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5-12-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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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상 6관왕' 박천휴 작가 "'어쩌면 해피엔딩', 한국 뮤지컬이어서 매력적" [엑's 현장]

기사입력 2025.06.24 16:29 / 기사수정 2025.06.24 16:29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한국인 최초로 토니상을 수상한 박천휴 작가가 K-뮤지컬의 쾌거를 달성한 소회를 밝혔다.

박천휴 작가는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제78회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너무 감사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천휴 작가는 "식탁에 올려둔 트로피를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 너무 신기하더라. 트로피가 내 초라한 뉴욕의 집에 있다는 자체가 신기하기도 하고 트로피의 무게만큼 앞으로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16년 박천휴(Hue Park) 작가와 윌 애런슨(Will Aronson) 작곡가, 김동연 연출, 주소연 음악감독이 의기투합해 초연했던 대학로 화제작이다. 

2017년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올해의 뮤지컬상, 인기상, 음악상, 연출상, 2018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소극장뮤지컬상, 여우주연상, 프로듀서상, 연출상, 극본 작사상, 작곡상까지 6관왕을 차지했다. 2024년에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로봇들을 주인공으로 쓴 계기에 대해 "당시 오래 교제한 사람과 헤어지고 한살 차이 나는 가장 친한 친구가 암으로 8개월만에 세상을 떴다. 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상처 받을 일이 없을 텐데 왜 난 자꾸 누군가와 친해지고 싶은 걸까 했다. 카페 배경음악으로 '에브리데이 로봇'이 흐르더라. 좋아한 싱어송라이터(영국의 록밴드 블러의 보컬 데이먼 알반의 솔로곡) 신곡인 걸 인지해서 가사에 귀를 귀울였다. '우리는 에브리데이 로봇들, 모두 핸드폰을 바라보며 집으로 가는 로보트'라는, 외로워진 인간을 로봇에 비유한 가사였다"라며 떠올렸다.

이어 "카페에서 사람들을 보니 전부 노트북, 핸드폰만 보고 있더라. 어느 순간부터 테이블 건너편에 앉아 있는 상대방보다는 스크린을 주로 보는 사람이 됐구나, 그럼 아예 로봇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쓰면 어떨까. 이별이나 상실의 아픔을 로봇들에 대입하면 어떨까 해서 윌 애런슨에게 메일을 보냈다. 윌도 재밌으니 만들어보자고 해서 대본을 쓰게 됐다"고 떠올렸다.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Maybe Happy Ending’의 브로드웨이 공연은 제 89회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 2025 외부 비평가 협회상, 제 91회 드라마 리그 어워즈, 제 69회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수상을 거쳐 최근 진행한 제78회 ‘토니 어워즈(Tony Awards)’에서 6관왕 영예를 안았다.

작품상(Best Musical), 극본상(Best Book of a Musical), 음악상(작곡/작사)(Best Original Score (Music and/or Lyrics) Written for the Theatre), 연출상(Best Direction of a musical), 무대디자인상(Best Scenic Design), 남우주연상(Best Performance by a Actor in a Musical) 총 6개 부문을 수상했다.

박천휴 작가는 "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사실은 기대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성격이다. 뭔가를 기대했다가 안 될 경우 실망감을 두려워하는 편이다. 사랑의 아픔을 두려워해서 사랑에 빠지지 않기로 약속하는 클레어 같은 성격이다. 후보 발표 때도 기뻤지만 '설마 우리가 되겠어. 기대하지 말자'라고 서로 다짐했다"라며 솔직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그날은 너무 정신이 없었다. 마라톤 같은 하루였고 아침 일찍 시작해서 너무 기쁘고 어떤 면으로는 당황스럽고 내가 상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오늘은 다 끝났으니 집에 가서 편하게 잘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미묘했다"고 말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한국 소극장 뮤지컬이 미국 브로드웨이 대극장으로 확장돼 성공한 첫 사례이자 작품상 외에 한국인 최초로 극본상과 음악상을 수상한 기록이기도 하다.

박 작가는 "뮤지컬을 만드는 일은 많은 분이 함께해야 하고 많은 행운과 노력이 합쳐져야 된다. 그 순간마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이민자이고 한국식 액센트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이민자로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들의 문화이고 언어이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저들의 일부는 될 수 없구나, 어디까지나 이방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왜 이 일을 할까 생각도 한국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기도 했다. 이걸 견뎌내니 어느 순간 한국인 극작가로는 최초로 큰 기회를 얻고 많은 좋은 분들 얻고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K-뮤지컬로서 브로드웨이에서 쾌거를 달성한 가운데 박천휴 작가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직 K-뮤지컬이란 용어는 전 세계적으로 쓰이진 않지 않나. K-팝과 달리 모두가 K-뮤지컬을 쓰진 않지만 감히 K-뮤지컬의 정의를 내려보면 극장에 가면 관객분들이 '이 뮤지컬은 사우스 코리아에서 온 뮤지컬이야, 한국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이야'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주연배우 뿐만 아니라 배우들이 대기실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백스테이지에 가면 내게 '밥 먹었어요?'라고 한국어로 물어본다"라며 일화를 들려줬다.

박 작가는 "이민자로서는 '나의 문화가 어느 순간 이들이 공부하는 문화가 됐구나, 나와 윌이 쓴 뮤지컬이 이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뮤지컬이 됐고 한국이란 단어가 들어가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뮤지컬이 됐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감회를 드러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박 작가는 "개인적으로 한국 관객들의 힘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그렇게까지 자신감이 넘치는 작가는 아니었기 때문에 만약에 한국에서 관객이 충분히 공감해 주시지 않았다면 미국에서 연출님이 설정을 바꿔보는게 어떻냐 할 때 바꿨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에서 너무나 공감을 받은 것들이 쌓이다 보니 '아니다, 바꾸기 싫다'라고 고집을 부릴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NHN링크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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