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미지의 서울'로 박보영과 호흡을 맞추게 된 건 홍성원에게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홍성원은 "보영 선배님의 엄청난 팬이었다. '과속스캔들'부터 '오 나의 귀신님' 등 선배님이 나온 작품은 다 챙겨봐서 연예인과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좋았던 점은, 선배님이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과시하지 않고, 우리와 똑같은 동료라는 걸 무의식적으로 심어주셨다. 모르는 부분에 대해 질문할 때도, 경력이 많다 보면 '이렇게 해야 해' 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보통 나는 이렇게 하긴 하는데, 네 생각은 네가 결정하는 거니까 너 하고싶은 대로 하면 돼' 이런 식으로 예시를 제시해주셔서 정말 겸손하시구나 싶더라"고 전했다.
이어 "연기에서 사람의 성격이 묻어나는 것처럼, 선함과 배려심 있는 모습들이 실제 성격에서도 나오는 걸 보고 좋은 배우일 뿐 아니라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며 "사적으로도 많이 친해져서 지금도 단톡방도 따로 있고, 따로 만나서 모임도 가지고 술도 마시고 그런다"고 웃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이강 작가의 조언은 없었을까.
홍성원은 "사실 작가님과는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오히려 제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여쭤보고 작가님께 이야기를 듣게 되면 그 틀에 갇힐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제 안에 있는 존재감 없고 과묵하고 조용한 면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촬영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없었을까. 통상적으로는 함께한 배우들과의 특정 장면이나 인상적인 신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홍성원은 첫 촬영을 진행한 날을 회상했다.
그는 "카페에서 찍는 장면이 있었는데, 현장이 익숙하지 않아 2시간 정도 일찍 왔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현장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는데"라며 "선배님들은 워낙 베테랑이셔서 자연스럽게 알아서 잘 하셨는데, 그걸 보고 감독님이 디테일한 걸 정해주시는구나 생각해서 바보같이 멀뚱멀뚱 서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리허설이 시작되고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감독님이 뭐하냐면서 알아서 해보라고 하셨다. 그 전까지는 무대 연기만 계속 하고 매체에 대한 매력을 못 느꼈는데, 그 첫 촬영날이 소중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던 계기가 됐고, 그 기억이 좋지 않았다면 두려움을 느꼈을 텐데 주변 분들이 그 마음을 알고 이해해주고 용기를 심어주신 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이를 연기하기 위해 이강 작가에게 조언을 구하진 않았을까.
하지만 홍성원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조차 없었다면서 "오히려 저는 괜히 이런 부분에 대해 여쭤보고, 작가님께서 얘기를 해주시면 그 틀에 갇힐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최대한 제 안에 갖고 있는 것들 중에서 존재감 없고 과묵하고 조용한 면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었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 저와 태이의 싱크로율은 거의 0%에 가깝다. 그래서 평소의 제 모습보다는, 굉장히 힘든 시기의 저를 상상해봤다. 태이도 결국 자기 누나가 자기의 방에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든 (누나를) 살려내겠다고 노력하는 친구 아닌가"라며 "저 역시도 방황을 많이 하던 시기에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게 무섭고, 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온전히 믿을 사람은 나 밖에 없구나 싶더라. 그 떄를 많이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저와 비슷한 캐릭터는 경구나 황지수(신정원) 비서님이랑 비슷한 거 같다. 친하고 아끼는 사람한테는 도움될 수 있는 게 뭘까 공감하려고 노력해주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비슷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결말을 알고 있는 배우로서 홍성원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그는 "작품을 보시는 시청자분들께서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다. 요즘 시대가 사실 어떻게 보면 많이 험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열었다.
홍성원은 "사소한 일에도 사람들이 먹잇감을 찾고 물어뜯고 쉽게 내 일이 아니라고 더 비판하고 비난하는 경향이 심해진 거 같다. 그런 면들에 대한 당사자의 아픔이나 그 사람의 속마음을 잘 나타내주는 작품인 거 같다. 사람들의 콤플렉스나 자신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그런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 덕에 (작품을 통해) 큰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거 같다. 그런 면에 있어서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게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드라마의 결말을 보시고도 뭔가 정말 영화같거나 드라마같은 느낌이 아니라, 내 일상에서도 있을 법한 소소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터뷰③]에 계속)
사진= 글림아티스트, tvN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