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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심의 부활포! '조부상' 황희찬, 시즌 1호골→감동 세리머니… 그러나 팀은 개막 3연패 수렁

기사입력 2025.08.31 06:43 / 기사수정 2025.08.31 06:4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황희찬이 약 9개월만에 감동적인 부활포로 시즌 1호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황희찬의 득점포에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는 홈 팬들 앞에서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에버턴과의 치열한 공방 끝에 패하며 개막 3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황희찬의 득점은 개인적으로나 구단 입장에서 의미가 컸지만, 팀 패배로 인해 그 빛이 반감된 경기였다. 무엇보다 최근 조부상을 당한 황희찬이 하늘을 향해 바친 득점 세리머니는 감동 그 이상이었다.



울버햄프턴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튼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에버턴과 홈 경기에서 2-3으로 패했다.

황희찬은 이날 울버햄프턴의 3-4-3 전형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했따. 조세 사가 골문을 지킨 채, 토티 고메스, 에마뉘엘 아그바두, 산티아고 부에노가 백3를 구축했다. 우고 부에노와 잭슨 차우추아가 측면에 배치됐고, 안드레와 주앙 고메스가 중앙을 책임졌다. 존 아리아스와 마샬 무네트시가 측면에서 최전방의 황희찬을 지원했다.

에버턴은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조던 픽퍼드가 골문을 지켰고, 비탈리 미콜렌코, 마이클 킨, 제임스 타코우스키, 제이크 오브라이언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이드리사 게예와 제임스 가너가 중앙에 배치됐고, 잭 그릴리시, 키어런 듀스버리-홀, 일리만 은디아예가 2선에서 스트라이커 베투와 함께 상대 골문을 노렸다.




경기 시작부터 흐름은 원정팀 에버턴 쪽으로 기울었다. 전반 7분 미콜렌코의 측면 크로스가 문전으로 이어졌고, 그릴리시가 머리로 방향을 바꿔 놓자 베투가 재차 헤더로 마무리하며 울버햄프턴의 골망을 흔들었다. 개막전 이후 기세를 올리고 있는 에버턴은 이날도 선제골로 분위기를 잡았다.

하지만 울버햄프턴에는 황희찬이 있었다. 전반 21분 오른쪽 측면에서 무네치가 낮고 빠르게 올려준 크로스를 황희찬이 절묘한 타이밍에 쇄도해 왼발로 마무리했다. 수비수 사이 빈틈을 정확히 파고든 황희찬은 특유의 날카로운 결정력으로 골망을 갈랐다.

팀의 시즌 첫 골이자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12월 30일 토트넘전 이후 무려 243일 만에 나온 프리미어리그 득점이었다.

황희찬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 후 손목에 입을 맞추고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하늘을 바라봤다. 이는 지난 25일 별세한 그의 조부 황용락 씨를 향한 헌정 세리머니였다.



황희찬은 경기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려서부터 언제나 든든하고 올바른 것만 가르쳐주신 할아버지, 전쟁 이야기를 해주실 때면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고 자랑스러웠다"며 "대표선수로서 조금이나마 기여한 부분이 있다면 할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손자였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특별한 작별인사와 함께 이날 골 장면과 세리머니는 그가 자신의 할아버지께 전하는 마지막 헌정이기도 했다.

황희찬은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골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던 당시, 귀국 후 가장 먼저 조부모 댁을 찾아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선물할 만큼 깊은 효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손목에 새겨져 있는 그의 조부모 이름 문신 역시 그의 효심을 잘 알려주는 대목이다.



황희찬의 감동적인 골에도 불구하고 울버햄프턴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반 33분 에버턴의 일리만 은디아예가 재차 골망을 흔들었다. 듀스버리-홀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내준 공을 은디아예가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흐름은 다시 원정팀으로 넘어갔다.

후반에도 울버햄프턴 수비진의 불안은 계속됐다. 후반 10분에는 그릴리시의 패스를 받은 듀스버리-홀이 추가골을 기록하며 점수는 1-3으로 벌어졌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막판 교체 출전한 로드리고 고메스가 만회골을 터뜨리며 추격했지만 끝내 동점을 만들지는 못했다.

비토르 페레이라 울버햄프턴 감독은 경기 후 "이번 주 황희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라며 "가까운 사이였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한국에 가야 하지 않겠냐고 묻자 그는 팀을 돕겠다며 남았다. 그의 인품에 찬사를 보낸다"며 황희찬의 헌신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오늘의 골은 단순한 한 골이 아니었다. 그는 팀과 가족을 모두 생각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황희찬의 이번 골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는 지난 시즌 부상과 전술 변화 속에서 단 2골에 그치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올여름에는 크리스털 팰리스와 PSV 에인트호번 등 이적설에 시달리며 입지가 흔들렸으나 공격 자원 공백이 커진 울버햄프턴은 결국 황희찬의 잔류를 선택했고, 최근 두 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했다.

지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카라바오컵 경기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출전했으나 페널티킥을 놓치며 아쉬움을 남긴 바 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부활포를 터트리며 자신을 향한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황희찬이다.

경기 후 축구 통계 매체 '풋몹'은 황희찬에게 울버햄프턴 선수 중 최고 평점인 7.2점을 부여했다.

현지 매체도 황희찬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울버햄프턴 전문 소식지 '몰리뉴 뉴스'는 "울버햄프턴이 개막 3연패라는 부진에 빠졌지만, 황희찬의 태도와 활약은 빛났다. 그는 팀이 믿을 수 있는 자원임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시진=연합뉴스/울버햄프턴 원더러스/황희찬 인스타그램 캡처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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