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KIA 홍원빈이 공을 힘차게 던지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 잠실, 김근한 기자) "7년 동안 준비한 게 헛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 투수 홍원빈이 1군 데뷔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소감을 전했다. 11살에 야구를 시작해 입단 뒤 7년간 쌓아온 준비의 결과였다.
홍원빈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 9회 말 구원 등판해 1이닝 13구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덕수고등학교를 졸업한 2000년생 우완 홍원빈은 2019년 2차 1라운드 10순위로 팀에 입단했다. 이후 7년 동안 1군 데뷔를 준비한 홍원빈은 2025년 정식 선수로 전환돼 감격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11-2로 앞선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홍원빈은 선두타자 김민석에게 초구 152km/h 투심 패스트볼 스트라이크를 던져 잠실구장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2구째 공은 무려 구속 154km/h가 찍혔다.
이후 갑작스럽게 제구가 흔들린 홍원빈은 김민석에게 연거푸 볼 4개를 던져 볼넷으로 출루를 허용했다. 홍원빈은 후속타자 이선우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김동준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1, 3루 위기에 처했다. 홍원빈은 결국 박준순에게 좌익수 방면 희생 뜬공을 맞아 첫 실점했다.
하지만, 홍원빈은 마지막 타자 김인태를 4구째 140km/h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이끌면서 경기를 마무리했다.

KIA 타이거즈 투수 홍원빈이 자신의 모자에 새긴 글귀. 2017년 사망한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투수 요다노 벤추라를 롤 모델로 삼은 의미였다. 잠실, 김근한 기자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홍원빈은 "상상했던 것처럼 막 엄청나게 기쁘고 그러진 않지만, 그래도 기다려 주신 팬분들, 감독님, 코치님, 팀에게 감사드리고 싶다"며 "그동안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조금은 증명한 듯싶다. 경기에 집중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 구속도 못 봤다"고 데뷔전 소감을 전했다.
데뷔전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준 상황에 대해서도 담담히 돌아봤다.
홍원빈은 "내가 원래 볼넷이 많은 투수라 이런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퓨처스리그에서도 비슷한 경기를 많이 했고, 코치님들께서도 볼넷을 안 주려 하기보다는 삼진을 잡으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며 "볼넷을 줬을 때 다음 타자를 생각하며 던지려 한다"고 말했다.
경기를 마무리한 1군 데뷔 첫 탈삼진 당시를 떠올린 홍원빈은 "(한)준수 형의 사인대로 전력으로 던지자고만 생각했다. 다른 마음은 없었다"며 "첫 삼진 공을 받았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기념구니까 갖고 싶긴 하다"라며 미소 지었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KIA가 양현종의 호투와 오선우의 결승타에 힘입어 두산에 11:3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KIA 홍원빈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홍원빈은 지난달 30일 데뷔 첫 1군 콜업 이후 데뷔 첫 등판만을 기다렸다고도 밝혔다. 홍원빈은 "호텔에서 쉴 때도 빨리 던지고 싶었다. 언제 등판할지 모르니 항상 나가면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준비하려 했다"며 "분위기는 상상한 그대로였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고, 그래서 긴장이 안 됐다. 그래서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볼넷에 대한 부담감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홍원빈은 "예전에는 터무니없는 공을 많이 던졌지만, 지금은 손에 감각이 있고 긴장감 속에서도 내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쉽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바라봤다.
가장 먼저 감사한 사람으로는 부모님을 언급했다. 홍원빈은 "은사님들도 많지만, 11살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기다려 주신 부모님께 제일 감사드리고 싶다. 다행히 오늘 서울에 사시는 부모님과 형도 경기장에 오셔서 함께 데뷔전을 지켜봤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확고했다. 홍원빈은 "1군 필승조 형들 던지는 걸 보며 진짜 멋있다고, 심지어 섹시하다고 느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언젠가는 필승조로 팀의 승리를 위해 더 많은 경기를 나가고 싶다"고 다짐했다. 특히 전상현을 "가장 섹시해 보였던 형"으로 꼽으며 웃음을 자아냈다.
홍원빈의 모자에는 '30 요다노 벤추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의 롤 모델을 향한 존경의 의미였다. 홍원빈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메이저리거 투수 요다노 벤추라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2017년 세상을 떠난 선수인데, 마운드 위에서의 행동과 투구 스타일을 본받고 싶다. 모자를 쓸 때마다 그 선수가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던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KIA가 양현종의 호투와 오선우의 결승타에 힘입어 두산에 11:3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KIA 홍원빈이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KIA가 양현종의 호투와 오선우의 결승타에 힘입어 두산에 11:3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KIA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 김한준 기자
사진=엑스포츠뉴스 잠실, 김한준 기자/김근한 기자
김근한 기자 forevertoss8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