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팀을 승리로 이끈 KIA 타이거즈 외야수 고종욱이 아내를 떠올리다가 눈물을 쏟았다.
고종욱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8차전에 1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고종욱의 3안타 경기는 2023년 10월 4일 수원 KT 위즈전 이후 634일 만이다.
이날 KIA는 체력 안배 차원에서 이창진과 박찬호를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그러면서 고종욱-김호령 테이블세터로 경기를 시작했다.
경기 전 이범호 KIA 감독은 "(고)종욱이가 타격 감각에 있어서는 우리 팀에서 (최)형우 정도의 레벨"이라며 "아무래도 (상대 선발) 요니 치리노스 선수의 공에 변화가 많기도 하고, 또 종욱이가 나가면 팀 분위기 자체가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1회초에 좋은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가면 뒤에 있는 선수들이 좀 더 차분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종욱이를 믿어보겠다"고 설명했다.
고종욱은 첫 타석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도 치리노스를 상대로 안타를 때려내면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도 치리노스를 괴롭혔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6회초 무사 1루에서 치리노스의 초구 133km 포크볼을 밀어쳐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뽑아냈다.
5회초까지 무득점에 그친 KIA는 고종욱의 적시타로 분위기를 바꿨다. 6회초에만 대거 6점을 얻으면서 6-1로 달아났다. KIA는 경기 후반 6점을 더 보태면서 LG를 12-2로 제압했다. 고종욱의 3안타 활약이 팀 승리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고종욱을 비롯한 KIA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하이파이브로 승리의 기쁨을 나눴다. 그런데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진행하던 고종욱이 갑자기 눈물을 보였다.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 취재진 앞에서 또 눈물을 흘렸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컸다는 게 고종욱의 이야기다. 고종욱은 "아내가 지난해 몸이 좋지 않아서 유산을 했다. 내가 해준 게 없었다"며 "(8일 광주 한화전에서) 홈 보살(어시스트)을 했고, 그날 중계방송사 인터뷰에 임했다. 그때 아이를 언급하지 못했다. 아내에게 '잘해서 인터뷰 때 꼭 얘기할 것'이라고 했는데,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내는 임신 중으로, 올해 12월 딸이 태어날 예정이다. 태명은 겨울이다. 고종욱은 "지난해나 올해나 내가 아내에게 해준 것도 없다"며 "좋은 아빠가 되려는 과정인 것 같다. 건강하게 12월에 함께 겨울이를 봤으면 좋겠다. 많이 사랑한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 내용에 대한 언급도 잊지 않았다. 고종욱은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다. 맨날 한 타석만 나가니까 내게 '언제 밥값할 거냐'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오늘(29일)은 밥값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경기를 많이 나가진 못했는데, 감독님과 수석코치님, 타격코치님이 계속 자신감을 주셔서 컨디션을 조절하다 보니까 일주일째 타격감이 좋았다. 오늘 1번타자로 나왔을 때도 부담이 없었다"며 "좀 건방질 수도 있는데, 준비를 잘 했다. 치리노스 선수가 잘 던지려고 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게는 유독 실투를 많이 던졌다"고 덧붙였다.
최형우 정도의 타격 감각을 갖췄다는 사령탑의 평가에 대해서는 "그건 아닌 것 같다.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형우 형 정도의 레벨은 아니다. 형우 형의 절반만이라도 해보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했다.
고종욱은 시즌 개막 후 두 달 넘게 2군에 머물렀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묵묵히 2군에서 땀을 흘리면서 콜업을 기다렸고, 지난 6일 1군에 올라왔다. 14경기 24타수 9안타 타율 0.375, 1홈런, 3타점, 출루율 0.423, 장타율 0.542를 나타내면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종욱은 "시범경기도 나가지 못했고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많이 내려놨다. 갈 때 가더라도 좋은 이미지로 가자고 생각했는데, 2군에서 잘 준비해서 감독님이 1군에 올리신 것 같다"며 "(1군 콜업 후) 1번타자로 나왔던 경기부터 타이밍도 잘 잡았고, 그때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그게 지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