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예나 기자) 이토록 '발칙'할 수 있을까? 유쾌함과 위트, 그 사이 어딘가를 정통으로 찌르는 남성 듀오 이짜나언짜나(EZUZ)가 드디어 첫 정규 앨범 '발칙'으로 돌아왔다.
최근 첫 번째 정규 앨범 '발칙'을 발표한 이짜나언짜나(이찬, 박원찬). 음악부터 퍼포먼스, 무대 연출까지 직접 챙기는 이들은 힙합을 베이스로 팝과 댄스를 믹스하고, 그 위에 위트 있는 감각을 더하는 실력파 뮤지션 팀으로 전세계 음악 팬들의 뜨거운 호응을 자아내고 있다.
첫 정규 '발칙'에는 순간의 감각을 살리는 즉흥성과 디테일을 챙기는 치밀함, 유쾌한 장난기와 계산된 연출이 공존하는 이짜나언짜나 특유의 작업 방식이 고스란이 녹아 있다. 듣고 끝나는 음악이 아니라, 보고 느끼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이들의 방향성 역시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데뷔 9년 만에 선보이는 첫 정규 앨범. 오랜 시간 쌓아온 음악과 퍼포먼스, 그 모든 여정의 집약체인 이번 앨범은 이짜나언짜나에게 단순한 신보 이상의 의미다. 처음으로 자신들의 이름을 정식으로 내건 이 앨범은 그들에게 있어 "기다림의 끝이자 진짜 시작"로 다가온다고. 더불어 팬들 앞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큰 선물과도 같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사실 처음엔 약간 숙제 같은 느낌이었어요. 안 해도 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오히려 프러포즈 같더라고요. 그동안 팬들로부터 '앨범 언제 나와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정작 저희는 싱글로 계속 냈는데, '왜 싱글로는 만족 못 하시지?'라는 생각도 했죠. '사랑한다고 계속 말하고 있는데, 왜 부족하게 느껴질까' 그런 고민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번에 정규 앨범을 내보니까 알겠던데요. 싱글은 타이밍이나 임팩트, 그리고 팬분들이 소비해주는 형태가 다르던데요. 정규 앨범은 아무래도 이짜나언짜나의 색깔을 제대로, 필터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의미도 남다른 것 같아요." (박원찬)
타이틀곡 '돈 내고 만지세요'는 아티스트의 존재를 쉽게 소비하려는 태도를 향한 통쾌한 경고장이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녹여낸, 가장 이짜나언짜나다운 트랙이다.
이번 곡의 아이디어는 박원찬의 아내에게서 시작됐다. 박원찬은 "제가 뭔가 잘못해서 아내를 안아주려 했더니, 갑자기 '돈 내고 만지세요'라고 하더라. 순간 너무 웃기면서도, '이거 우리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부남은 항상 뭔가 잘못한 입장이지 않나. 그걸 어떻게든 타개해보려고 애교도 부리고, 스킨십도 시도하는 거고. 그런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 곡이다. 귀엽게라도 보상받고 싶다는 마음이랄까"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상 속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은 박원찬은 아이디어를 키워드로 정리해 이찬에게 전달했다고. 그 메시지를 받은 이찬은 곧장 가슴이 뜨거워졌다 회상했다.
"'돈 내고 만지세요'라는 문장을 듣자마자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짧은 폼 위주의 작업을 오래 하다 보니까, '15초 짜리잖아', '춤이 다네', '노래라기보단 챌린지용 아니야?' 이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요. 물론 재미로 소비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자꾸 그런 식으로 가볍게만 소비되니까, 불편한 마음이 계속 쌓였던 것 같아요.
또 예전부터 불편할 수 있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음악으로, 또 우리 얘기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거든요. 우리만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늘 있었는데, 그게 이 한 문장에서 확 열리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곡 작업도 진짜 빨랐어요. 거의 15분 만에 후루룩 쓰게 됐어요." (이찬)
같은 키워드를 두고도 받아들이는 상황과 감정이 너무 달라 웃음이 터졌던 순간. 하지만 이짜나언짜나는 오히려 그런 차이가 더 재미있고 좋았다 만족스러워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동상이몽 하고 있을 때, 오히려 노래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는 이들은 서로 다른 시선이 만나 완성된 곡이기에, 그만큼 입체적인 매력이 더해졌다 입을 모았다.
"저희가 여러 일들이 겹치기는 하지만, 원찬이는 진짜 키워드를 잘 가져와요. 보통은 그냥 유행하는 거 보고 웃고 넘기잖아요? 그런데 원찬이는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더라고요.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인데 오히려 영감을 얻고요. 그 키워드를 저만의 음악적 색깔로 표현하고 있어요." (이찬)
"찬이랑 저의 과거를 회상하면 완전히 다른 모습이에요. 찬이는 완전히 파티 피플이고, 저는 항상 컴퓨터 앞에 있었죠. 저는 인터넷 세상, 거기서 만들어지는 문화나 사람들이 쓰는 언어 같은 거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특별할 수 있었던 것은 파티 피플이 가진 감각을 제가 받아들이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박원찬)
두 사람은 이를 "이짜나언짜나만의 색다른 음악 색깔"이라 정의했다. 결국 이번 정규 앨범은 '발칙'하고, '짜릿'하고, '통쾌'한 감정을 관통하는 곡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만큼 직진하는 정공법의 시도가 가득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서로 다른 시선에서 출발하지만, 교집합은 오히려 날카롭고 정밀하다 자부하기도. "바로 그 뾰족한 지점에서 이짜나언짜나만의 '한 방'이 완성된다"는 그들에게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이들만의 언어이자 태도가 느껴졌다.
([엑's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TEAM EZUZ
김예나 기자 hiyena07@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