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에서 '클럽 레전드'로 공식 인정받았다.
구단 역사상 몇 안 되는 유럽대항전 우승 주장으로서 위상을 확보한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토트넘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토트넘은 손흥민에 대한 예우를 더욱 구체화하고 있으며, 재계약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10년간 토트넘을 위해 헌신하며 총 454경기에서 160골 87도움을 기록한, 명실상부한 클럽 최고 수준의 공격 자원이다.
특히 지난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팀 주장으로 나서며 유럽대항전 트로피를 들어올린 세 번째 토트넘 선수가 됐다.
이 우승은 1984년 UEFA컵 이후 41년 만에 달성한 유럽대회 우승이자, 2008년 리그컵 이후 17년 만의 공식 트로피였다.
손흥민은 이 경기에서 발 부상 여파로 벤치에서 시작했지만, 후반전 히샬리송과 교체 투입돼 약 30분간 활약하며 팀의 리드를 지켰다. 경기 후 열린 트로피 시상식에서는 팀의 주장으로서 가장 먼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손흥민은 앨런 멀러리(1971-1972시즌 UEFA컵), 스티브 페리먼(1983-1984시즌 UEFA컵)에 이어 토트넘 역사상 유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세 번째 주장으로 기록되었다. 그와 동시에 그는 토트넘 역사의 또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처럼 상징적 의미가 큰 우승 직후 손흥민은 "오늘만큼은 나 자신을 전설(레전드)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는 지난 17년간 우승하지 못했다. 오늘은 특별하다"며 감격을 감추지 않았다.
그간 손흥민은 자신이 진정한 레전드가 되기 위해선 팀에 트로피를 안겨야 한다고 밝혀 왔기에, 이번 우승은 그의 오랜 바람이 현실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결승전 이후, 토트넘은 지난 26일 프리미어리그 최종전에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을 홈으로 불러들였지만, 손흥민과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모두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1-4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이 날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경기 후 펼쳐진 우승 세리머니였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후, 전설적인 주장들인 스티브 페리먼, 팻 제닝스, 마틴 치버스, 그레이엄 로버츠와 같은 토트넘 레전드들의 가드 오브 아너를 받으며 경기장에 등장했다.
이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홈팬들을 향해 걸어가 트로피를 높이 들어올리는 장면이 토트넘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대대적으로 조명됐다.
구단은 이후 공식 채널을 통해 해당 영상과 사진들을 공개하면서 "손흥민은 진정한 레전드(True Legend)다. 그는 유럽 트로피를 든 주장들의 엘리트 그룹에 합류했다"고 밝히며 그의 지위를 공연시했다.
이러한 손흥민의 위상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토트넘 팬들은 그의 잔류를 강하게 희망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하지만, 손흥민의 현재 계약은 2025년 여름까지로, 1년 남짓의 계약 기간만이 남은 상태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재계약 여부가 현지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주요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손흥민이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토트넘이 구단 내 최고 주급자인 손흥민을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매체는 "토트넘은 연봉 구조의 재편과 젊은 선수 중심의 재건을 추진 중이며, 이번 여름이 이별의 적기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보도는 손흥민이 향후 계약을 어떻게 정리할지에 대한 불확실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에 반하는 정황도 명확히 존재한다.
토트넘 전문 매체 '홋스퍼HQ'는 손흥민의 이적설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며, "토트넘은 손흥민을 올여름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 오히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손흥민과 함께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전문지 '스퍼스웹'은 "손흥민은 여전히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핵심이며, 구단 역시 손흥민의 리더십과 팬들과의 연결 고리를 중시한다"며 재계약 협상 개시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토트넘은 지난 1년간 해리 케인의 이적, 휴고 요리스의 퇴단 등 구단의 상징적 존재들이 팀을 떠나는 과정을 겪었으며, 이로 인해 팬심에 일정 부분 균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손흥민과의 동행은 단순한 전력 유지 차원을 넘어, 팬덤과 클럽 정체성 유지라는 전략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손흥민은 전 세계적인 인지도,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 그리고 구단에 대한 충성심까지 겸비한 보기 드문 선수다.
토트넘이 유럽무대에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가진 상징성은 단순한 '레전드'라는 표현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다.
현재 구단 내 가장 높은 연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과의 동행을 지속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구단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토트넘 내부에서는 비공식적인 형태로 손흥민 측과 재계약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는 보도도 일부 현지 언론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식 협상 개시 여부나 조건 등 구체적인 진전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양측 모두 큰 틀에서 재계약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성사 가능성은 낮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손흥민의 향후 거취는 토트넘의 미래와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유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안기며 전설로 남은 그가 팀의 다음 시대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는 구단의 의지와 손흥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손흥민은 토트넘이라는 이름을 대표하는 얼굴이자,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 진정한 레전드라는 점이다.
사진=연합뉴스/토트넘 홋스퍼
윤준석 기자 redrupy@xportsnews.com