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가 여름 이적시장의 막바지에서 또다시 치열한 영입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목표는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에서 활약 중인 네덜란드 국가대표 미드필더 사비 시몬스다.
하지만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협상을 위해 이미 런던에 도착한 시몬스를 두고 토트넘과 첼시가 맞붙는 모양새가 됐다. 선수 본인이 첼시행을 선호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토트넘이 또 한 번 좌절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유력지 '스카이스포츠'는 28일(한국시간) "사비 시몬스가 자신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런던에 도착했다"며 "토트넘은 구단 차원에서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첼시는 여전히 영입을 고려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이어 "라이프치히는 시몬스를 프리미어리그로 보내는 조건으로 약 6000만 파운드(약 1123억원) 수준의 이적료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이미 라이프치히와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며, 내부적으로 시몬스를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역할로 활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독일 현지 보도도 토트넘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스카이스포츠 독일'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트넘이 라이프치히에 공식 제안을 제출했다. 이는 구단이 원하는 7000만 유로(약 1132억원)에 근접한 액수"라며 "첼시는 아직까지 어떠한 제안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독일 '빌트' 역시 "시몬스는 이미 런던에 머물고 있으며, 라이프치히 구단은 훈련에서 그를 제외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토트넘 입장에서 이번 협상도 순탄치 않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첼시는 이미 시몬스와 개인 조건에 대해 오래 전부터 합의했으며, 선수 역시 스탬퍼드 브릿지행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첼시는 재정적 제약으로 인해 공식적인 입찰을 내지 못한 상태다. 매체는 "첼시는 UEFA 재정 규정을 맞추기 위해 크리스토퍼 은쿤쿠의 AC밀란행 등 선수 매각을 진행 중이며, 알레한드로 가르나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입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트넘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틈이 존재하지만, 첼시가 이적 시장 마감 직전 또 다시 토트넘의 영입을 방해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첼시는 아직까지 공식 입찰을 하지 않았지만, 협상 창구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면서 "만약 시몬스가 첼시행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또 한 번 원하는 선수를 눈앞에서 놓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영국 유력지 '텔레그래프' 역시 역시 이 같은 긴장감을 강조했다. 해당 매체는 "토트넘은 지난주 에베레치 에제를 아스널에 빼앗긴 데 이어 다시 한 번 하이재킹을 당할까 우려하고 있다"며 "시몬스는 이번 이적 시장 초반까지만 해도 첼시행을 원했지만, 최근 며칠 사이 토트넘 프로젝트에도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즉, 토트넘이 협상 주도권을 잡았으나 최종 결정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다.
토트넘은 현재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사용 가능한 선수가 없다. 공격 2선 자원이 부상으로 줄줄이 이탈하면서, 토트넘은 반드시 즉시 전력감 영입이 필요한 절박한 상태다.
부주장 제임스 매디슨이 프리시즌 도중 십자인대 부상을 입어 사실상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데얀 쿨루셉스키 역시 무릎 수술에서 회복 중이라 최소 내년 1월까지 복귀가 어렵다.
실제로 토트넘은 모건 깁스-화이트(노팅엄 포레스트)와 에베레치 에제(전 크리스털 팰리스, 현 아스널) 영입을 시도했지만, 깁스-화이트는 재계약을 택했고 에제는 아스널로 향했다. 이번 시몬스마저 실패한다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시몬스의 이력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는 바르셀로나 유스팀 '라 마시아' 출신으로 PSG에서 성장했고, PSV 에인트호번 시절 2022-2023시즌 리그 19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이후 PSG가 바이백 조항을 발동해 복귀시킨 뒤 라이프치히로 임대를 보냈고, 2023-2024시즌 분데스리가에서도 43경기 10골 15도움을 기록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최근 두 시즌 동안 모든 대회에서 78경기 22골 24도움을 올린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뿐 아니라 왼쪽 윙어, 세컨드 스트라이커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로 평가받는다.
다만 여전히 최종 결론은 오리무중이다. 만약 시몬스가 첼시행을 원한다면, 이는 토트넘이 에제 영입전에서 아스널에 뒤통수를 맞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도 '이번에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목소리와 '또 대망신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새 사령탑 토마스 프랑크 감독에게도 이번 영입은 상징적이다. 그는 여름 이적시장 시작과 동시에 2선 보강을 강력히 원했으나, 주요 타깃을 연이어 놓쳤다.
시몬스는 전술적으로도 필요성이 크고, 향후 손흥민이 떠난 왼쪽 공격수 자리를 메울 잠재적 자원으로도 평가된다. 실제로 독일 '빌트'는 시몬스를 '손흥민의 대체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손흥민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 LAFC로 이적하면서 생긴 공백을 시몬스가 메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시몬스 개인의 선택이 토트넘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이적시장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토트넘은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하며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첼시라는 매력적인 선택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토트넘이 또 다시 런던 라이벌 팀의 희생자가 될지, 아니면 반대로 경쟁자를 따돌리고 승자가 될 수 있을지 유럽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사진=연합뉴스 /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