-3으로 비기자 결국 결단을 내렸다.
텐 하흐 감독은 98일, 경기로는 세 경기 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경기 수를 기준으로 하면 이는 분데스리가 역대 최단 기간 경질이다.
독일 최고의 축구전문지 '키커'는 레버쿠젠의 경질 발표가 나온 이후 "레버쿠젠의 결정 자체는 놀랍지 않았다"면서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레버쿠젠 임기는 이미 끝이 보이고 있었다"며 레버쿠젠이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한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키커'는 또 "구단은 단순히 성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기 내용에서 문제를 드러낸 텐 하흐 감독에 대해 결단을 내렸다"면서 "레버쿠젠의 경기력은 결과만이 아니라 경기 운영 방식에서도 큰 의문을 낳았고, 이는 구단 수뇌부에게도 같은 의심을 불러일으켰다"며 레버쿠젠이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결과만이 아니라 부진했던 경기 내용이 있었다고 짚었다.
독일 유력 매체 '빌트'에 따르면 텐 하흐 감독은 이미 리그 2라운드 만에 선수단의 신뢰를 잃은 상태였다. 텐 하흐 감독은 브레멘전 이후 선수들의 체력 문제를 비판했는데, 이것이 레버쿠젠 선수단이 그에게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였다. 게다가 구단과의 사이가 그다지 돈독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구단으로서도 텐 하흐 감독을 믿고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키커' 역시 "레버쿠젠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구단 내부 정보가 외부로 얼마나 많이 유출됐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며 "텐 하흐 감독은 모든 면에서 구단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더 이상 그를 옹호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처음부터 텐 하흐를 회의적으로 바라본 레버쿠젠의 CEO 카로는 오래 전부터 그를 지지하지 않았고, 그는 클럽의 거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잃었다. 텐 하흐는 그의 부진했던 경기력과 별개로 내부적으로나 대외적으로나 많은 것들을 망가뜨렸다. 그를 선임할 당시 그를 가장 지지했던 롤페스의 신뢰조차 잃었다"고 설명했다.
텐 하흐 감독은 여전히 구단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텐 하흐 감독은 레버쿠젠에서 경질된 뒤 'SEG 풋볼'을 통해 "레버쿠젠이 오늘 아침 내게 휴가를 주기로 한 것은 완전히 예상 밖의 일이었다"며 "리그 단 두 경기 만에 감독과 결별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그는 "이번 여름에는 과거 팀의 성공에 일조했던 핵심 선수들이 대거 팀을 떠났다. 새롭고 단결력 있는 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신뢰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감독은 자신의 비전을 세우고, 기준을 정하고, 선수단을 구성하고, 경기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길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자신에게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나는 확신과 에너지를 가득 담아 일을 시작했지만, 구단 경영진은 불행히도 내게 시간과 신뢰를 주지 않았다"며 "이 관계는 절대 상호 신뢰에 기반한 관계가 아니었다. 나는 커리어 내내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성공을 거뒀던 사람이다. 나를 믿어줬던 구단들은 성공으로 보답받았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