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토트넘 홋스퍼 주장 손흥민이 전격 경질된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뜨거운 존경과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며 축구계를 감동시켰다.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17년 무관의 한을 풀고도 리그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해 토트넘 선수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여러 반응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손흥민은 작별 메시지를 통해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도 방식과 역할에 대해 평가하며, 그와 함께한 시간을 정리했고, 이 편지는 현지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2023년 여름 셀틱 FC를 떠나 토트넘에 부임했다.
당시 팀은 핵심 공격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직후였으며, 위고 요리스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이 전력 외로 분류되면서 전반적인 재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 직후 손흥민을 새 주장으로 지명했고, 제임스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 비카리오 등과 함께 리더십 그룹을 구성했다.
그는 시즌 초반 팀의 공격적인 전술로 주목을 받았으며, 중반 이후 부상과 전술 대응 실패로 인해 리그 순위가 하락한 가운데에서도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결국 토트넘 구단은 지난 7일(한국시간) 포스테코글루 감독 경질 사실을 발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시즌 토트넘의 프리미어리그 최종 순위다.
토트넘은 무려 17위로, 강등권과 가장 가까운 순위로 시즌을 마쳤다. 토트넘은 "UEFA 유로파리그 우승은 클럽 역사상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로 꼽히지만 감정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라며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한 이유를 설명했다.
경질 소식을 들은 손흥민은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길고 진심 어린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안지, 당신은 이 클럽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첫날부터 우리를 믿었고,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의심할 때도 당신은 우리가 어떤 팀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당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었다"며, "그 방식이 우리에게 수십 년 만에 최고의 밤을 안겨주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지난달 빌바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0으로 꺾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순간을 회상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흥민은 또한 "당신은 내게 주장이라는 무게 있는 임무를 맡겼고, 그것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큰 영광 중 하나였다"며 "당신의 리더십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배운 것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특권이었다. 나는 당신 덕분에 더 나은 선수이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손흥민은 "안지 포스테코글루, 당신은 토트넘 홋스퍼의 전설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고맙다, 친구여"라고 덧붙였다.
이번 손흥민의 편지는 단순한 지도자에 대한 감사의 차원을 넘어, 인생과 커리어의 전환점에 함께한 인물에 대한 헌사에 가깝다.
이처럼 선수단 내에서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매우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매디슨, 미키 판더펜, 굴리엘모 비카리오, 도미닉 솔란케 등 팀의 주축 선수들도 일제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향해 감사의 메시지를 올렸다.
매디슨은 "당신은 나를 처음부터 부주장으로 세워줬고 나를 믿어줬다. 그 믿음에 감사를 표한다. 당신은 우리를 유럽 챔피언으로 만들었고, 토트넘의 역사 속에 남는 인물"이라며 그를 칭찬했다.
골키퍼 비카리오는 "첫 통화 때부터 당신은 나를 믿어줬고, 리더십 그룹에 포함시켜주셨다. 당신은 단순한 감독이 아니라 훌륭한 리더이자 멘토이며, 내가 항상 존경할 인물"이라고 고백했다.
또 판더펜은 "처음부터 나를 믿어줬고고,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함께 겪었지만 끝까지 우리를 밀어붙였다. 당신 덕분에 성공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솔란케도 "당신이 나를 이 멋진 클럽으로 데려와 줬고, 트로피까지 선물해줬다. 함께 나눈 대화를 절대 잊지 않겠다"며 포스테코글루 감독과의 관계를 회상했다.
이러한 선수들의 반응은 단순히 감정적인 지지 차원을 넘어서,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 하에서의 팀 분위기와 내부 결속력이 매우 강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브렌트퍼드의 토마스 프랭크 감독이 포스테코글루의 후임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프랭크 감독은 현재 브렌트퍼드와 2027년까지 계약이 남아 있으며, 토트넘은 이미 중간자를 통해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8년부터 브렌트퍼드를 이끌며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켰고, 꾸준한 성과를 이어가며 전술적 완성도와 팀 운영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다만, 프랭크 감독은 올여름 팀의 주축인 브라이언 음베모, 요안 위사 등 팀의 핵심 자원들이 이적할 가능성이 높아 감독 역시 자연스러게 이별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대부분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경질 이후, 토트넘은 단순한 감독 교체를 넘어 클럽 전체의 방향성을 재정비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특히 포스테코글루 체제 하에서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온 손흥민의 거취 또한 주목된다. '풋볼 인사이더'는 "손흥민이 감독과의 이별로 인해 이적에 더욱 열린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구단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변화가 향후 손흥민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사진=연합뉴스/손흥민 인스타그램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