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를 떠나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작별 인사를 보냈다.
'은사' 조세 무리뉴 이후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게는 별다른 인사를 하지 않았던 손흥민이기에 이번 메시지는 더욱 눈길을 끈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당신은 이 팀의 궤도를 바꿨다. 여기 온 첫날부터 스스로와 선수들을 믿었고,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흔들릴 때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알고 있었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이 구단에 수십 년 만에 가장 좋은 밤을 가져왔다. 그 추억을 평생 간직하겠다"고 작별 인사를 전했다.
토트넘은 이날 2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던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17년 동안 이어졌던 무관 징크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서의 참혹한 성적이 경질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토트넘은 "포스테코글루가 2년간 보여준 헌신과 기여에 정말 감사하다. 구단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변화가 일어나는 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결론을 내렸다"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역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이 가장 큰 순간으로 꼽히지만 그 성과에 맞춘 감정적 결정을 내릴 수는 없었다"고 경질 이유를 밝혔다.
끝은 좋지 않았지만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에게 있어 평생 기억에 남을 은사다. 부임 첫 시즌이었던 지난 시즌 주장직에 손흥민을 임명했기 때문이다. 포스테코글루의 결정으로 손흥민은 토트넘 역사상 최초의 비유럽인 주장이 됐다.
손흥민은 "당신은 나를 믿었다. 이건 내 커리어 최고의 명예 중 하나였다"고 감사를 표하면서 "당신의 리더십을 가까이서 배울 수 있다는 건 놀라운 특권이었다. 당신 덕에 난 더 나은 선수이자 더 나은 사람이 됐다. 당신은 토트넘의 영원한 전설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경질된 감독에게 SNS로 작별을 고한 건 '은사' 무리뉴 감독 이후 처음이다.
손흥민은 토트넘 입단 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무리뉴, 누누, 콘테, 포스테코글루와 함께 했다.
이 중 손흥민이 작별 인사를 건넨 건 포체티노와 무리뉴, 포스테코글루 뿐이다.
포체티노가 떠났을 때 손흥민은 "당신의 모든 것에 감사하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축구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많은 걸 배웠다. 미래에 희망이 있기를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무리뉴가 팀을 떠나기로 했을 때 손흥민은 SNS에 "당신과 함께해서 감사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유감이지만 함께 해서 기뻤다. 앞으로 인생에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누누 감독이나 콘테 감독이 떠났을 때는 따로 글을 올리지 않았다.
단, 콘테 감독 때는 국가대표팀 소집 후 인터뷰에서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선수로서 많이 죄송하다. 세계적인 명장이고 나와 함께 행복한 여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의 뜻을 전하긴 했다.
누누와 콘테 때는 하지 않았던 작별 인사를 포스테코글루에게 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포스테코글루가 성적 부진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 선수들과의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으나 정작 선수들은 포스테코글루를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경질이 결정된 후 많은 선수들이 격분했고, 일부 선수들은 팀을 떠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선수단의 신뢰는 두터웠다.
손흥민 역시 구단에 유로파리그 우승을 안긴 포스테코글루를 전설이라고 칭하면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손흥민의 메시지는 영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를 구단의 레전드라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경질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구단의 방향을 바꾼 전설이라고 했다"며 ":도미닉 솔란케, 미키 판 더 펜, 굴리엘모 비카리오 등 많은 선수들이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 또한 "손흥민이 포스테코글루에게 감동적인 작별 메시지를 남겼다. 포스테코글루가 2년간의 감독 생활을 청산하고 토트넘을 떠나게 되면서 축구계가 큰 충격을 받았다"며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을 주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포스테코글루의 첫 번째 중요한 결정이었다"고 조명했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